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노동전환│① 저탄소·디지털시대, 산업 대전환과 일자리 미래

내연자동차·석탄발전 분야 10만명 직무전환 지원

2021-08-24 11:21:30 게재

저탄소시대 산업 대전환 불가피 … 대량실업 등 고용충격 대비 '저탄소·디지털 신산업 분야' 기술훈련 강화

2019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연합(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121개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이 확대되면서 디지털 경제로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 저탄소·디지털 경제 전환은 전세계적인 흐름이다. 산업구조 변화 과정에서 신산업·신기술 분야 일자리는 늘어나지만, 고탄소·노동집약 산업에서는 대량실업이 발생하게 된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 전환 지원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지원방안은 산업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업·노동자·지역 피해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불균형 불평등 사회에서 고용충격도 차별화돼 나타난다. 산업전환과 노동전환의 매개고리는 직업교육훈련과 평생능력개발체계다.
산업전환 시대에 공정한 전환을 위한 직업교육훈련제도에 대해 고용노동 전문가들과 함께 진단한다.

삼성중공업 공동훈련센터에서는 조선업 LNG선 수주가 급증함에 따라 LNG선 화물창 방벽 건조를 위한 멤브레인 용접사를 양성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LNG선 건조 동종업계 최로 여성 멤브레인 용접사 3명을 배출하기도 했다. 사진 삼성중공업 제공


저탄소·디지털 경제 전환은 전세계적인 흐름이자 우리 경제성장과 안정을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산업구조 변화 과정에서 신산업·신기술 일자리는 늘어나지만, 고탄소·노동집약 산업의 정체와 축소에 따른 대량실업이 예상된다.

정부가 단기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와 석탄화력발전 등 일자리 감소가 예상되는 산업의 노동자 10만명을 대상으로 2025년까지 신산업 분야 직무전환 훈련에 나선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 전환 지원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기술·산업 혁신을 통해 저탄소·디지털 경제 전환을 촉진하고 이 과정에서 산업구조 변화가 초래할 수 있는 대량실업 등 고용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자동차산업은 수소·전기차 등 신차 생산 확대로 사업축소 등에 따른 인력조정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국내 수소차·전기차 판매 비중이 2030년이면 33.3%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2030년에는 전기차가 전세계 신차시장의 최대 2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9000여개 자동차 협력사 중 현재 미래차 부품 생산기업은 210여개로 2.3%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자동차산업 구조는 완성차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돼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축소는 완성차 7개사의 노동자 12만6000명뿐만 아니라 9000여개 협력사에서 일하는 22만명에게도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비·판매 종사자 28만명, 주유·금융업 종사자 등 54만명에게도 직·간접적인 충격이 예상된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따라 정부는 2034년까지 현재 58기 석탄화력발전소 중 절반인 28기를 폐쇄하고 이 가운데 24기는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한다.

발전사는 퇴직자 등 자연감소나 인력 재배치로 대응한다지만 6개 발전사 58기 석탄화력발전소 5600명과 원료운반 등 협력사 8000명의 인력조정이 불가피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철강·석유화학·정유·시멘트·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산업도 저탄소 경제를 위한 원료·공정 개선 등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경제의 디지털화는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 비대면 수요와 결합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이 가속화되고 있다. 자동화·온라인 대체가 용이한 일부 제조업 저숙련 직종 및 유통·금융 등 오프라인·대면서비스업 중심으로 일자리가 줄 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발표한 공정한 노동전환은 일자리 전망을 토대로 산업별 맞춤형 3가지 지원체계로 구축된다. 단기적으로는 내연기관 자동차·석탄화력발전 분야, 중장기적으로는 철강·정유 등의 대량실업을 막기 위해 노동전환 수요에 대응한다. 디지털 기술 도입에 따라 점진적으로 노동수요가 감소할 산업·직종에는 노동자들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도록 상시적인 직업전환에 대비한다.

정부는 우선 내연기관 자동차와 석탄화력발전 분야 노동자가 신산업 분야 직무로 전환할 수 있도록 '산업구조 대응 특화훈련' 사업을 신설한다. 재직자 수요조사를 거쳐 상시 훈련과정을 개설하고 노동자의 훈련비 부담을 면제하는 등 2025년까지 10만명을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경상남도에서 시범운용 중인 '장기유급휴가 훈련' 사업을 다른 지역으로 확대해 성장 유망직종으로 전환을 촉진한다. 2025년까지 4만명을 지원할 예정이다. 대기업이 협력사 재직자들을 대상으로 자체훈련 인프라를 제공하면 기존 공동훈련센터보다 지원 수준이 상향된다. '저탄소·디지털 전환 훈련'의 경우 최대 39억원까지 시설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재직자가 전직을 원하는 등 불가피한 인력조정이 발생할 경우 사전 전직 준비와 재취업 지원도 강화한다. 희망자가 전직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재취업 준비를 근로시간 단축 사유료 인정하고, 기업에 인건비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직자에 대해서는 맞춤형 훈련과정과 저금리(연 1%) 생계비 대부 등으로 재취업을 지원한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석탄화력발전 기업이 집중된 지역이 고용위기를 겪지 않도록 상생형 일자리와 산단 대개조 등을 통해 미래차와 신재생 에너지, 녹색산업 등 유망산업 육성을 지원한다.

중·장기적으로 노동전환이 예상되는 철강·정유·시멘트 산업에 대해서는 '노동전환 분석센터'를 설치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선제적으로 노동전환 지원체계를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전 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대책도 추진한다. 재직자를 대상으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신기술 분야 훈련을 제공하는 기업에 대해 훈련 과정 설계부터 훈련비 지원까지 '원스톱'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기업이 재직자에게 디지털 훈련을 제공할 경우 훈련비를 최대 90%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2025년까지 400만명이다.

또 전 국민의 평생 직업능력 향상을 위해 직업능력개발사업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국민 평생 직업능력 개발법'을 마련하고 정부의 직업훈련 사업인 '국민내일배움카드'에 디지털 역량 훈련도 포함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올해 중으로 관계부처와 함께 '선제적 기업·노동 전환 지원단'을 구성해 수요 발굴과 인프라 구축 등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번 대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추가적인 대책들도 준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고용부와 산업인력공단은 7월 26일 충남 천안 한국자동차연구원에서 '자동차산업 인적자원개발위원회'(자동차 ISC) 출범시키고 전기차와 수소차 등 미래차 중심의 급격한 전환과 내연기관 생산 축소에 대응해 인력양성과 재직자 직무전환 지원에 나섰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다음날인 27일 '기후변화와 산업노동연구회'를 발족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산업구조가 '공정한 노동전환'을 위한 사회적 대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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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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