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대응 전략전환

"높은 접종률-낮은 중증자 발생 시점에 전략 바꿔야"

2021-08-20 11:35:18 게재

중환자 관리할 의료체계 항시 대비 … "마스크+거리두기+백신접종 3박자 대응, 치료제 나오기 전까지 지속"

코로나19의 4차유행 장기화와 더불어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대응이 이전과 달라야 한다는 의견들이 늘어나고 있다. 애초 400∼500명대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4차유행이 시작된 탓에 1000명대 이하로 쉽게 확진자가 줄어들 것 같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감염 속도가 빠른 델타변이가 우세종이 됐다. 더 센 변이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백신 접종자가 감염되는 돌파감염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백신접종에 올인했던 나라들이 높은 접종률을 믿고 방역을 풀다가 확진자 급증이라는 불안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반면 백신 접종자의 경우 중증화와 사망률은 매우 낮아지는 효과도 확인됐다.
이런 종합적인 측면을 고려해 보건의료 전문가들에게 코로나19 상황을 벗어날 출구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물었다.

코로나백신 접종률 믿고 '자유' 선택한 영국 | 영국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에 행인들이 마스크 미착용하고 모여 있다. 방역 규제를 대부분 해제한 7월 19일 이후 모습이다. 최근 신규 확진자가 2만6000명에 이른다. 연합뉴스

 


코로나19 4차유행이 장기화되고 지난 1년 7개월 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방역상황에 직면하면서 대응전략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내 신규 확진자가 7월 셋째주(18일∼24일) 일평균 1464.9명 발생한 이후 8월 둘째주(8일∼14일) 1780.3명으로 늘었다.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 거리두기 조치가 이어지고 있지만 감소세로 돌아서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연휴 휴가기간이 겹치면서 이동량은 되레 늘어났다. 방역당국도 8월 말까지 확산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방역상황의 위험지표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감염경로 미확인 비율이 7월 셋째주에는 28.3%였지만 8월 둘째주는 32.6%로 늘었다. 감염재생산지수는 같은 기간 1.09와 1.10으로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신규 집단감염 발생건수는 같은 기간 99건과 102건이었고 주평균 위중증 환자는 213명에서 377명으로 늘었다. 이러다 보니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중환자실은 450개에서 287개로 줄었다.

해변에서도 마스크는 필수 |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2000명 선을 넘나드는 가운데 여름휴가철이 막바지에 접어든 지난 18일 오후 강릉 경포해변에 마스크착용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방역조치로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방역당국도 기존조치에서 추가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런 가운데 확진자수를 4차유행 이전 수준으로 낮추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중증환자 위주로 관리하는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 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4차유행 이전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400∼500명대로 상당기간 지속 발생했다는 것은 이미 지역사회에 광범위하게 감염자가 퍼져있었다는 것"이라며 "1000명 이하로 다시 줄이기는 매우 어렵다. 중환자를 잘 치료해 사망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도 "좋은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는 중환자 대응능력을 강화하고 경증환자 자가치료와 지역치료체계를 개편해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델타변이 확산 속 마스크 중요성 재확인 = 이런 주장들이 나오는 것은 백신접종률을 높이는 것만으로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국내외 사례들이 많기 때문이다. 델타변이가 지배종이 된 지역이나 국가들은 높은 백신접종률을 달성했지만 마스크 미착용 등 완화된 방역조치를 취했다가 백신접종 이전의 수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대폭 증가했다.

영국의 경우 일일 신규확진자가 2만7000명, 이스라엘의 경우도 8000명이 넘었다. 하루 최다 기록을 가진 미국은 다시 12만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의 경우 7월 말 이후 요양병원 요양원 주간보호센터 7곳에서 접종완료자 134명이 감염됐다. 예방접종 완료자의 위중증 비율은 미접종자와 접종미완료자에 비해 1/4 수준으로 낮지만 위중증환자 7명, 사망자 3명이 발생했다.

방역당국은 완전접종률 80% 이상인 집단임에도 '델타변이' '고령의 기저질환자' '3밀 환경에서 장시간 지속 노출' 등으로 인해 발생률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최근 국내외 사례는 백신 미접종자가 있는만큼 접종자도 마스크 착용과 일정 거리두기 실천을 병행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준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변이가 방역대응에 변수라고 전문가들이 밝혀왔는데 예상보다 일찍 찾아왔다. 이제 백신접종만으로 코로나19를 전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해외에서도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를 병행하는 것이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서 중요하다고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나라가 4차유행에서도 파국을 막고 있는 것은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설대우 중앙대약대 교수는 최근 TBS '코로나 특보/최강썰전'에서 "우리 국민들의 높은 마스크 착용 때문에 1차 접종률만 높아져도 우리보다 높은 접종률을 보이는 외국보다 훨씬 뛰어난 방역효과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 70% 접종 완료, 50대 이상 접종완료 시점에 전환 고려 = 전문가들은 국민 70% 이상 접종이 완료되는 시점이나 고위험군 50대 이상 연령층의 접종이 완료되는 시점에서 기존 확진자 위주 대응에서 중증환자 관리체계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교수는 "국민 70% 이상이 2차접종까지 완료하고 의료기관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는 시점에서 현행 확진자수 위주의 방역 대응에서 중증환자 위주의 대응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노인을 포함한 고위험군 대부분이 백신을 맞은 후 치명률이 크게 낮아졌다. 돌파감염이 드물게 발생하지만 중증으로 발전하거나 사망할 가능성은 낮다"며 "50대 이상 연령층의 2차접종이 완료되는 시점을 기점으로 중환자를 잘 치료해 사망자를 줄이는 방역체계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종한 인하대의대 학장은 "전체 1차 접종률이 80% 선에 이르면 고위험군 접종이 거의 이뤄졌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때 방역 대응을 중증환자 위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증환자 관리체계로 전환하려면 이에 상응하는 대응의료체계가 갖춰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 정책위원장은 "외국 사례에서 보듯이 중환자 증가 가능성에 대비해 현재의 코로나19 대응병상과 인력을 2배 이상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보상해주는 병상만큼 환자를 진료하는 게 아니라 환자가 얼마나 되더라도 진료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상급종합병원을 감염병진료센터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위험 시설 종사자 접종 의무화해야 = 코로나19 대응이 중증환자 위주로 전환되면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많은 신규 확진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영국 이스라엘 미국 등의 사례에서 확인된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예방접종률이 70% 이상 올라가고 치명률이 인플루엔자 수준인 0.1%에 근접한다면, 확진자가 많이 늘어나더라도 중증환자 증가폭은 크지 않아 의료체계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병원 요양원 주야간보호센터 등 고위험군 시설·기관 종사자들에 대해서는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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