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에너지밀도 모두 잡는다 … 전고체전지 개발 열풍

2021-07-20 11:43:35 게재

고체 전해질로 화재위험 줄이고 에너지 밀도 높여

양산화 시점 기업마다 제각각, 내년부터 2030년까지

해결안된 기술적 문제와 경제성, 상용화 걸림돌

세계 기술기업들의 차세대배터리 개발 경쟁이 한창이다. 특히 전고체 전지는 가장 유력한 차세대 배터리 후보 중 하나다. 한발 앞서 개발하려는 업체들의 경쟁이 뜨겁다.


◆선두주자 일본, 상용화 시점도 앞서갈 수 있을까 = 전고체 전지는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뛰어들었으나 현재도 이렇다 할 완성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고체 전지 선두주자는 일본이다. 처음 개발에 나섰으며 특허 갯수도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이다. 도요타는 전고체 전지 상용화 시점을 2020년대 중반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 일본에서 전고체 전지가 처음 고안돼 2000년대초부터 연구됐다. 현재까지 상용화가 안된 데는 성능과 가격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판매 급증으로 리튬이온 전지시장이 확대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도요타는 2019년 1월 파나소닉과 합작사를 설립, 전고체 전지 개발에 나섰다. 지난해 8월 도쿄올림픽에서 선수촌 내를 운행하는 자율주행 버스 'e-palette'에 전고체 전지를 탑재할 예정이었으나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공개일정도 지연됐다.

도요타는 지난해 12월 10분만에 완전충전하고 주행거리 500km 가능한 전고체 전지를 개발해 올해 세계 최초로 전고체를 탑재한 시험 차량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인 니오도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해 니오데이 행사를 통해 150kWh 전고체 전지를 탑재해 주행거리 1000km의 ET7을 2022년부터 양산 공급한다고 밝혔다. 양극재는 니켈, 음극재는 실리콘 카본 복합제를 사용한다. 고체 전해질 재료는 산화물계와 폴리머계를 복수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오는 이 전고체 전지 에너지밀도를 360Wh/kg로 제시했다. 기존 하이니켈 삼원계(니켈비중 80% 기준)의 셀 기준 에너지 밀도는 250~260Wh/kg 수준이다. 전고체 전지를 탑재하면서 41% 에너지밀도 개선이 이뤄진 셈이다. 전고체 소재는 칭화대 투자기업 칭타오에너지가 개발 중이다.

미국 콜로라도대 연구팀에서 시작한 솔리드파워(Solid Power)는 BMW 포드 삼성벤처투자 현대크레들 등으로부터 전고체 전지 개발 투자를 유치했다. 2023년 전고체 전지를 양산하고 2025년 이를 탑재한 차량을 양산한다는 목표다.

빌게이츠 등이 투자해 시장 주목을 받은 퀀텀스케이프도 전고체 전지 개발에 나섰다. 퀀텀스케이프는 2010년 설립된 전고체 전지 개발 전문업체다. 폭스바겐은 2018년 이 회사와 전고체 양산 합작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리튬금속 음극재와 세라믹 전고체를 선택했다. 2022년까지 연구개발과 샘플 생산에 주력하고 2024년 양산검증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아직 매출은 없지만 빌 게이츠가 투자했다는 사실과 양산기술이 관심을 끌며 올초 시가총액이 430억달러를 상회하기도 했다. 이는 전통 완성차업체 포드를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현재는 조정을 거쳐 160억달러로 내려앉았다.

◆K-배터리 3사도 치열한 개발 경쟁 =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K-배터리 3사는 글로벌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했다. 3사 1~5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33.5%로 선전하고 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지난해 3월 전고체 전지 상용화를 막는 문제 가운데 하나인 덴드라이트(Dendrite, 수지상결정) 생성을 억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덴드라이트는 리튬이온전지에서 발생할 수 있다.

덴드라이트는 리튬 배터리 충전과정에서 음극 표면에 쌓이는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체를 말한다. 이는 리튬 이동을 방해해 배터리 성능을 저하시키고 이 가지들이 양극에 닿게 되면 합선돼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지난해 7월 음극 두께를 줄이고 은ㆍ탄소 나노입자를 코팅해 에너지 밀도 손상없이 덴드라이트 생성을 억제하는 기술을 개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발표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전고체 전지 상용화를 위해 덴드라이트 생성을 억제하는 기술 적용을 검토중"이라며 "상용화 시점은 2027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도 2019년 첨단소재사업본부를 신설해 이차전지 신소재 관련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전고체 전지를 비롯한 차세대전지 개발에 나섰다. LG화학 전지사업부문이 물적분할해 출범한 LG에너지솔루션이 소재를 제외한 전고체 전지 연구개발을 맡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회사는 전고체 전지 양산 시점 목표를 2027년으로 하고 있다"며 "국내 다수 소부장 업체와 공동개발 및 품질개선 활동을 강화하고 배터리 가치사슬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배터리로 전고체 전지 외에 리튬황배터리와 4원계 배터리도 개발중이다. 리튬황 전지는 리튬이온전지에 사용하는 니켈 코발트 등 희소금속 대신 매장량이 풍부한 황을 사용해 생산비용이 저렴하다. 리튬금속 음극재를 사용해 이론적인 최대 에너지 밀도가 리튬이온전지의 4배 이상이다.

