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제도 준공적연금화 전략 필요"
국민연금보다 낮은 수익률에 몇 배 높은 수수료 문제
개인에게 방치된 퇴직연금 관리·운영 공적 전환해야
◆퇴직연금 '의무화+연금화' = 16일 오전 온라인으로 열린 국회 퇴직연금 개혁토론회에서는 현재 한국의 퇴직연금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과 함께 퇴직연금의 (준)공적연금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쏟아졌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안호영 의원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주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주관하며 퇴직연금 의무가입 및 사각지대해소 방안 등 실질적 개혁 이슈 전반을 검토하기 위해 마련됐다.
2025년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총인구의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하지만 노후보장체제는 미비한 수준이다. OECD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고, 51세~60세 국민연금 가입자 중에서 국민연금 수령액이 130만원이 넘는 가입자가 8%에 불과한 상태다. 퇴직연금은 낮은 수익률과 높은 수수료, 이마저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넓은 사각지대 등 노후 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퇴직연금 도입 16년이 지난 현재, 경제활동인구 대비 국민연금 커버리지는 약 80%, 퇴직연금의 커버리지는 약 27%로 일부 계층에 제한된 상태다.
양재진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기조발제를 통해 "퇴직연금이 국민연금과 함께 노후소득보장제도로 기능하는 방안을 찾아야한다"고 강조하며 노후소득보장의 다층체계 틀 안에서 퇴직연금의 준공적연금화(의무화+연금화)의 필요성과 방안을 제시했다. 양 교수는 "퇴직연금의 '의무화'는 퇴직연금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모든 상용직 근로자가 퇴지금이 아닌 퇴직연금에 가입하게 만들고, 퇴직연금의 '연금화'는 퇴직연금 수급을 일시금이 아닌 연금만 가능하게 해 국민연금의 낮은 급여를 보완하게 한다"며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으로 중간계층에게 최소한의 노후소득이 보장되면, 국가의 가용자원은 저소득계층 노인의 기초소득보장에 집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은 다른 OECD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다층체제의 노후소득보장제도를 갖추고 있다. 2층에 노후소득보장제도의 중추로서 사회보험방식의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이 있다. 1층에는 일반조세로 재원이 조달되는 기초연금이 있고, 공적부조인 기초생활보장제도와 함께 기초보장을 담당하고 있다. 3층에는 서구의 기업연금에 해당하는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이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더해 임의가입이지만 세제혜택을 받는 개인연금과 주택연금·농지연금이 최상층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층별로 기능 분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각 층에 요구되는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1층에서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의 노후소득을 보장해야 하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1인가구 생계급여 58만원에 크게 못 미친다. 2층의 국민연금에는 저축기능, 보험기능 그리고 소득재분배 기능이 혼재되어 있다.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은 기여 이력과 수급권이 연계되어 있는 사회보험의 한계로 인해 소득재분배의 잠재적 수혜자들인 취약계층이 대거 사각지대로 빠져 있다. 3층에 사적연금에 해당하는 퇴직연금이 있지만 한국의 퇴직(연)금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로부터 연금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름만 '연금'일 뿐 사외적립식 퇴직금처럼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은 사각지대도 넓다. 양 교수는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과 비교해 볼 때, 두 가지 단점을 갖고 있다"며 "첫째,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1.76%,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2.81%에 불과하는 등 퇴직연금 수익률이 크게 낮다는 점과 둘째, 퇴직연금의 수수료(총비용부담률)가 국민연금에 비해 높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준공적연금화란 △퇴직금에서 퇴직연금으로의 전환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퇴직연금 급여는 단계적으로 일시금이 아닌 '연금' 형태로 받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퇴직연금이 준공적 연금이 된다면, 중간층 이상 근로자의 노후소득 보장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퇴직연금이 영세사업장까지 적용이 확대되면, 저소득 노인의 소득원으로도 크게 기여하게 되면서 일반재정에서 동원되는 기초소득보장 비용의 절감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금형·디폴트옵션 중요 = 패널로 토론에 참여한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준공적연금화에 대해 "퇴직연금은 사적책임원리로 운영되는 사적연금이지만, 노후안전망의 위기에 대응하여 퇴직연금의 공공성을 강화한 정책 방향으로, 사각지대(가입), 저수익률(운용), 연금화(인출) 등에서의 제도적 개입 강화가 주된 과제"라고 설명했다.
송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임금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수익률 상태 지속으로 제도 자체가 위기에 처했다"며 "낮은 수익률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금형 제도로 전환과 DC형 연금의 지배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금형의 핵심은 운용수익률 결정의 90% 이상을 좌우하는 전략적 자산배분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기금운용위원회를 구성하고, 오로지 투자의 관점에서 투자의사결정을 수행하도록 제도화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분산투자원칙'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DC형 내부의 지배구조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송 연구위원은 "내년 4월 시작하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의 비용효율화모델(OCIO 모델) 대 국민연금 직접 참여, 근로복지공단모델의 확장(가입범위, 재정지원)이 그동안의 의 경험과 비용, 다른 기업복지제도의 연계 면에서 실행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장기적으로 퇴직연금관리공단으로 발전 비전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현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장은 "퇴직연금제도가 노후소득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퇴직연금 가입을 하지 않은 근로자가 너무 많고, 퇴직연금에 가입을 했더라도 은퇴연령까지 적립금을 운용하는 경우가 적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지난 4월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제도 도입을 통해 상시근로자 30인 이하 사업자 퇴직연금 도입률을 2019년 24%에서 2029년 43%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내년 중소퇴직기금이 제도 시행 초기 가입자를 많이 모을 수 있다면 public option(공공선택권)안의 취지를 구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내년 퇴직연금 시장에는 중소기업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전면 도입된다. 확정급여(DB)형 제도를 도입한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은 적립금 운용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