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급등 스팩에서 불공정거래 혐의 적발"

2021-08-26 13:00:44 게재

거래소 기획감시 결과

과도한 주가변동 '주의'

한국거래소가 과도한 주가 급등 현상을 보인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기획 감시한 결과 일부 종목에서 불공정거래 혐의를 적발했다. 합병대상 기업의 확정 등과 상관없이 과열양상을 보이는 스팩의 경우 주가급락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5~6월 중 주가상승률이 과도했던 스팩 17종목을 대상으로 기획 감시를 실시한 결과, 7종목에서 불공정거래 혐의사항이 발견돼 심리의뢰를 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 7종목은 주가급등구간에서 일부 계좌의 이상호가 제출을 통한 시세조종 의심사안이 발견됐다.

지난 5월 말 기준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스팩은 모두 58종목이다. 이 중 올해 50% 이상 주가가 급등한 스팩주는 10종목이며 평균 주가 상승률은 129.9%에 달했다. 하루 중 주가 변동률이 상·하한가(±30%)를 기록하는 종목도 다수 출현했다. 5월말 최고가 이후 상장 스팩 중 단기(1~2일) 간 10% 이상 급락한 스팩주 35개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스팩의 주가가 단기 급등한 이후 다시 급락하거나 합병이 실패할 경우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기획감시에 착수했다.

거래소는 뚜렷한 이유 없이 주가 및 거래량이 급등하고 있는 스팩 종목을 대상으로 미공개정보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의 불공정거래에 대해 집중 분석한 결과, 혐의 종목에서 변동성 완화장치(VI) 발동에 따른 단일가 매매(2분) 시간중 예상가 및 매수·매도 양방향 시세에 관여하는 매매양태를 보인 계좌군을 찾아냈다. 이는 장중 가격이 급등해 정적VI가 발동하면 대량의 매수호가를 제출한 뒤 VI종료 직전 취소하는 방식이다.

일례로 A스팩은 오후 12시 10분쯤 시가(2120원) 대비 10% 이상 상승(2335원)하는 등 이상급등해 정적 VI에 돌입했다. 이때 한 계좌가 상한가 매수호가를 다량 제출하면서 예상체결가를 2335원에서 2735원으로 상승시켰다. 다른 투자자들의 추종 매수호가 제출을 유인한 셈이다. 그런데 이 계좌는 정적VI 종료 1분 전인 12시 11분께 대량의 매수호가를 취소했다. 이후 단일가매매는 주당 2345원으로 체결됐다. 해당 계좌는 장중 이상급등이 지속돼 12시 31분경 두 번째 정적VI에 돌입했을 때도 '매수호가 다량 제출 후 취소' 매매 양태를 반복했다. 실제 거래가 이뤄진 경우는 거의 없다. 스팩 17종목을 포함한 다수의 급등 종목에서 VI단일가 시간대 대규모 매수호가를 제출한 주요 계좌들의 평균적인 매수 체결율(호가수량 대비 체결수량)은 0~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감시위원회는 "합병대상 기업의 확정 등과 상관없이 과열양상을 보이는 스팩의 경우 주가급락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VI 단일가 시간대 예상가급변 종목 및 단주 매수·매도 체결이 과도하게 반복되는 종목에 대한 투자유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서류상 회사, 페이퍼컴퍼니를 지칭한다. 공모로 액면가에 신주를 발행해 다수의 개인투자자금을 모은 후 상장한 후 3년 내에 비상장 우량기업을 합병해야 한다. 스팩이 우량기업을 발굴해 인수·합병하면, 해당 기업은 스팩을 통해 주식시장에 우회상장할 수 있다. 3년 내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한 경우에는 상장폐지된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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