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바이든, 대기업독점 막아 서민·중산층에 돌려준다

2021-07-13 11:48:35 게재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반경쟁 사업관행 근절이라는 또 하나의 도전과제에 착수했다. 아마존과 애플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거대기업들과의 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이는 이들 기업의 무분별한 인수합병을 어렵게 만들겠다는 선전포고다. 대기업들의 독점행위를 최대한 막아 미국 자유시장경제에서 경쟁력을 되살리는 동시에 독점체제로 위축됐던 창의적인 혁신과 아이디어산업 창업 등을 다시 활성화하겠다는 야심적인 각오다. 동시에 미국민들의 처방약값과 보청기 등 헬스케어 비용, 인터넷을 포함한 디지털서비스 비용 등을 대폭 낮출 계획이다.

타깃이 된 기업들은 대응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경제계 역시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서민들은 한해 가구당 5000달러를 절약시켜 줄 것이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바이든 반경쟁 독과점과의 전쟁 선포

바이든 대통령의 반경쟁 사업관행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유는 미국경제의 경쟁력 촉진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동시에 소수 대기업들이 무분별하게 추진한 독점 횡포를 최대한 막아 서민 경제생활에 이익을 돌려주겠다는 야심찬 정책이다. 바이든행정부는 인허가권, 규제권을 갖고 있는 정부권한을 총동원하겠다는 각오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대통령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12개 연방정부 부처에게 72가지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소수의 대기업에 너무 집중됐다. 독과점이 심해져 혁신과 창업이 위축되고 근로자와 소비자들이 큰 손해를 입었다”며 “반경쟁 사업관행을 없애고 더 활발한 경쟁과 더 나은 혜택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행정부 복안은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초대형 대기업들의 인수합병을 최대한 어렵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정부는 이들 기업이 경쟁을 없애고 중소기업 창업을 가로막아 수익을 독점하고 가격을 올리는 반경쟁 사업 관행을 보여왔다며 이를 근절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구글이나 애플은 앱장터인 안드로이드와 앱스토어를 독점해 개인 또는 소규모 업체들의 도전을 가로막고 첨단분야 서비스 가격을 올리고 있다. 현재 법적소송을 당해 재판에 계류중이다. 아마존의 경우 온라인 시장과 ‘홀푸드’ 같은 전통 소매업은 물론 메이저언론 워싱턴포스트도 인수하는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문어발식으로 확장하고 있다. 초대형 대기업들의 이같은 행보는 가계 경제생활에 편리함과 혜택을 주지만 독점 폐해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연방 법무부와 교통부, 연방무역위원회(FTC), 보건복지부, 식품의약국(FDA) 등 12개 정부부처들은 향후 두세달 안에 시행방안을 마련하거나 관련규정을 개정해 반경쟁 사업관행을 강력 단속하고 근절해 나갈 방침이다.

병의원·제약사들도 지나친 독점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대형 병·의원들과 제약사들의 지나친 독점으로 반경쟁 독과점 체제가 굳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처방약값과 의료비 등 보건의료 비용이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있다는 원성을 사고 있다.

대형병원들은 소규모 진료시설들이 문을 열자마자 인수하면서 의료서비스 경쟁을 막고 보건의료 비용 낮추기도 원천봉쇄하는 반경쟁 체제를 확산시키고 있다. 워싱턴 근교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버지니아 패어팩스 카운티에선 병·의원 의료시설의 경우 ‘이노바’라는 간판 외엔 찾아보기 힘들다. 새로 문을 연 간이 진료시설도 몇 달 후 어느새 ‘이노바’ 간판으로 바뀐다.

이노바 병원은 신생 의료시설은 물론 장사가 안돼 매물로 나오는 건물을 무차별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노바 병원은 재단으로 설립돼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노바 병원이 독점하고 있는 패어팩스 카운티에선 경쟁에 따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프면 무조건 이노바에 갈 수밖에 없다. 병원에서 부르는 게 곧 가격이 되는 상황이다.

바이든행정부 방안은 독과점 폐해를 근절해 의료비용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이 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다.

첫째, 터무니없이 비싼 처방약값을 낮추기 위해 각 주정부가 값싸고 믿을 만한 캐나다산 의약품을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처방약값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백악관에 따르면 현재 미국내 처방약값은 캐나다산 의약품 보다 2.5배 비싼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대형 제약사들의 불공정 관행인 ‘페이 포 딜레이’(Pay for delay)를 근절키로 했다. 이는 값비싼 브랜드 의약품과 값싼 복제약을 대상으로 지불시기를 고의로 늦춰 차익은 업계가 얻고 비용은 소비자가 내도록 하는 관행이다. 백악관은 “이로 인해 미국 환자들이 한해 추가로 지급하는 액수만 35억달러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백악관은 FDA에 ‘45일 안에 처방약값을 낮추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둘째, 청력을 잃은 4800만명의 국민들이 사용하는 보청기를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도록 조치했다. 현재 청력을 잃은 미국민들은 보청기 한쌍을 사는데 5000달러를 지불한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데다 처방전이 있어야 구입가능하기 때문이다.

미정부 조치로 앞으로는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저렴한 가격에 보청기를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든 백악관은 연방보건복지부에 “120일 내 관련 규정을 개정해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백악관은 “미국민 4명 중 1명은 약값 지불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3명 중 1명은 돈이 없어 처방약을 아예 복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반경쟁 사업관행 근절 캠페인을 통해 헬스케어 비용을 낮추는 데 전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인터넷, 항공료 등 독과점도 근절키로

초고속 인터넷 등 디지털 서비스 부문에서 벌어지는 독과점도 개선대상이다. 미국 아파트 단지에선 단 한 종류의 인터넷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도록 의도적인 제한이 가해진다. 비용이 오르는 건 당연하다.

과거엔 한 주택단지 내 여러 인터넷서비스가 경쟁을 벌였다. 비용이 낮았고 서비스질도 괜찮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경쟁사가 줄어들더니 현재는 단일기업이 단지 전체를 서비스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사라졌다. 대규모 집단 거주지의 경우 기업들이 짬짜미를 통해 한 곳에 독점권을 몰아주고 다른 혜택을 챙기고 있다는 소문까지 횡행한 상황이다.

항공사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실상 담합을 통해 각종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원성을 사고 있다. 비용을 멋대로 올리는 것은 물론 자체적인 잘못에도 보상은커녕 수수료 환불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바이든행정부는 항공사 수화물이 지연되거나 잘못 수송됐을 경우 수수료를 손쉽게 반환받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고객들이 거래은행을 변경하기 위해 이전 은행에 거래기록을 요구할 경우 각종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행정조치가 시행되면 미국 중산층 가구당 한해 5000달러의 비용을 아끼는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