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경선 '과거·지지층'만 보다, 국면전환 때 놓칠라

2021-07-27 11:28:34 게재

민주 대선주자, 국회정상화 합의안에 시비

본경선 '미래' 중심 생산적 논쟁 기대 난망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여야가 합의한 국회정상화 방안을 시빗거리로 소환했다. 상임위 상전 노릇을 해 온 법사위 개혁을 명분으로 내걸지만 실상은 핵심 지지층 눈치보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해묵은 지역감정까지 소환했던 여권 대선주자들이 여전히 네거티브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는 양상이다. 본경선을 미래 비전을 놓고 생산적 논쟁의 장으로 끌고 가야 할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화하는 윤호중 원내대표와 윤관석 사무총장│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와 윤관석 사무총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주특별자치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법사위원장, 제1야당 몫으로 =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1대 후반기 국회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는 것으로 합의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국회 상임위 18개 중 여야 의석수를 반영해 11대 7로 상임위원장을 배분하기로 합의했다. 또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맡고,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기간을 현행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하기로 했다.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 범위를 벗어난 심사를 제한하는 국회법(86조 제3항 개정, 제5항 신설)을 통과시키기로 했다.

이같은 합의를 기반으로 여야는 4차 재난지원금 등이 포함된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민주당 안에서는 법사위를 야당에 내주는 것에 대한 반발이 이어졌다. 협상을 주도한 원내대표가 나서 '야당이 뒤집어씌운 독주의 족쇄를 벗어던진 만큼 개혁입법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지만 여야간 협상을 깨야 한다는 주장은 여전하다.

강성 당원들의 문자폭탄이 쏟아지고 대선주자들도 비판대열에 합류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잘못된 거래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6일 페이스북에서 "무소불위 권한을 가진 법사위를 야당에 내주는 것을 당원과 국민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당에 합의 재고를 요청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합리적인 국회 운영을 위해 법사위 원래의 역할을 복원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제도개혁을 선행한 뒤 법사위원장을 야당에게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감안해서 판단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여야 간 합의는 존중될 필요가 있다"며 반대입장을 냈다. '일하는 국회'를 위해 여야 합의로 타결된 결과를 경선 유불리에 따라 지지층 표심에만 맞춰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원들의 개혁에 대한 열망과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회를 끌어가야 한다는 여론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면서 "법사위 기능에 대한 조정이 전제가 되기 때문에 '개혁 포기'라는 비난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네거티브 공세, 국면전환 언제 = 민주당의 컷오프 대선 예비경선은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검증공세로 흘렀다. 이 지사의 돌출발언 대응이 나오면서 지지율의 변화를 가져왔고, 이낙연 전 대표의 상승세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4대기관의 7월 3주차 진보진영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19~21일. 1003명.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재명 33% 이낙연 18%였는데, 이 지사는 7월 1주와 비슷했고, 이 전 대표는 4%p 상승한 결과다. 예비경선을 거치면서 지지율에 변화가 나타나면서 여당 경선에 대한 관심도도 동반 상승했다는 평가다.

문제는 경선 내용이 지나치게 네거티브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지사가 공세적 태도로 전환하면서 이 전 대표 진영과 사사건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민주당 지도부가 네거티브 공방을 제어하기 위해 28일 열 예정인 '원팀 협약식'도 공방 소재가 됐다. 이 지사 측 열린캠프 박찬대 수석대변인은 26일 원팀 협약식에 대해 "고의적 사실 왜곡이나 조작, 그리고 사실에 근거한 검증이 아닌 명백한 흑색선전의 경우에는 당이 강력하게 해당 캠프나 인사를 제재한다'는 내용을 협약문에 반드시 포함할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이른바 '백제 논란'이 이 전 대표측의 고의적인 왜곡을 통한 부풀리기라는 주장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 측 필연캠프 오영훈 수석대변인은 "이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이 전 대표에게 '내가 보기에는 찬성표를 던진 것'이라고 언론을 통해 흑색선전을 일삼고 있다"고 반박했다. 중앙당 선관위와 이재명 캠프에 대리인 1대1 토론 등 사실 검증 시간을 갖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과거' 공세, 민심 흐름과 맞나 = 경선이 격화될 수록 내부 지지층을 겨냥한 메시지와 언급이 강화될 수 밖에 없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네거티브 소재로 동원한 정통성 시비나 과거사 논쟁이 대표적이다. 임기말에 들어간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지지도가 40%를 넘는 점도 주자들간 과거 경쟁에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야권 유력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보에 대한 비판적 평가 등이 겹치면서 여권 후보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돋보인 측면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자신의 지지율보다 더 높은 대통령을 상대로 차별화나 미래권력의 정당성을 주장하면 경선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강박관념이 클 것"이라며 "그렇다고 적극지지층에만 몰두하는 캠페인으로는 여론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이재명 지사가 대세론으로 진입하지 못한 1차적 원인은 예비경선에서 미래이슈를 의제화 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낙연 전 대표의 상승세가 지속되는냐 여부는 결국은 미래를 놓고 벌이는 싸움에서 경쟁력이 있느냐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본경선이 자영업·청년층의 좌절과 분노, 부동산 민심 대책 등 집권전략을 놓고 경쟁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TBS의 차기 대선성격 조사(23~24일. 1006명. 자동응답)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차기 대선에서 안정을 위해 여당 당선 44.5%, 정권 심판 위해 야권 후보 당선 48.4%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큰 차이를 보인다. 이념상 진보와 보수층에선 여당 당선(79.0%) 야권 당선(73.4%)으로 확실하게 나뉜다. 중도층에선 야권 당선 56.1%(여당 당선 37.2%) 무당층에선 야권 당선 52.4%(여당 당선 30.2%)였다. 직업군에선 가정주부 57.1%, 자영업 50.6%가 야권 당선 입장을 냈다. 여당 대선주자들이 힘을 쏟고 있는 과거 논쟁이 여당의 약한고리에 대한 수습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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