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기택 초대 해양한림원 회장

"기후위기는 과학, 지금은 행동할 때"

2021-10-06 11:18:23 게재

CO2 이온형태로 해양에 저장 제안

이기택(56) 초대 한국해양한림원 회장이 내일신문과 인터뷰에서 공장굴뚝과 탄산염이 들어있는 관을 연결, 이를 바다로 보내 이산화탄소(CO2)를 해양에 이온형태로 보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지난달 30일 해양한림원 출범 심포지엄에서 "이산화탄소를 이온형태로 해양에 저장하자"고 주장한 것에 대한 부연 설명이다. 그의 제안은 당일 심포지엄에 참여한 해양한림원 초대 석학회원들의 관심을 끌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심포지엄 주제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해양학의 역할'이었다.

이 회장은 세계 과학계에도 큰 파급력을 가진 학자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지구과학 및 우주과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가진 미국지구물리학회(AGU) 석학회원으로 선정되기도 한 그는 해양탄소순환운동과 해양질소순환변동연구에서 업적을 쌓았다.

그가 발표한 100여편의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 논문 중 피인용 횟수 세계 상위 1% 논문만 7편, 지구과학 분야 상위 10% 논문이 90편 이상이다. 지난해 기준 그가 발표한 108편의 논문에 대한 총 피인용 횟수만 9990건이 넘는다.

그가 제안한 방안에 대해 4일 전화로 추가 인터뷰를 했다.

■이산화탄소는 자연상태에서도 해양에 이온형태로 저장된다. 인위적인 작용을 추가하자는 것인가.

그렇다. 이산화탄소는 바닷물과 반응할 때 탄산염(탄산칼슘)이 많을수록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중탄산이온으로 전환된다. 이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장치를 만들어서 이산화탄소를 해양에 이온형태로 저장할 수 있다. 석회석이나 굴껍질 등이 탄산칼슘인데, 굴껍질을 가루로 만들어 관에 채우고 바닷물을 넣은 다음 이산화탄소가 들어있는 공장배기가스를 통과시키면 3분의 2 정도는 관을 통과하면서 이온상태로 전환될 것이다. 공학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탄산염이 유기물 합성을 돕는 촉매역할을 하는데, 인위적으로 촉매를 더 많이 넣으면 해양생태계에 변화가 생기지 않나.

탄산칼슘이 녹으면 칼슘과 탄산염이 된다. 탄산염은 일반적인 영양염과 달라서 산호초 등 아주 특정한 플랑크톤이 성장하는 데 약간 도움을 주지만 부영양화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그리고 산호초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은 좋다. 지금 사라지고 있어 문제니까. 바다에는 이미 탄산염이 너무 많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이게 들어간다고 해양생물 성장률이 더 빨라지거나 많이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0%에 가깝다.

■이런 식으로 해서 바다속 탄소량이 급격히 증가하면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산업혁명 이후 배출된 이산화탄소량을 모두 이온형태로 해양에 저장해도 해양의 탄소비중은 1%도 추가되지 않는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비중이 0.04%에 불과하지만 사람의 활동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면서 기후위기가 생기는 것과 비교해 걱정하기도 하는데, 중탄산이온 상태로 바닷물에 저장돼도 해양생태계 변화는 거의 없다는 게 연구로 많이 확인됐다.

■굴껍질이 들어있는 관을 통해 공장굴뚝을 바로 바다로 연결하는 방식인가.

그렇다. 배기가스를 대기로 방출하면 호흡기 문제가 있다. 질산과 황산이 섞여 있으니까. 이것을 바다로 바로 보내면 질소나 황 오염도 해결할 수 있다. 질산은 바닷물에 들어가면 식물플랑크톤이 이용할 수 있는 비료가 되고, 황도 이온형태로 변하는데 0.1%도 증가하지 않는다. 이미 해양에 많은 물질이어서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선박연료배출을 규제할 때 이 방식을 왜 채택하지 않았나.

해양산성화를 우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질산과 황산은 바닷물 속에 있는 탄산이온과 중탄산에 의해 중화된다. 탄산칼슘 조개껍질에서 녹아나온 탄산이온이 산을 다 중화시킨다. 그냥 바닷물에 강산을 넣으면 조금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제안하는 시스템은 굴껍질을 넣은 관을 통과시키는 것이니까 다 중화된다.

■실증해 봤나.

아직 안 해 봤다. 이온형태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방식은 이산화탄소 감축 증명을 받을 때 시간이 걸릴 것이다. 중탄산이온으로 저장하려면 이온안정성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우리 환경부가 이를 허용해야 한다. 이산화탄소를 가장 싸고 가장 많이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산화탄소 감축은 인류가 직면한 주요 과제인데 왜 안 하나.

내가 가입해 있는 탄소중립위원회에도 제안해 봤지만 한 번 해보자는 정도는 아직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행동할 때지 될까 안될까 생각하면서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화학공학하는 사람들은 이 방안의 실효성을 금방 알더라. 탄소를 대량 배출하는 업체와 얘기하고 있다. 바닷물을 실험조에 담고 관을 연결해 실험한 후 실험 전·후를 비교해 바닷물 속 중탄산이온만 조금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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