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노동전환 | ② 특별기고-자동차산업의 도전과 과제

사회적 공론화로 노동전환 이행방안 만들어야

2021-09-07 11:48:11 게재

'디지털 변화', 기술적 특성과 시장트랜드 반영 … 부품업체 숙련향상·기술교육훈련 중요

2019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연합(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121개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이 확대되면서 디지털 경제로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 저탄소·디지털 경제 전환은 전세계적인 흐름이다. 산업구조 변화 과정에서 신산업·신기술 분야 일자리는 늘어나지만, 고탄소·노동집약 산업에서는 대량실업이 발생하게 된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 전환 지원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지원방안은 산업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업·노동자·지역 피해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불균형 불평등 사회에서 고용충격도 차별화돼 나타난다. 산업전환과 노동전환의 매개고리는 직업교육훈련과 평생능력개발체계다.
산업전환 시대에 공정한 전환을 위한 직업교육훈련제도에 대해 고용노동 전문가들과 함께 진단한다.

자동차산업 노사정 포럼 출범 |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노동전환을 위해서는 노사정 등이 참여한 사화적 공론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2019년 1월 서울 서초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서 열린 '자동차산업 노사정 포럼' 출범식. (왼쪽부터)장지상 산업연구원장,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정만기 회장, 민주노총 금속노조 김호규 위원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만재 위원장,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신달석 이사장,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원장.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대변되는 4차산업혁명이 노동과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이러한 논란 한가운데 자동차산업의 디지털화와 미래 자동차산업의 전망이 놓여있다.

현재 세계 자동차산업은 전동화, 자동화, 네트워크화와 공유화라는 4가지 도전에 봉착하고 있다. 이러한 4가지 기술적 특성과 시장 트랜드를 종합하는 개념으로 '디지털 전환'이 사용되고 있다.

◆가치사슬 내 개발·혁신을 둘러싼 경쟁 심화 = 디지털 전환은 생산과정의 디지털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제품과 서비스, 사업모델 등 자동차산업의 모든 부문을 완전히 바꾸는 새로운 추세를 의미한다.

이미 자동차는 금속으로 이뤄진 기계장치에서 전자 전기 및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높아진 종합 생활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새롭게 만들어지는 다양한 사업모델은 창업과 창직은 물론, 새로운 사업에 대한 엄청난 투자를 유발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현지 진출을 위한 생산입지로만 취급되던 해외공장의 역할과 위상도 변화하고 있다.

부품과 노동력 현지 조달은 물론, 연구개발 및 신제품 투자에 이르기까지 산업입지 사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디지털화와 네트워크화, 자동화로 인해 가치사슬 내 개발과 혁신을 둘러싼 경쟁속도도 더 빨라졌다.

자동차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생산현장의 직무, 숙련과 노동과정에도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 생산될 진정한 전기자동차는 바퀴 자체가 모터가 되거나 각 바퀴가 제각기 다른 모터로 구동될 것이다. 엔진에서 바퀴까지 가는 동력전달장치가 필요없게 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자동차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엔진과 기어박스, 크랭크축, 차동장치, 동력전달장치와 같은 복잡한 기계장치였다. 이런 핵심 부품들이 사라지면 전통적인 제조영역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신 정보기술, 전기전자장치가 연결되는 사업경계 부문이 더 중요해진다.

'전기이동성'이 본격화되면서 센서와 레이더 등 다양한 측정장치가 자동차에 들어간다. 자동차와 운전자 사이에 데이터 수집, 분석과 교류 등이 이뤄지고 있다. 이동성과 관련된 새로운 사업모델이 교통과 도시계획, 디지털 소통기술에 적용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일자리에 큰 영향 = 거대한 디지털 전환 추세는 기업과 산업의 생태계로 구성되는 자동차산업의 부가가치 창출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고용을 비롯한 일자리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독일의 'ELAB 2.0'(E-모빌리티와 고용 2.0) 보고서는 2030년 전기배터리자동차의 비중이 전체 자동차의 20%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 독일 자동차산업에서 필요인력 8만명이 감소할 것으로 본다. 전기차 비중이 80%로 늘어나면 필요인력 감소는 12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이처럼 자동차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고용에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새로운 산업의 파생효과를 고려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자동차산업을 바라보면 전망이 달라질 수도 있다.

