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정책 없는 산업은행, 기업 망치고 산업역량 훼손"
2021-10-01 11:43:49 게재
민주노총 산업은행 관리사업장 현장 증언대회
민주노총은 국회 정무위원회 민형배 의원(더불어민주당), 배진교 의원(정의당), 참여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산업은행 관리체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현장 증언대회를 열었다.
2019년 1월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대량실업을 우려하는 노동계의 반대에도 매각을 밀어붙였다. 2년 8개월째 표류하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은 관련 핵심 계약이 만료일을 넘기면서 또다시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30일 산업은행과 맺은 '현물출자 및 투자계약' 기간을 12월 31일까지로 연장한다고 공시했다.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승인은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LNG(액화천연가스)선 독과점 우려를 제기하며 심사를 늦추고 있고 통과될지도 미지수다. 대우조선지회는 이날부터 10월 1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청와대와 국회, 산업은행 앞에서 매각 반대 농성에 돌입했다.
신태호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지난 20년 동안 진행된 산업은행 관리를 "구조조정 대기상태 20년"이라고 규정했다. 신 수석부지부장은 "산업은행은 장기적 발전전망을 제시하지도 않고 오로지 금융적 측면으로만 운영했다"며 "지난 20여년간의 산업은행 관리체제는 손실은 정부가, 이익은 재벌이 가져가는 매각으로 귀결됐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한진칼과 8000억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심규덕 아시아나항공노조 위원장은 "국가 기간산업인 대형 항공사를 단 두달 만에 합병발표를 할 정도로 산업은행이 전문적인 이해와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채권단으로서 채권만 회수하면 기업의 존폐와 공익의 유무는 상관없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심 위원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가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남용이나 편법적 지배력 확대, 일감 몰아주기의 우려는 없는지 엄정한 판단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상철 건설기업노조 대우건설지부장은 "지난 10여년간 산업은행과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의 과도한 경영 간섭으로 대우건설의 역량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는 중흥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대우건설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심 지부장은 "이사회 구성에서 대우건설 경영진은 단 한명도 없으며 산업은행 관리체제가 '체질 개선의 목적보다는 용이한 매각을 위한 사전단계'로서, 총인원과 임금 관리, 검증되지 않은 협력업체의 다변화, 수주제한, 재무구조 개선, 핵심자산 효율화 등 경영 전반에 걸쳐 회사를 좌우한다"고 지적했다.
박용석 민주노동연구원장은 종합발제에서 "공적 관리기업의 부실한 운영과 친시장적 구조조정, 재벌 특혜성 매각이 산업은행 관리체제의 문제점"이라며 "산업은행은 기간산업 육성과 고용유지의 정책금융 개선으로 관리체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서 이수환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산업은행의 목적에 '고용의 안정과 촉진'을 명시하는 방안과 함께 최근 주목받고 있는 ESG(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정책금융기관의 역할로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남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의 변호사는 "기업구조조정심의위 설치나 국회에 의한 통제 등을 통해 산업은행의 사업과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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