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통상' 협력 본보기 만든다

2021-09-01 10:43:01 게재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소부장·기후변화 챙겨

수장(首長)이 바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가 '산업-기술-통상 협력의 본보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9일 취임 이후 기업현장을 잇따라 방문, 소통강화에 나섰다. △기후변화·통상 태스크포스(TF) △백신허브 산업통상 지원 TF △공급망·기술통상 TF를 발족해 기업현안 점검, 주요국과 협력 강화, 수입규제 대응 방안 등도 직접 챙긴다.
여한구(오른쪽 두번째)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31일 경기도 화성시 소재 반도체 장비기업인 ASML 코리아를 방문해 주요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여 본부장은 지난달 31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 한국 지사 ASML 코리아를 방문했다. ASML은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공급 기업으로, ASML코리아는 한국내 반도체 제조기업에 공급된 장비의 재제조·유지 관리 등을 담당한다.

여 본부장은 이날 "ASML의 반도체 핵심장비와 초일류 기술이 한국의 글로벌 반도체 생산력·혁신 능력과 합쳐진 것은 윈윈 사례"라며 "국내 소부장 공급망을 튼튼하게 하는 '국부창출형' 산업·기술·통상 협력의 본보기"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요아나 도너바르트 주한네덜란드 대사도 참석해 "양국은 반도체 분야 핵심 파트너로서 네트워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통상교섭본부는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공급망·기술통상TF를 설치·운영할 계획이다.

앞서 여 본부장은 8월 19일 취임 첫 현장행보로, 백신 원부자재 중소기업이자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기업인 이셀을 찾았다. 이날은 코트라 바이오협회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관계기관과 함께 방문, 국내 백신 원부자재 공급기업과 해외 글로벌 백신 생산기업간 매칭 방안을 강구했다.

26일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공장을 둘러봤다. 주력산업인 철강의 친환경 전환을 통상측면에서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철강업계는 유럽연합(EU)이 최근 발표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비롯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환경분야 수입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여 본부장은 "우리 기업이 기후변화와 친환경시장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될 수 있도록 다각도로 지원할 것"이라며 "환경분야 수입규제가 우리 기업의 노력과 실정을 충분히 반영하고 지나친 행정부담이 되지 않도록 대외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우리나라 주요 파트너국들의 통상장관과 화상 면담도 적극 추진 중이다. 취임 4일차에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 캐서린 타이 대표와 미팅을 가졌다. 이어 호주·필리핀·콜롬비아·멕시코 장관과 디지털 무역협정, 태평양동맹 가입,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며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번 주에도 아세안 사무총장,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러시아·카자흐스탄 등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통상장관과의 화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여 본부장은 "지금 세계는 100년만에 인류를 공격한 팬데믹, 미중 패권경쟁 심화,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산업 공급망 구축 경쟁, 탄소중립 등 대전환기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 시장개방을 중심으로 하던 FTA 협상만이 통상의 전부가 아니다"면서 "공급망 기술패권 백신 디지털 기후변화 소부장 분야에서 통상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우리 기업들과 원팀(One Team)으로 산업경쟁력을 높여나가는 게 통상이 직면한 주요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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