오히려 디지털 전환의 내용에 따라 가치사슬의 구성이 변하고 이에 따라 새로 생기는 부가가치와 고용의 효과는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동화는 일단 현 자동차산업의 고용을 줄이는 변화를 가져오겠지만 자율주행차와 커넥트카, 이동성 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사업영역의 창출과 확산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따라 전체적인 고용효과는 큰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EU 2030 탄소감축 목표 55%로 상향 = 자동차산업의 대전환 과정에서 최근 들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이슈가 바로 기후위기다. 이산화탄소(CO2) 등 온실가스 감축을 포함하는 환경규제에 엄청난 가속도가 붙고있다.

2015년 11월 국제사회가 합의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2도(℃) 제한조치는 임계점에 봉착한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모든 이산화탄소 방출행위는 중단돼야 한다는 '탈탄소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선진국은 물론 전세계가 2050년까지 지구의 온도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수준에 비해 1.5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유럽연합(EU)는 2030년 탄소감축 목표를 기존 40%에서 55%로 상향조정하고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금지를 선언한 상태다. 미국 바이든정부도 5년 내 50만대 스쿨버스를 포함해 300만대의 공공차량을 탄소배출 제로차량으로 대체하고, 50만개 이상 공공 전기차충전소를 설치하겠다고 선언했다. 한마디로 자동차를 생산하는 주요 국가들 모두 내연기관 자동차를 클린카 또는 친환경차로 전환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탈탄소화 속도 느려 =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현대·기아차는 이산화탄소 절감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연기관의 효율성 향상, 그리고 전동화에 따른 자동차 리셋 등을 추진중이다.

다운사이징, 실린더 비활성화, 자동변속, 하이브리드기술, 저중량 설계 등을 통해 약 10~18%의 이산화탄소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동차 이동성 억제, 인프라 구축 지체, 그리고 전기차 생산의 저조한 증가세 등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탈탄소화는 아직 가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글로벌 규제조치는 개별 국가의 대응수준을 넘어서는 차원에서 진행중이다. 자동차산업과 운송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이러한 '산업전환' 추세는 디지털 전환을 더욱 가속화하고 노동과 일자리에 대한 부정적 영향도 심각해질 것이다.

◆자동차완성업체, 지식자원 중소부품업체와 공유해야 = 자동차산업의 산업전환 추세를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변화된 조건에 걸맞는 새로운 산업입지 경쟁력 강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 구동장치의 전동화 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은 미래 자동차산업의 핵심역량이다. 자동차산업의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필수적 조건이다.

배터리셀 제조, 자율주행 및 모빌리티 서비스 등이 이러한 디지털기술의 주요 영역이다. 이들 영역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과 벤처캐피탈 등 민간투자의 활성화가 중요하다.

이미 전환경영을 수행하고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입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치사슬로 묶여있는 원청업체가 전기이동성과 관련된 노하우와 연구개발 등 지식자원을 중소기업과 공유해야 한다. 이러한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정책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고 시장 위상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숙련향상과 기술교육훈련에 대한 원청업체의 지원정책이다.

◆노조 등 이해관계자 참여 중요 = 두번째로 중요한 것은 고용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사의 타협과 공동실천이다.

지속가능한 고용안정은 노동자로 하여금 숙련향상, 다기능화 등 변화추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자세를 요구한다. 이러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직업훈련과 재교육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산업구조와 생애주기에 조응하는 평생 직업능력개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전략적 인사관리, 직무재교육과 전직·재취업훈련 등은 자동차산업의 전환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자들의 능동적 참여가 중요하고 사전계획 수립과정에서 노사의 적극적인 협의가 꼭 필요하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인력은 재배치돼야 하고 새로운 사업영역에 합당한 전문인력이 양성돼야 한다. 자동차산업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디지털 전환을 제대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산업경쟁력의 질적 강화와 정의로운 노동전환에 대한 종합적인 이행방안을 사회적으로 공론화해야 한다.
 

이상호 한국폴리텍Ⅱ대학 학장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경상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올 3월까지 고용노동부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전문위원, 국회 정책보좌관, 민주노총정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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