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신생아 유전체 검사' 수사 착수
2021-08-10 11:47:48 게재
경찰에 코스닥상장사-대형제약사 계열사 고발돼
금지된 유전자 검사가 쟁점 … 복지부도 현장조사
9일 경찰과 유전체 검사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혜화경찰서는 코스닥에 상장돼 있는 신생아 유전체 검사 기업 E사와 이 회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영업 등을 대행해 온 대형 제약사의 계열사인 바이오기업 B사에 대한 고발장을 지난달 접수하고 최근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고발 내용에 따르면 두 회사는 신생아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할 때 진단용이 아닌 연구용 칩을 사용해 현행법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 유전자 정보를 분석한 혐의를 받는다. 신생아 유전체 검사는 신생아의 혈액을 활용해 각종 유전성 질병을 조기에 찾아내는 검사 서비스다. 극소량의 신생아 혈액으로 신생아가 희귀 유전자 질환을 가지고 있는지 위험을 파악하고, 각종 발달장애 등의 가능성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점점 더 많은 부모들이 신생아 유전체 검사를 의뢰하는 추세다. 최근 들어서는 10명 중 1명 이상의 신생아가 관련 검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업체가 유전체 검사에 사용한 칩이 생명윤리법에서 명시하는 항목이 아닌 다른 항목의 유전자검사까지 하는지 여부다. 생명윤리법 제 50조 등을 보면 유전자 검사기관은 근이영양증이나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전질환, 보건복지부 고시에서 규정된 질환에 대해서만 배아 또는 태아를 대상으로 유전자검사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혈우병 등 189개 질환이 포함됐다. 또 같은 법 시행령 제20조에선 우울증 관련이나 치매, 호기심 관련 특정 유전자는 아예 검사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이 규정들을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앞서 두 업체는 같은 혐의로 보건복지부에도 신고된 바 있다. 신고자를 대리한 법무법인 린은 신고서에서 "E사와 B사가 신생아 유전체 검사에 사용하는 칩이 생명윤리법에서 명시하는 항목이 아닌 다른 항목의 유전자검사까지 진행하고 있다"면서 "해당 칩은 정해진 항목만 검사하는 진단용이 아니라 전 세계인의 유전적 특징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용 칩"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최근 두 회사에 현장조사를 나가 관련 자료를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자료들을 분석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김종원 교수(삼성의료원 진단검사의학과)는 "신생아 유전체 검사에서 사용하는 칩이 생명윤리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치매유전자나 호기심유전자 등을 모두 분석할 수 있는 칩이라면 이는 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전자 검사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업체 중에서는 법에서 명확하게 금지하는 부분도 검사를 해놓고서는 소비자에게 제공할 때만 관련 정보를 가리는 식으로 편법적인 일을 하기도 하는데 이런 부분도 확인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E사는 "경쟁업체에서 전혀 사실이 아닌 허위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경찰 수사에서 관련 내용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B사는 "유전체 검사 관련해서는 E사가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따로 입장을 낼 만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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