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50배 속도 6G 영토를 선점하라

2021-08-30 11:32:25 게재

글로벌 기업 사활건 개발 경쟁 … 자율주행·플라잉카 시대 필수 인프라

한국은 2019년 4월 세계 최초로 5세대(G) 이동통신을 상용화했다. 4G LTE에 비해 속도가 빨라졌을 뿐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가상(VR)·증강(AR)현실 등 실감형콘텐츠 산업이 성장하고 장비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등 산업적으로는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6G 기술 선점에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LG전자는 6G 테라헤르츠(THz) 대역을 활용, 실외에서 100m 무선 데이터 송수신에 성공했다. LG전자는 지난 13일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프라운호퍼 하인리히-헤르츠연구소에서 100m거리에 있는 베를린공대까지 6G 테라헤르츠 대역을 활용해 실외에서 통신신호를 직선거리 100m 이상 전송했다. 사진 LG전자 제공


국제 사회에서는 이동통신 세대가 통상 10년 주기로 전환되는 것을 고려할 때 6G 상용화를 2030년 쯤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와 업계는 6G가 미래 신산업 성장기반이 되는 핵심기술로서 국제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선제적인 기술개발 과 국제표준 선점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미국·중국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은 6G 기술패권 경쟁에 돌입했다. 미국은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 주도로 장기 연구개발에 착수한 이후 최근 한국 등 주요 우방국과 6G 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2019년 6G 전담기구를 출범했고, 일본도 2020년 민관 합동 '5G 이후 연합체(Beyond 5G 컨소시엄)'을 구성·운영 중이다.


이 같은 주요국 움직임에 발맞춰 우리 정부도 6G 관련 6대 중점 분야 10대 전략기술에 2025년까지 총 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6G 미래산업 성장 핵심기반 = 이동통신서비스는 일반적으로 속도에 따라 구분한다. 아직 국제적으로 6G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 각국 정부와 주요 기업들이 현재까지 제시한 6G에 대한 정의를 보면 최대 1테라비피에스(Tbps, 1초에 1조비트를 전송하는 속도)를 내는 통신망을 말한다. 5G의 이론상 최대 속도 20기가비피에스(Gbps)에 비해 50배 빠르다. 네트워크의 반응 속도를 의미하는 지연 시간은 5G의 10분의 1 수준인 0.1밀리초(1밀리초는 1000분의 1초)로 예상된다.

6G가 5G와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통신망이 지원하는 공간이 지상 10km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미래 모빌리티로 주목받고 있는 플라잉카와 드론 등을 통제하는 데 6G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6G 통신망 구축에 저궤도위성을 활용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는 위성·지상 간 통합 접속기술을 개발하고 2031년까지 총 14기의 검증용·실증용 저궤도 위성을 발사하는 '위성통신기술 발전전략'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테라헤르츠(THz) 대역 통신을 실험할 인공위성을 세계 최초로 쏘아 올렸다.

◆6G 시장 주도권 확보 총력 = 세계 주요 기업들도 6G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발걸을을 재촉하고 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3일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프라운호퍼 하인리히-헤르츠연구소에서 테라헤르츠 대역을 활용해 실외에서 통신신호를 직선거리 100m 이상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테라헤르츠 무선통신은 세계 각국이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6G 이동통신에서 핵심적인 기술이다.

LG전자와 프라운호퍼는 6G 테라헤르츠 대역에서 통신신호를 안정적으로 출력하는 전력 증폭기를 공동으로 개발했다. 6G 테라헤르츠와 같은 초광대역은 주파수 도달거리가 짧고, 안테나 송·수신 과정에서 전력 손실이 심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력 증폭기 개발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왔다.

LG전자는 지난 2019년 한국과학기술원과 함께 'LG-KAIST 6G 연구센터'를 설립한 데 이어 올해 3월 글로벌 무선통신 테스트 계측 장비 제조사 키사이트와 협업을 강화하는 등 6G 핵심 원천기술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5G 장비·단말에서 큰 성공을 거둔 삼성전자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2019년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통신연구센터를 설립했고, 지난해 7월에는 차세대 통신기술 비전을 제시한 6G 백서를 발표했다. 6월에는 6G 대역인 140GHz 대역 주파수를 활용해 송신기와 수신기가 15m 떨어진 거리에서 6.2G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구현했다.

노키아 애플 NTT도코모 등 글로벌 ICT 기업도 6G 연구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6G 담당 엔지니어를 채용하고 관련 업계와 협력하는 등 6G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노키아는 지난 7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이 주도하는 6G 연구 프로그램 RINGS에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RINGS는 '탄력적이고 지능적인 차세대 시스템'을 뜻하는 프로그램으로 6G 시대를 위한 미래 네트워크 기술개발을 위해 주요 학술 기관에 대한 자금지원 및 연구 커뮤니티 창설 등을 수행한다.

애플은 올해 2월 구인 광고를 내고 무선접속망용 차세대(6G) 무선통신시스템 연구·설계를 담당할 무선시스템 연구 엔지니어를 채용했다. 채용된 엔지니어는 6G 시스템 개념 정의, 혁신적인 아이디어 및 알고리즘 제안과 연구, 복잡한 시스템 시뮬레이션 수행 작업 등을 진행한다. 이번 채용은 5G 분야에서 경쟁사 대비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는 애플이 차세대 네트워크 개발 초기 단계부터 적극 나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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