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전셋값 상승세 전년대비 둔화

2021-09-28 11:18:59 게재

임대차법 시행 1년 아파트 실거래가 분석 … 시민단체 “신규전세 최초 임차료 규제해야”

상반기 전셋값 상승률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말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법) 시행 직후 지난해말까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으나 올해 들어 상승세가 많이 완화됐다. 급작스런 임대차법 시행으로 인한 전세시장 혼돈이 점차 진정되는 모습이다. 다만 최근 전세시장이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에 따르면 상반기(1~6월) 전국 전세가격은 4.3%, 서울은 2.2% 상승했다. 지난해 상반기 전국 4.6%, 서울 4.4% 상승과 비교해 상승세가 다소 둔화됐다. 특히 서울은 상승률이 절반으로 꺾였다.

부동산원 실거래가 지수는 6월 집계가 최신자료다. 특히 계약갱신한 기존 전세와 신규 계약을 모두 집계하고 있다. 국토부가 서울지역 100개 아파트단지를 분석한 결과, 임대차법 개정으로 서울지역 세입자들의 계약갱신률이 57.2%에서 77.7%로 상승했다. 전세시장 80% 가량이 기존주택 재계약이라는 의미다. 신규주택 위주의 표본통계인 ‘주택가격동향’(주간.월간)보다 실거래가 지수가 현 전세시장 실태를 온전히 파악하는데 더 유용한 이유다.

대부분의 전세주택이 임대료 5% 인상제한을 받음에도 임대차법 시행 후 전세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신규주택의 전셋값이 그만큼 치솟았다는 얘기다.

임대차법 시행 후 11개월간(지난해 8월~올해 6월)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13.6% 올랐다. 2014년 실거래 지수 통계작성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직전 최고 상승률은 2014년 7월~2015년 6월 13.5%였다.

같은 기간 수도권과 서울도 각각 13.5%, 11.1%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모두 2014년(수도권.서울 15.8%)에 이어 두번째 높은 상승률이다.

한마디로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임대차법을 개정했지만 전세시장은 오히려 평년을 크게 웃도는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임대차법 시행을 실패한 정책으로 부르는 주요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미 임대차법 시행전부터 전세가는 가파른 상승세였다는 것이다. 임대차법이 그 상승세를 기대만큼 억누르지 못했을 뿐, 임대차법 시행이 전셋값 상승을 촉발시킨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실제 임대차법 시행 전 11개월(2019년 9월~2020년 7월)간 전세 실거래가는 전국 11.8%, 수도권 12.3%, 서울 10.9% 상승했다. 임대차법 시행후 같은 기간 상승률보다 약간 낮을 뿐이다.

특히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5~7월 상승세는 매우 가팔랐다. 3개월간 4.7%(월평균 1.6%) 올랐다. 3개월만 놓고 보면 임대차법 이후 11개월간 월평균 상승률(1.2%)을 웃돈다.

이강훈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은 “2020년 3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전세가격이 급격히 상승했다”며 “7월 임대차법이 개정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전셋값 상승세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게다가 임대차법 시행 1년을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면 상승률이 확연히 구분된다. 지난해 8~12월까지 5개월간 전국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는 8.9%, 서울은 8.7% 각각 상승했다. 상반기(전국 4.3%, 서울 2.2%)와 비교하면 큰 차이다. 임대차법 시행 직후 혼란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한편, 최근들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임대차법 보완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신규계약 임대료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임대료 인상 5% 상한 규정은 재계약(계약갱신)에만 해당된다. 이러다보니 ‘이중가격’이 등장하고 있다. 입지와 크기가 비슷한 아파트지만 신규와 재계약 간 전셋값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신규인 경우 계약갱신을 염두에 두고 집주인이 전세값을 크게 올려받는 것이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현재 신규계약시에는 임대료 상승률 제한이 없는데 이에 대한 제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신규계약시 임대료 10% 규정을 신설하거나 지금의 2+2인 계약갱신을 최소 2+2+2+2(8년)나 2+2+2+2+2(10년)로 늘리는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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