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검거 마약 사범 80%가 '초범'

2021-09-06 12:13:03 게재

현재 방식 통계 작성한 2011년 이후 최대 … 인터넷 통해 접근 쉬워져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경찰에 검거된 마약사범 10명 중 8명이 초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거된 인원은 6501명이다.

이 중 초범 비율은 약 80%(5201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이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마약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부터 초범 비율이 80%에 이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초범 비율은 2018년 72.3%, 2019년 74.3%, 작년 78.5%로 증가하는 추세다.

초범 비율 증가는 젊은 층이 온라인을 통해 마약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마약 초범이 인터넷을 통해 마약을 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약 사범 중 10∼30대 비율은 올해 1∼7월 55.5%에 달했다. 청년층 비율은 2018년 40.7%, 2019년 48.8%, 작년 51.2%에 이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소량 직구 방식' 증가 = 실제로 올 상반기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로 국내로 유입된 마약 적발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158건)보다 무려 3배 이상 늘어난 605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상대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한 비대면 거래에 익숙한 젊은층으로 마약이 확산되면서 '소량 직구 방식'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 기간 항공 여행자를 통한 밀수는 4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2건)의 1/5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국제우편을 통한 밀수는 137건에서 올해 512건으로 3.7배가량 늘었다.

특송화물을 통한 밀수도 21건에서 93건으로 4.4배 증가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을 통해 소량(10g 이하)으로 마약류를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사례가 259건에 달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67건이 적발된 것에 비해 286%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다크웹이나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판단한다.

또한 마약 가격이 저렴해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터넷과 텔레그램에 마약 판매자가 내건 가격은 기존 소매가의 10∼20%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처벌뿐 아니라 치료도 중요 = 전문가들은 마약 초범의 재범을 막기 위해선 처벌뿐 아니라 치료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마약 중독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천영훈 참사랑병원 원장은 최근 내일신문과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하는 게 마약 중독자들이 쾌락추구를 위해 마약을 찾는다고 생각하는데 처음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중독 단계로 넘어가면 사실은 많은 환자들이 고통스러워서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다 약을 끊지 못하는 자기 모습을 보면서 자존감이 무너지고, 그러다 또 약에 손대는 악순환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어 천 원장은 "우리나라도 치료보호조건부 기소유예 등의 제도로 형사사법체계에 일부 치료 개념을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사실 사후관리가 거의 안 된다"면서 "조건부 기소유예가 늘어나고 있는 건 고무적이지만 치료조건부 기소유예를 내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철저하게 시행할 수 있도록 강제하고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등 좀 더 세부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유명무실해지는 걸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약물법원을 둬서 기소단계부터 중독자가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한다든지, 판사가 중심이 돼 중독자와 사례관리자를 정기적으로 불러서 치료성과는 어떤지, 중독자 모임에는 잘 참석했는지 등을 보고받고 그에 따라 성과가 좋으면 전과를 없애주기도 하고, 치료성과가 안 좋으면 바로 그 자리에서 구속을 시키기도 한다.

◆청소년 예방교육도 중요 = 또한 청소년 단계에서부터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와 달리 온라인상으로 마약 유통시장이 이동하면서 마약이 최신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10대를 포함한 젊은층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과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단속과 검거보다 마약류 사용에 따른 폐해를 알리고 경각심을 높이는 예방교육을 강조한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근본적으로는 아이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이런 노력과 함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마약류 등의 유혹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예방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학교보건법은 초·중·고에서 마약류를 포함한 약물의 오·남용과 중독을 막기 위한 예방교육을 매년 일정 시수 이상 실시하도록 의무화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교육 내용은 흡연·음주를 위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일부 실시되는 마약예방 교육도 강의식으로 진행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부 학교나 학부모들은 예방교육 이 청소년들의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낸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학교 차원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마약중독은 재활이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마약에 손을 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1998년 국가전략 이후 대부분 학교에서 마약예방 교육을 교과과정에 포함시켰다.

1990년대 청소년 마약사범이 급증한 미국에서도 2002년 국가가 나서서 청소년 마약 예방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교육부와 협력해 각급 학교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도록 했다. 특히 이들 국가는 마약 교육을 학교에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지역사회까지 참여하고 있다.

김형선 · 장세풍 기자 · 연합뉴스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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