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양집' 많던 그 골목 젊은이들 몰린다

2021-07-14 10:59:26 게재

성북구 '길음 청년창업거리'

2년 사이 불법업소 절반으로

"곧 2호점을 낼 겁니다. 당연히 성북이죠. 성북에 뼈를 묻을 거예요."

스물여덟 청년 사장 정태환씨.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서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배달 앱에서 평가한 맛집 순위 1위"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성북구에 소재한 대학을 졸업한 뒤 성북구 도움으로 둥지를 마련한 그는 "못 먹는 서러움이 없도록 먹을거리 기부계획도 있다"며 "(사업은) 확장될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삼양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태환씨와 함께 길음 청년창업거리를 응원하고 있다. 사진 성북구 제공


정태환씨를 비롯한 청년들이 지하철 4호선 길음역 인근 삼양로에서 꿈을 키워가고 있다. 맥주와 양주를 팔며 불법 변태영업을 해오던 이른바 '맥양집'이 많아 주민들에조차 외면당하던 거리였다. 성북구가 주민들과 함께 불법유해업소 근절활동을 펼치는 동시에 맥양집이 떠난 공간을 청년점포로 바꿔가고 있다. '길음 청년창업거리'다.

2019년만 해도 길음역에서 미아초등학교까지 800m 구간에는 창문 없이 외벽에 커다란 하트가 그려진 맥양집이 37개나 있었다. 도시계획사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일대와 달리 삼양로만 유일하게 낙후된 섬처럼 존재했다.

단속 전담반을 꾸리고 보건소와 경찰 교육지원청이 유해업소 근절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지도 점검에 나섰다. 주민들은 소비자 식품감시원으로 동참, 매주 두차례 이상 합동 점검을 했다. 불법유해업소임을 알리는 현수막을 붙여 길 건너편에서는 점포를 볼 수 없도록 가리고 간판에 경고 문구를 붙여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일 자체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2년. 20곳이 문을 닫았지만 아직도 17곳이 남아 도시미관을 해치고 지역상권을 침체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구는 단속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 도시재생을 통해 건강한 상권을 조성하기로 했다. 청년들이 자리를 잡도록 돕고 '어둠의 거리'를 밝고 건강한 거리로 탈바꿈시킨다는 취지다. 이승로 구청장은 "성북은 서울에서 대학이 가장 많은 자치구라 청년 인프라가 많다"며 "학생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구 사업을 공유, 다른 지역과 다른 특색있는 청년사업을 펼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청년들이 맥양집이 떠난 자리에 둥지를 틀 수 있도록 지원했다. 덮밥을 파는 음식점을 시작으로 갤러리와 영어원서를 파는 서점 등 지난해까지 6개 청년점포가 들어섰다. 주민참여예산을 더해 '두근두근 별빛마켓' '삼양로 대학' 등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을 진행, 청년과 주민들을 동시에 응원했다.

지난해 말에는 서울시에서 추진한 제로페이 사업 '우수구'로 선정돼 받은 상금을 털어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지원할 중심시설을 마련했다. 청년공간 '길이음'이다. 길음동이라는 동네에서 따온 이름이자 청년들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어주는 공간이라는 뜻도 있다.

올해도 불법유해업소 단속과 함께 주민과 상권이 상생할 수 있는 사업들을 이어간다. 길이음에서는 창업교육과 문화예술 전시·공연 등을 진행하면서 청년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하도록 지원하고 주민과 상인이 참여하는 생활상권추진위원회에서는 주민들 생활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티 스토어'를 준비하고 있다. 대학 창업지원단이나 캠퍼스타운 등 전문인력 도움을 받아 창업 컨설팅과 창업거리 활성화 방안에 머리를 맞댈 계획도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예비창업자 등에 사무공간과 주거공간을 함께 제공하는 도전숙이 들어서고 4차 산업혁명 관련 공유기업에 사무실을 빌려주고 창업·사업화를 돕는 4차산업 지원센터도 예정돼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민선 7기에 야심차게 준비한 사업"이라며 "청년·주민들과 힘을 합쳐 어둠의 거리가 밝은 청년창업거리로 되살아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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