김 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1일 '스토리 데이'에서 전고체전지 핵심 이슈를 해결하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기술을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덴드라이트 문제 해결에 접근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전고체 전지 개발을 위해 지난해 7월부터 리튬이온 배터리 시대를 연 인물이자 201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존 굿이너프 미 텍사스대 교수와 공동연구하고 있다"며 "리튬금속 형태의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고 상용화는 2030년 이전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고체 전지 충전 5~10분" = 전고체 전지의 장점은 현 리튬이온전지의 약점이기도 하다.

전고체 전지는 전기차에 가장 많이 쓰이는 리튬이온전지와 작동원리가 같다. 주요 구성요소도 비슷하다.

가장 큰 차이는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전해질에 있다. 리튬이온전지는 액체 또는 젤 상태인데 온도에 따라 동파ㆍ기화ㆍ팽창하거나 외부 충격으로 전해질이 누출될 경우 화재ㆍ폭발이 발생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전고체 전지는 고체 전해질을 사용함으로써 이같은 단점을 해소하고자 한다. 고체 전해질이 양극과 음극이 만나는 것을 막는 분리막 역할도 한다.

또 전고체 전지는 전해질이 고체이다 보니 따로 안전장치와 분리막이 필요하지 않다. 동일한 크기로 원가절감과 고용량 구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분리막이 필요없어 배터리 셀 부피가 줄고 원가가 절감된다.

화재위험이 없으므로 냉각장치도 필요없다. 냉각장치는 배터리팩 공간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이 공간에 추가적으로 배터리셀을 채워 넣어 에너지밀도를 높일 수 있다.

이처럼 전고체 전지는 셀 차원이나 배터리 팩 차원 모두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구조적으로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는 셈이다.

음극재에 리튬금속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전고체 전지의 큰 장점이다. 현재 리튬이온 전지는 음극재가 흑연이다. 흑연보다 용량이 10배 높은 리튬금속을 사용할 수 없는 이유는 화재ㆍ폭발 위험 때문이다.

전고체 전지는 이같은 위험이 없어 리튬금속을 음극재에 사용할 수 있게 돼 동일한 크기로 고용량 구현이 가능하다.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의 자료에 따르면 현 전기차용 배터리 에너지밀도는 kg당 300Wh를 한계로 보고 있다. 전고체 전지는 500Wh까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해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박사는 "전고체 전지는 용량을 지금의 두배로 늘릴 수 있으며 충전시간도 5~10분으로 크게 줄어든다"며 "전고체 전지는 차세대 전지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리튬이온 전지 성능개선과 경쟁해야" = 전고체 전지의 안전성과 높은 에너지 밀도라는 강점에도 상용화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 예측이다.

전고체 전지 개발에 뛰어들었다가 중단한 사례도 있다. 글로벌 가전업체 다이슨은 2015년 전고체 전지업체 Sakit3(미국)을 인수했다. 하지만 2018년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특허에 대한 라이선스를 포기하고 개발중단을 선언했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독일의 보쉬도 2015년 전고체 전지 스타트업 SEE0(미국)를 인수해 전지사업에 진출했다. 보쉬는 2018년 이 사업에서 철수했다.

전문가들이 꼽는 전고체 전지의 기술적 문제는 여전히 많다. 전고체 전지는 고체 전해질의 이온 이동성을 저하시키고 덴드라이트가 생성돼 충방전 효율을 떨어뜨린다.

정장훈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2차전지 산업분석 보고서에서 "고체 전해질을 양극과 음극 사이에 고르게 분포시키려면 해당 재료를 증착해야 하는 공정이 받쳐줘야 한다"며 "재료 선택과 검증, 공정 선택과 검증, 셀 완성단계와 검증, 파일럿, 양산 단계에 이르기까지 5~8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들은 리튬이온 기반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중이다. 이제 시장이 열리고 있는 상황이다. 양산까지 시간이 걸리는 전고체 전지가 대세가 되기까지는 리튬이온 전지가 주축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특히 리튬이온 전지 양극재 성능 개선으로 주행거리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모델을 중심으로 주행거리 500km 이상 전기차도 출시되고 있어 내연기관 차량과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다.

이영진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존 리튬이온 전지를 기반으로 설계된 전기차 모델의 본격 출시와 판매량 확대 시기는 2025~2028년에 분포된다"며 "전고체 전지 상용화는 2030년부터 대형 상용차량을 중심으로 서서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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