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자락에서 히말라야를 엿보다
강북구 '우이동 산악문화 허브'
전시→체험 중심 박물관 시도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됩니다. 사방을 한번 둘러보세요. 아- 길을 벗어났네요."
박겸수 서울 강북구청장이 특수 안경을 낀 채 계단을 오르내리는 가운데 홍옥선 엄홍길휴먼재단 사무처장이 연신 그를 독려한다. 박 구청장 앞·뒤에 배치된 화면에는 그가 낀 안경 속에 비칠 풍광이 펼쳐진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설산, 히말라야다. 가끔씩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까지 맞으며 7~8분쯤 계단을 올랐을까. 펄럭이는 태극기가 화면을 채운다. 정상이다.
서울 강북구가 북한산 자락에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우이동 산악문화 허브(H·U·B)'다. 허브는 히말라야 엄홍길 북한산의 영문 첫 글자를 딴 이름으로 강북구 공무원 공모를 통해 정했다. 히말라야에서 가장 높은 16좌를 모두 오른 엄 대장은 북한산을 오르며 도전정신을 키우는 강북구 미래세대 '희망원정대'를 지도하고 있다.
허브는 우이동 유원지사업에서 기부채납 받은 공간에 자리잡고 있다. 산악체험관 기획전시실 등 다양한 내부 시설 가운데 방문객들이 가장 즐길만한 요소는 엄홍길전시관 내에 있다. 박 구청장이 체험했듯 엄홍길 대장의 육성 안내에 따라 히말라야를 오를 수 있고 16좌 모형과 연결된 화면을 통해 그가 등정했던 루트를 살필 수 있다. 엄 대장의 도전기를 담은 영상은 실제 각 봉우리가 발밑에 펼쳐지듯 생생하다. 고 박병태·지현옥 대원과 고 나티 세르파 등 그와 도전을 함께 하다 산에 묻힌 이들도 만날 수 있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혼합한 산악체험관은 기초 산악훈련 장소이기도 하다. 지도 보는 방법, 매듭 묶는 법, 등산용품 사용법, 안전사고에 대처하는 방법을 비롯해 지구력 순발력 유연성 등을 기르는 훈련이 가능하다. 5~20㎏ 등산배낭을 메고 우이동 트레킹 코스를 걷거나 아무런 장비 없이 6~7m 암벽을 오르는 식이다.
수려한 북한산의 사계를 영상으로 만나는 재미도 있다. 매월당 김시습이 세종대왕이 제시한 시제에 따라 5살 때 지었다는 시 '삼각산(북한산의 옛 이름)'을 비롯해 암봉과 능선, 계곡 등 북한산의 역사와 풍경이 다양한 각도에서 펼쳐진다.
이밖에 기획전시실은 산과 관련된 그림과 사진 서적 등 전시나 등반보고회 등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한다. 곧 문을 연 카페는 우이령길이나 영봉 도봉산 등으로 향하는 등산객을 위한 만남의 광장으로 개방한다.
강북구는 무엇보다 허브가 전시 중심인 기존 박물관의 틀을 깨고 체험 중심으로 전환,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한다. 등산용품이나 사진 영상을 눈으로만 보는 곳이 아니라 북한산과 히말라야를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는 얘기다. 그래서 '새내기 산악인 육성장소'라고도 부른다. 박겸수 구청장은 "박물관 구성을 획기적으로 바꿔보자는 생각에서 체험에 중점을 두었다"며 "학생을 비롯한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찾아와 다양한 체험을 즐기고 난 뒤 '다시 찾고 싶다'는 얘기를 하고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북구는 다음달 말 정식으로 문을 열기 전까지 시설을 점검하며 방문객들이 무료로 관람·체험하도록 할 계획이다. 우이동 가족캠핑장이 지근거리에 있고 강북구 걷기코스인 '너랑나랑우리랑' '초대길' 등이 가까워 함께 즐길 수 있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허브는 산악문화와 도전정신이 융합해 탄생한 체험 시설"이라며 "서울을 찾는 관광객과 등산인이 반드시 찾는 거점 장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