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동 요리창작소 '꿈을 요리하는 공간'

2021-08-11 12:31:27 게재

송파구 '신중년 새일찾기' 지원

상권분석·사업자등록까지 도움

"원래 음식하는 걸 좋아해요. 늦게 시작하는 만큼 내가 즐거운 일을 해보자 싶었지요."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지난달 말 문을 연 반찬가게 '찬뜰애'. 이경록(53) 대표는 몇달 전까지만 해도 대용량 음식을 할 때 양념 분량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재료와 궁합이 잘 맞는 양념은 무엇인지 배우던 수강생이었다. 송파구가 가락동 공유주방을 활용해 경력이 단절된 40~60대 신중년 새일찾기를 지원하는 '송파요리창작소'가 그의 배움터였다. 시누이와 공동 창업에 도전한 이 대표는 "남편이 퇴직하면 배달을 맡길 것"이라며 "3명 인건비 나올 정도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성수(오른쪽) 송파구청장이 창업의 꿈을 이룬 이경록(오른쪽에서 두번째) 대표를 응원하기 위해 반찬가게를 찾았다. 사진 송파구 제공


'송파요리창작소'는 송파구가 신중년층을 대상으로 특색있는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다. 경력이 단절된 40~60대가 사회에 다시 진입하도록 돕는 '신중년 새일찾기 프로젝트' 일환이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함께 하는 '상향적·협력적 일자리 창출 공모사업'에 지난해 선정, 예산을 확보했다.

최근 흐름인 먹거리와 한류음식 공유주방 등 '요리'와 관련된 내용을 일자리 사업에 접목했다. 공유주방을 활용해 조리·요식업 분야 경력단절 여성들을 대상으로 취·창업에 필요한 강좌를 운영하는 형태다. 전문 강사를 초빙한 강의와 자율 실습을 혼합, 수강생들이 자립의지를 키우도록 돕는다.

취약계층을 위한 반찬나눔 등 지역사회 공헌 활동도 연계한다. 매달 인근 복지관에 반찬을 제공, 수요조사와 맛평가도 겸한다. 송파구 관계자는 "오랜 기간 경력이 단절, 용기가 부족해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는 분들이 있다"며 "홀몸노인 밑반찬 나눔과 반찬기부 행사 등을 통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는 자신의 요리에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번에 6명씩 참가자를 소규모로 제한, 주기적인 심층면담을 진행한다. 취업을 희망하는 참가자들에는 다양한 취업정보를 제공하고 창업을 원하는 주민에는 창업매니저가 밀착 지원한다. 상권분석부터 목표 고객층 확인, 메뉴 개발과 홍보방법까지 함께 한다.

이경록 대표는 올해 반찬반 1기 수료생이다. 47세에 퇴직하면서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며 준비해왔는데 드디어 꿈을 이뤘다. 그는 "요리창작소에서 사업자 등록과 영업신고까지 창업 전 과정을 도와줬다"며 "이후에도 고객 대처법이나 새로운 메뉴 개발 등 사업이 안착할 때까지 지원해준다니 안심"이라고 말했다. 실제 개업하는 날 인근에 홍보물을 돌리고 시식용 반찬을 나눠주는 일도 요리창작소 일꾼들이 도맡았다. 이 대표와 함께 요리창작소에서 실력을 다진 2명은 취업을 택했고 후배 4명도 취업을 앞두고 있다.

짜임새 있는 교육과 취·창업 지원에 대한 참가자들 평가는 후하다. "실제 판매되는 반찬을 배우고 대량 음식을 효율적이고 맛있게 만드는 기술을 전수받았다"거나 "서비스교육 창업절차 포장법 등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는 평은 기본. "코로나19로 폐업을 하게 됐는데 이후 다시 음식점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거나 "새로운 메뉴와 요리법을 배우며 요리창작소가 나만의 레시피를 개발하는 장소가 됐다"고도 한다. 송파구 관계자는 "재취업뿐 아니라 요리를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주민들의 꿈을 요리하는 장소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송파구는 올해까지 운영성과를 살펴 중장기적으로 확대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초기 재정지원이나 청년 예술인과 연계한 디자인 개선 등 다양한 지원도 구상 중이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송파요리창작소를 통해 신중년층이 경력과 경험을 살려 취·창업의 꿈을 이루고 경제적 자립을 지속하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