인터뷰│ 조재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세계 최고 직업교육대학으로 혁신하겠다"

2021-07-13 11:30:57 게재

직업교육의 허브 폴리텍대학

'AI+x' 융합 기술인재 양성 목표 … 미래 신산업, 데이터 경제 핵심 반도체 분야 강화

한국폴리텍대학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 직업교육대학이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으로 민간이 담당하기 어려운 국가기간·전략산업 분야부터 신산업분야까지 기술인력을 배출했다. 4차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디지털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직업훈련도 빠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조재희 폴리텍대학 이사장은 지난 3월 취임 직후 "폴리텍은 산업과 일자리 변화에 대응할 글로벌 AI+x 인재 양성에 앞장서겠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AI기술(AI+x) 인재는 기존 전문 기술에 인공지능(AI)기술을 융합해 산업·기술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전문가다.
조 이사장은 "일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폴리텍을 글로벌 최고 직업기술교육대학으로 혁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재희(62) 이사장은 고려대 노동정치학 박사를 수료했다. 대통령 비서실 국정과제담당 비서관, 정책기획위원회 비서관, 정책수석실 정책관리비서관, 노사관계 행정관 등을 역임한 고용노동 분야 전문가다. 사진 한국폴리텍대학 제공

■이사장 취임 4개월이 지났다.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무거운 출발이다. 어렵고 중요한 시기인 만큼 막중한 사명감을 느낀다. '일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폴리텍을 '세계 최고 직업기술교육대학'으로 혁신하겠다.

■산업변화에 기민한 대응이 중요해 보인다.

직업교육은 산업현장과 시차를 줄이기 위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폴리텍은 민간에서 담당하기 어려운 전통산업 및 국가기간·전략산업 중심으로 학과가 구성돼 있다.

산업구조 재편에 대응해 신산업 분야 학과 비중을 늘리고 있다. 비중은 8:2 정도다. 현재 22%(53개과) 수준인 신산업 분야 학과 비중을 내년에는 25%까지 늘릴 계획이다.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 등 신산업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데이터 경제의 핵심 부품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 분야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 산업 인력 양성과 기술 경쟁력 확보는 AI·빅데이터 등 미래 신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데 필수 요소다.

■구체적인 계획은.

2020년 출범한 반도체융합 캠퍼스와 반도체 학과 개설 캠퍼스를 연계해 '반도체 클러스터'로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융합 캠퍼스가 주축이 되고 성남·아산·청주캠퍼스는 각각 소재 분석, 후공정, 장비 유지보수 분야로 특화해 2025년까지 반도체 전문인력 6190명을 키울 것이다.

기존 계획을 보완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수도권(서울정수·분당·인천·화성캠퍼스)까지 확대해 인력양성 기능을 강화하고 2026년까지 1만명을 양성한다. 내년부터 재직자 직무능력 향상훈련 과정, 기업체 맞춤형 과정 등 정규과정 훈련인원을 올해 500명 수준에서 2배로 늘린다. 정규과정은 2차에 걸쳐 수도권, 비수도권 광역시(대전·광주·대구·부산) 캠퍼스로 확대 운영한다.

폴리텍 전국 40개 캠퍼스

■중점사업에 대해 설명해달라.

'일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폴리텍을 '세계 최고 직업기술교육대학'으로 혁신하는 게 목표다. 최우선 경영방침은 'AIP'다. A는 인공지능으로 'AI+x 인력양성 체계 구축'을, I는 International로 '글로벌 기술인재 허브대학'을, P는 플랫폼(Platform)으로 '생애 전주기 직업교육 플랫폼'을 의미한다.

■AI교육 도입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할 텐데.

'AI+x' 인재양성을 위해 교육대상별로 과정을 차별화해 수립하고 교원역량 향상 프로그램도 도입한다. IT 전공자에게는 파이썬(python, 프로그래밍 언어)을 이용한 라즈베리 파이(초소형 컴퓨터) 제어, AI머신러닝 알고리즘 실습 등 AI+x 심화교육을, 기타 전공자에게는 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인공지능, 블록코딩을 통한 알고리즘 실습 등 AI+x 친화교육을 실시하는 두가지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5월에 내·외부 전문가를 활용해 전 교원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기본개념과 기술 동향, 실무형 AI 교육 방안 등에 관한 단기연수를 했다.

■실제 교육은 언제부터 진행되나.

2학기부터 교육에 들어간다. 속도감 있는 AI+x 교육 확산을 위해 방학기간을 활용해 인천캠퍼스 학생 20명을 대상으로 기초 프로그래밍, 파이썬 실습 등 시범교육(16시간)을 실시한다. 2년제 학위과정부터 학과 구분없이 모든 학생이 수강 가능한 융합공통교과(10학점 이내)를 편성해 교육훈련계획에 반영한다.

■빠른 속도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폴리텍은 타 대학에 비해 학과 신설·개편이 유연하다. AI+x 인재 양성을 위한 AI 분야 학과 신설·개편도 진행한다. 매년 7개 학과 신설이 목표다. 정보통신 제어 자동차 등 기존 산업에 머신러닝·딥러닝 등 AI 기술을 융합해 AI 정보보안, 인공지능 제어, 자율주행차 학과로 개편한다.

■신중년 일자리도 중요하다. 노동시장 재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일자리 파이를 두고 세대간 갈등이 빚어지는 양상이다. 폴리텍은 청년과 신중년 세대에 적합한 직종을 개발해 일자리를 둘러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내부 공모를 통해 인력수요가 많은 수도권과 지역거점 캠퍼스를 중심으로 성공사례 창출이 가능한 직종을 신중년 특화과정 개편 학과로 선정하고 있다.

■과정에 대한 수요는 어떠한가.

국가기술자격을 갖추면 연령에 큰 구애 없이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공조냉동, 전기설비기술 분야에 관심이 높은 편이다. 대부분 설비관리 전문가로 재취업한다. 정원 대비 지원자가 6배 넘게 몰린 과정도 있다. 신중년 세대의 훈련수요가 늘어난 만큼 올해는 1500명 규모로 과정을 운영해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겠다.

■여성 일자리도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았다.

폴리텍 여성재취업과정의 경우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7424명이 교육을 이수했고, 그중 절반은 일자리를 찾았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이미 남성을 앞질렀고,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산업구조 변화로 여성이 강점을 발휘할 분야가 갈수록 늘고 있다. 아동코딩지도사, 1인 크리에이터 디자인전문가 등 산업 트렌드와 선호도를 반영한 신기술 직종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양질의 일자리로 연계하고 있다.

■일학습병행제도는 폴리텍에서 주도하는 영역인데.

P-TECH는 일과 학습을 병행하기 원하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도록 지원하고 사회적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도제학교 졸업생들이 고교단계에서 습득한 기술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폴리텍과 연계해 자격 취득과 학위를 제공해 청년층에게 경력개발을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

2017년 6개 캠퍼스에서 P-TECH과정 시범운영을 시작해 현재는 전국 20개 캠퍼스 28개 학과까지 운영하고 있다. 학과는 전기전자, 기계시스템, 산업설비 등 전통적 산업분야부터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 등 미래 신산업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발전방향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P-TECH 과정을 내실화하고 질적 향상을 위해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우는 것은 물론, 정부부처·관계기관 등과 협의해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현재 폴리텍에서 고교단계 이수자를 전문대 과정, 학위심화 과정과 연계하는 한편, 더 나아가 재직자 대학원 설립을 추진해 평생 직업교육 훈련체계를 구축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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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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