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셋값 상승세 둔화, 전세비율 하락

2021-07-29 19:21:38 게재

임대차2법 시행 1년 … 신규 전셋값 상승률은 1.7배 껑충

지난해 7월말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시행 후 서울 전셋값 상승률은 이전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시장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기존 전세계약 갱신이 늘었기 때문이다. 재계약시 ‘임대료 인상 5% 제한’ 규정으로 서울 전체 전셋값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다만 신규 전세시장은 뜨거웠다. 전세물량이 줄었고, 임대료 상승률이 두배 가까이 높아졌다.


28일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전세가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31일 임대차2법 시행 후 9개월간(2020년 8월~2021년 4월) 서울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지수는 6.1% 상승했다. 시행전 9개월간(2019년 11월~2020년 7월) 상승률 8.8%보다 2.7% 포인트 낮은 수치다.

부동산원 전세 실거래가지수는 신규계약과 재계약(갱신)을 통합해 집계한 통계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임대차법 시행후 전셋값 상승률이 둔화된 것은 계약갱신 물량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전세계약을 2년 연장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은 대부분의 세입자가 임대료를 5%만 인상한 채 재계약한 것이다.

실제 국토부가 확정일자, 전입신고 자료 등을 토대로 서울 100대 아파트를 분석한 결과, 갱신율이 크게 높아졌다. 임대차법 시행 전 1년(2019년 9월~2020년 8월)은 평균 57.2%였으나 지난 5월엔 77.7%로 20.5% 포인트나 늘었다.

전국 전셋값 역시 임대차법 시행전 9.2% 상승에서 시행 후 9.3% 상승으로 0.1%포인트 올랐을 뿐이다.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시점에 따라 신규계약이 많았다가, 다음달 갱신이 많아지면 체감과 달리 낮아질수 있다”면서 “임대차2법의 시장안정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 전세가격을 봐도 마찬가지다. 임대차법 시행 전후 9개월간 전세가 변동을 보면 시행 전엔 560만6000→612만2000원(㎡ 당, 중위가격 기준)으로 9.2% 올랐다. 85㎡로 환산하면 4억7651만→5억2037만원이다.

반면 시행 후엔 612만2000→647만9000원으로 5.8% 올랐다. 환산하면 5억2037만→5억5072만원이다.

다만 신규 전세시장은 다르다. 급격히 달아올랐다. 계약갱신에 따른 ‘매물잠김’ 등으로 신규시장에 공급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규 전세가격은 임대차법 시행전 11개월간(2019년 9월~2020년 7월) 전국은 3.1%, 서울은 3.6% 상승했다. 그러나 시행 후 11개월간(2020년 8월~2021년 6월)은 각각 9.7%, 6.2% 올랐다. 법 시행 전보다 상승률이 전국은 2.7배, 서울은 1.7배 수준이다.

◆서울 전세거래 66%로 하락= 가격상승과 함께 임대차법 관련 쟁점중 하나가 ‘전세물량’이었다. 규제가 강화되면서 임대인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거나, 아예 임대차시장에서 나가버린다는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임대차법 시행 후인 지난해 8월~올해 5월말까지 10개월간 서울지역 전.월세거래는 16만1000건이었다. 이중 전세거래는 10만6000건으로 66%를 차지했다.

직전년 같은기간에는 전.월세거래 17만6000건, 전세거래 12만6000건(전세비중 71.8%)이었다. 전체 전.월세거래는 8.5% 줄었고, 전세비중도 5.8% 포인트 떨어졌다.

당초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강력한 정책시행에 따른 일시적 위축일 뿐 개선될 것이라는 반박이 있다. 지난해 하반기(8~12월)보다 올해 상반기 전세비중이 소폭 높아졌다는 점이 근거가 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엔 전세비중이 65.8%(7만6000건 중 5만건)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66.2%(8만5000건 중 5만6000건)로 늘었다.

최근 수년간의 전세흐름을 볼 때 70%를 넘어선 직전 2년이 예외적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임대인 실거주 갱신거절 개선필요 = 임대차법 시행 1년을 맞아 개선.보완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1~2년 후 전셋값 급등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이때 계약갱신 2년이 끝나고 신규로 계약해야 하는 세입자들이 쏟아져 나온다. 임대인이 4년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려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행법은 신규 계약시에는 임대료 상승률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서둘러 신규 계약자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신규 임대차 계약에 대해 임대료 '5% 상한' 적용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장의 입법사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요구가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는 28일 논평을 통해 “대도시 등 임대료 급등 지역에 신규임대차 임대료 인상률을 규제하는 방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독일 주요도시, 파리 등 유럽 도시 상당수가 도입한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재계약 갱신거절 사유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임대인 직계존비속 실거주시’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조항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세입자가 실거주 여부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고, 설사 허위로 밝혀져도 소송을 통해야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사실상 유명무실한 해결책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실제 이로 인해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채 울며겨자먹기로 임대인과 5% 넘는 임대료 인상을 합의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임대인 직계존비속이 실제 거주한다면 갱신거절이 가능한데 이 조항이 악용되는 사례가 많으므로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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