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예술·역사 조화로운 '공원 속 미술관'
용산구 "용산동6가 이건희기증관 최적"
20여개 전문시설 연계, 특화거리 구상
용산국가공원 근현대유물 활용 계획도
"서울 도심에 1만평이 넘는 이 정도 공간은 없습니다. 정부와 서울시 땅이라 매입절차가 필요 없고 공원이라 평탄화 작업도 불필요하죠."
지하철 4호선과 경의중앙선 이촌역에서 걸어서 10분 남짓. 도심에서 보기 드문 아름드리 나무와 커다란 못이 어우러진 용산가족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용산구와 미군이 힘을 합쳐 10년 넘게 심은 감나무를 감상하며 오솔길을 따라 태극기공원까지 걷다 보면 시야가 확 트인다. 키 큰 나무 몇그루를 제외하면 거칠 것 없는 널따란 잔디밭. 매년 노년층 주민 1만여명을 초청해 잔치를 하던 이곳은 용산구가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가족이 기증한 미술품을 전시할 '이건희기증관' 최적지로 꼽는 문화체육관광부 부지(3만4431㎡)다. 서울시 땅( 3만9488㎡)과 맞닿아 있다.
용산구는 고 이병철 회장부터 삼성가가 이태원·한남동 일대에 둥지를 틀고 있다는 인연을 넘어 접근성과 역사성에서 이점이 뚜렷하다는 입장이다. 경부·호남·경원·경의선에 국철 1호선과 지하철 4·6호선이 지나는데다 신분당선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까지 연결될 예정이라 전국에서 찾기 쉽고 공항철도를 통해 외국인 접근도 손쉽다. 일부에서 '주 도로와 떨어져 있어 진입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지만 노원구 북서울미술관과 2023년 금천에 들어설 서서울미술관처럼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공원 속 미술관'에 제격이다.
특히 용산가족공원은 일제강점기 군사기지로 개발된 이래 미군부대가 오랜기간 주둔했고 미8군이 골프장으로 썼던 곳이다. 용산공원으로 넓히면 1882년 임오군란때 청나라를 시작으로 130여년간 외국군대가 주둔했던 땅이다. 성 구청장은 "이건희기증관을 짓게 되면 민족의 문화적 자존감 회복이라는 대명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울의 대표 자원인 남산과 한강 사이는 '박물관·미술관 도시'라 불릴 만큼 공공·민간 시설이 집적해있다. 문체부 부지와 숲속 오솔길로 통하는 국립중앙박물관, 가족공원 초입부와 연결된 국립한글박물관이 대표적이다. 삼성미술관 리움 등 한강로·한남동에 분포된 사립 미술관까지 더하면 20여곳에 달한다.
용산구는 2022년 문을 열 용산역사박물관을 중심으로 서빙고로 일대를 '박물관 특화거리'로 조성해 이건희기증관과 연계한다. 용산국가공원 부지에 산재한 근·현대 유물·유적 136점도 활용한다. 조선시대 왕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남단과 서울에서 유일하게 복개하지 않고 500m 가량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만초천 등이 기증관을 둘러싸고 남산 밑자락까지 펼쳐지는 셈이다.
관람 프로그램도 다듬고 있다. 중앙박물관-이건희기증관-리움을 잇는 '이건희 컬렉션 투어', 빛과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해 용산공원에 잔존할 등록문화재급 건물 130여동에 기증작품을 선보이는 '디지털 아트 전시회' 등이다. 성장현 구청장은 "미술품과 함께 야외 전시장같은 공원, 우리 문화유산을 한번에 즐길 수 있다"며 "기증관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활용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지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용산구는 현재까지 밑그림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더해 문체부에 제안할 방침이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남북 통일시대, 대륙철도가 연결되면 용산은 유라시아의 관문이 된다"며 "지난 6월 결성된 '이건희 미술품 특별관 용산건립 민간추진위원회' 등 힘을 모으고 있는 주민과 문화예술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