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연계 권장과목

'전공연계 이수과목' 발표, 고교교육 지각변동

2021-09-08 11:40:43 게재

고교교육과 대학교육 연계성 강화 … 전공별 권장과목 제시, 자연과학-공학계열에 집중

지난 7월 서울대는 일찌감치 2024학년 대입 전형 예고 사항을 발표했다. 대입 전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4년 예고제에 따르면 내년 4월에 나와야 할 내용이다.

이유가 있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 따라 고교에서 선택해 배우는 과목이 대학공부와 연결될 수 있도록 '전공 연계 교과 이수 과목'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2024학년 입시를 치러야 하는 고1 학생들이 선택 과목을 결정하는 시기에 맞춘 발 빠른 발표였다.

모집 단위별로 전공 교수들이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내용 요소를 모두 검토한 뒤 제시했다는 '전공 연계 교과 이수 과목'은 필수 연계 과목인 '핵심 권장 과목'과 추천 성격의 '권장과목'으로 나뉜다.

특히 자연·공학 계열의 경우 모집 단위마다 '미적분' '기하' 외에도 '확률과 통계'가 공통적으로 제시된 곳이 많아 주목된다. 선택형 수능에 맞춰 인문 계열로 진학할 학생들은 '확률과 통계', 자연 계열로 진학할 학생들은 '미적분'을 택하도록 교육과정에 제한을 둔 학교들은 교육과정을 재검토하는 분위기다. 서울대의 발표가 고교 현장에 미칠 파장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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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는 '전공 연계 교과 이수 과목'을 발표한 취지에 대해 "교육과정 개정 취지에 따라 학생이 고등학교에서 선택해 배우는 과목이 진학을 희망하는 전공 교육과정과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도록 각 모집 단위 학문 분야의 특성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고교 교육과 대학 교육의 연계성을 내실화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전공 연계 교과 이수과목(표)은 '핵심 권장 과목'과 '권장 과목'으로 분류했다. 권장 과목은 해당 모집 단위 수학을 위해 교육과정에서 배우기를 추천하는 과목이고, 이 중 핵심 권장 과목은 필수 연계 과목의 성격이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관계자는 "핵심 권장 과목은 대학 수학에 필요한 필수 과목 성격이라면, 권장 과목은 되도록 공부하기를 바라는 과목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모집 단위별로 보면 인문대학과 경제학부를 제외한 사회과학대학, 경영대학, 소비자아동학부, 인문·사회 영역 사범대학, 미술·음악대학은 권장 과목이 제시되지 않았다. 학문 분야의 성격상 특정 과목으로 제한하기보다 '학생의 진로·적성에 따른 적극적인 선택 과목 이수를 권장한다'는 취지다.

부산시교육청 이성준 대입지원관은 "지나치게 분절적으로 모집 단위별 권장 과목을 제시하기보다 최소한으로 안내한 서울대의 선택은 적절했다고 본다"고 평했다.

◆권장 과목 제시, 자연과학-공학계열에 집중 = 권장 과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모집 단위는 주로 자연과학 계열과 공학 계열에 집중된다.

'미적분' '확률과 통계' '기하'를 비롯한 수학 과목과 전공과 직결된 과학 Ⅱ과목을 중심으로 제시한 것이 특징이다.

먼저 수리과학부와 통계학과는 수학이 중점적으로 활용되는 전공답게 '미적분' '확률과 통계' '기하'가 핵심 권장 과목으로 제시됐다. 공과대학의 핵심 권장 과목에서는 '미적분' '기하'와 함께 '물리학Ⅱ'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화학생물공학부는 '미적분' '기하'와 함께 '물리학' 또는 '생명과학Ⅱ'를 제시했다.

학생들이 흔히 화학이나 생명과학이 중요한 곳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화학공학과에서 출발한 전공답게 '물리학Ⅱ'를 기반으로 한 공대 성격이 강한 전공임을 알 수 있다. 실제 화학생물공학부 졸업생들은 정유 석유화학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산업체로 주로 진출한다.

농업생명과학대학 전공들은 대체로 '화학Ⅱ'와 '생명과학Ⅱ', '미적분'과 '기하' 중심으로 핵심 권장과목이 제시됐다.

다만 농경제사회학부는 '미적분'과 '확률과 통계'가 권장 과목이다. 인문·사회과학대학 중 유일하게 권장 과목이 제시된 경제학부와 동일하다.

농경제사회학부는 농업생명과학대학에 속해있지만, 경제학적 방법으로 농업과 식품산업, 국제 농업문제 등을 연구한다. 전공 과목의 60% 가량이 경제학이어서 졸업생들에게는 경제학사 학위가 수여된다.

경제학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이 공학 계열로 진학할 학생들과 '미적분'을 함께 공부할 때 성적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경제학을 공부할 때 '미적분'의 활용도가 높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의학 계열 전공들은 공통적으로 '생명과학Ⅰ' '생명과학Ⅱ'와 함께 '미적분' '확률과 통계' '기하'가 전공에 따라 권장 과목으로 안내됐다. 식품영양학과는 '화학Ⅱ' '생명과학Ⅱ'를 핵심 권장 과목으로, 의류학과는 '화학Ⅱ' '생명과학Ⅱ' 또는 '확률과 통계'를 권장 과목으로 제시했다.

사범대학 중 수학교육과는 '미적분' '확률과 통계' '기하'를, 지구과학교육과를 제외하고 물리교육과, 화학교육과, 생물교육과는 과학 Ⅱ과목을 각각 핵심 권장 과목으로 제시한 점도 확인해야 한다.

◆'확률과 통계' 높은 연계성 주목 = 이번 서울대 발표로 가장 이슈가 된 과목은 단연 '확률과 통계'다. 권장 과목이 제시된 모집 단위들은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확률과 통계'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관계자는 "'확률과 통계'는 인문·자연을 막론하고 기초 중의 기초인 과목"이라며 "공대에 진학하면서 '확률과 통계'를 배우지 않는다면 전공 공부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확률과 통계' 이수를 다양한 모집 단위에서 권장하는 것은 서울대만의 입장은 아니다. 명지대와 국민대, 서울여대, 숭실대가 발표한 '2015 개정 교육과정 시행에 따른 학생부 종합 전형 준비를 위한 선택 과목 가이드북'에서도 확인된다.

◆면접 평가와도 연결될 것, 과학 Ⅱ과목 충실히 이수해야 = 서울대는 이번 발표를 놓고 전공 연계 교과 이수 과목은 지원 자격과 무관하지만, 모집 단위가 권장하는 과목의 이수 여부는 수시 모집 서류 평가와 2023학년부터 도입되는 정시 모집 교과 평가에 반영한다고 밝혔다.

이성준 대입지원관은 "이번에 발표된 권장 과목은 면접 평가의 근거로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지원 전공에 필요한 과학 Ⅱ과목까지 충실히 공부하지 않으면 서류 평가를 통과하더라도 2단계 면접의 벽을 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애선 교육내일 기자 as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