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 뒤 셧다운제도 폐지 논의해야
'셧다운 제도 폐지' 논란이 재점화됐다. 2011년에 시행된 셧다운 제도는 인터넷게임 제공자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자정(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제공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2년마다 제한대상 게임물의 범위가 적절한지를 평가해 개선하는 등의 조치를 하도록 청소년보호법에 명시했기 때문에 모바일 게임 등으로 확대 적용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10년 동안 미디어 환경은 바뀌었고 PC로만 가능하던 게임이 모바일로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랄 권리
셧다운제는 부모가 인터넷과 관련하여 자녀를 지도할 수 있는 역량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제도였다. 2000년대 초반 정보통신 기술과 산업이 발달하면서 청소년들은 인터넷 환경에 빠르게 적응했다. 자녀들이 게임 등 온라인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동안 부모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벅찼고, 아이들이 온라인에서 무엇을 하는지, 위험하진 않은지, 안전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어떻게 지도할지 알기 어려웠다. 일반적으로 부모는 자녀보다 더 오랜 세월 살면서 배우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부모 역할을 수행하는데 새로운 인터넷 환경은 부모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었다. 게임에 빠진 아이들을 제때 밥 먹이고, 재우는 것도 어려웠다.
자녀가 건강한 게임이용습관을 들이게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는 점은 원론적으로는 맞다. 하지만 부모가 자녀를 지도할 역량이 준비되지 않았고, 취약한 아동은 방치될 수밖에 없어 일정부분 국가의 개입이 필요했다.
청소년은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랄 권리가 있다. 잘 자고, 잘 먹고, 적당히 공부하고, 운동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가치관을 정립하고, 건강한 몸으로 성장하고 몸에 대한 통제력과 사회성을 익히고, 정체성을 찾으며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가 지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균형 있는 일상생활과 수면의 질이 확보되어야 한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도 과다 이용이 문제가 되지만 게임의 경우 팀플레이가 끝날 때까지는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멈출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는 등 더 끊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런 이유로 셧다운 제도가 도입돼 유지되고 있고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다. 특히 밤12시 전에는 게임을 마무리하는 습관을 교육하는 효과도 발생했다. 밤 12시가 가까워지면 하던 게임을 마무리하고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세심한 청소년보호대책 마련 필요해
셧다운 제도 폐지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자녀와의 갈등에 대해 공포에 가까운 불안을 느끼는 부모들이 있다. 실효성이 없다고 하지만 그나마 기댈 수 있던 제도였기 때문이다. 실효성이 제한되어 있고 논란이 많음에도 셧다운 제도가 유지되는 이유다. 물론 셧다운 제도가 과몰입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완벽한 정책이 될 수 없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정책은 나올 수도 없다. 청소년 보호는 '핀셋 방역'처럼 적재적소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셧다운제도 그런 조치 중의 하나일 뿐이다.
셧다운제보다 게임산업진흥법의 시간선택제가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현재와 같은 방식이 아니라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부모의 접근성을 높인다면 효율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청소년 회원가입 시 부모 동의과정에서 시간선택제를 함께 고지하고 계좌관리통합시스템처럼 자녀가 가입되어있는 게임을 한꺼번에 확인해 이용시간을 조율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는 등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부모와 자녀와 소통하면서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부모에게 게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면 부모들의 지도 역량도 높아질 수 있다.
학교 수업도 쉬는 시간이 있는 것처럼 일정 시간 게임을 하면 멈추게 하여 쉬는 시간을 갖게 할 수도 있다. 지혜를 모으면 더 좋은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으로 강제하기 전에 업체에서 자율적으로 선도적인 방법을 찾아 시행할 수도 있다. 시간선택제를 강화한다고 반드시 셧다운제를 폐지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번 논의가 단순하게 폐지나 유지냐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셧다운제도를 포함한 청소년보호정책을 세심하게 평가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논의로 발전하기 바란다. 그리고 셧다운제도 보다 더 나은 대안이 나오기 전까지 폐지는 유보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