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에게 석 달에 한번 연금 받듯이 보답하겠다"

2021-08-12 13:23:29 게재

신한금융, 분기배당 통해 ESG 경영 새 활로 모색 … 개인주주 지금보다 10%p 늘어날 것 기대

금융권 "리딩뱅크란 이런 것"

신한금융지주(회장 조용병)가 분기배당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금융주의 새로운 방향 전환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른 업종에 비해 파산하거나 영업실적이 급격히 출렁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융주의 특성을 살려 주주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ESG 경영의 새 활로라는 분석이다.

신한금융은 13일 이사회를 열어 분기배당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법상 분기배당은 상장기업만 할 수 있고, 영업실적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포스코 등 일부 초우량 기업만이 시행하고 있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반기 중간배당을 실시했고, KB금융과 우리금융지주가 반기 배당을 실시할 예정인 가운데 분기배당은 신한금융이 처음이다.


신한은 이번 분기배당으로 주주들이 시세차익을 노린 단기투자가 아닌 장기 보유를 통해 은퇴후에도 노후생활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겠다는 목표다. 실제로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 노후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예컨대 일반 예금금리는 이미 0%대 수준이고, 근로자 퇴직연금 수익률도 2%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신한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0.50% 수준으로 2019년(1.25%)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평균수익률은 2.58%로 2019년(2.25%)에 비해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에 비해 신한금융의 지난해 배당수익률은 5.57%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최근 신한금융 주가가 지난해 연말에 비해 오르면서 11일 종가 기준으로 3.83%로 하락했지만 연평균 4% 안팎의 안정적인 수익률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신한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 신한금융 제공

신한금융 관계자는 "최근 생활자금으로 즉시연금이나 주택연금을 가입하는 사람들이 많은 데 이러한 대안으로 신한금융 주식이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연 4~5% 수준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석 달에 한번 연금 받듯이 보답하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장기보유를 위한 주가의 안정성 측면에서도 금융주는 매력이 있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 비해 금융업은 성장성에 제한이 있지만 안정성은 가장 앞선다. 신한금융의 최근 10년간 주가 추이를 보더라도 2008년 11월(5만5500원) 최고점과 지난해 3월(2만1850원) 최저점의 차이가 두배 수준으로 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만이 가지는 안정적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더구나 분기배당을 실시하면 배당지급시기의 분산으로 배당락 등에 따른 주가의 변동성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국민연금과 해외 기관투자자는 그동안 배당의 분산지급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신한금융은 주가가 안정적인 수준에서 유지되고 높은 배당수익률이 보장될 경우 개인 주주가 보다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신한금융의 외국인 지분은 60%가 넘는다. 여기에 국민연금과 우리사주조합 등을 빼면 순수 개인 지분은 15%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분기배당을 실시하면 개인주주가 최대 20~25% 수준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신한금융의 분기배당과 관련 금융권에서는 리딩뱅크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그동안 언론이 결산실적 몇 백억원 차이로 리딩뱅크를 가르는 경향이 있었는데 진짜 시장의 리더는 판을 바꾸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번 신한금융의 결정은 다른 금융회사보다 한발 앞선 결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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