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기택 초대 해양한림원 회장
"기후위기는 과학, 지금은 행동할 때"
CO2 이온형태로 해양에 저장 제안
이 회장은 세계 과학계에도 큰 파급력을 가진 학자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지구과학 및 우주과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가진 미국지구물리학회(AGU) 석학회원으로 선정되기도 한 그는 해양탄소순환운동과 해양질소순환변동연구에서 업적을 쌓았다.
그가 발표한 100여편의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 논문 중 피인용 횟수 세계 상위 1% 논문만 7편, 지구과학 분야 상위 10% 논문이 90편 이상이다. 지난해 기준 그가 발표한 108편의 논문에 대한 총 피인용 횟수만 9990건이 넘는다.
그가 제안한 방안에 대해 4일 전화로 추가 인터뷰를 했다.
■이산화탄소는 자연상태에서도 해양에 이온형태로 저장된다. 인위적인 작용을 추가하자는 것인가.
그렇다. 이산화탄소는 바닷물과 반응할 때 탄산염(탄산칼슘)이 많을수록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중탄산이온으로 전환된다. 이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장치를 만들어서 이산화탄소를 해양에 이온형태로 저장할 수 있다. 석회석이나 굴껍질 등이 탄산칼슘인데, 굴껍질을 가루로 만들어 관에 채우고 바닷물을 넣은 다음 이산화탄소가 들어있는 공장배기가스를 통과시키면 3분의 2 정도는 관을 통과하면서 이온상태로 전환될 것이다. 공학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탄산염이 유기물 합성을 돕는 촉매역할을 하는데, 인위적으로 촉매를 더 많이 넣으면 해양생태계에 변화가 생기지 않나.
탄산칼슘이 녹으면 칼슘과 탄산염이 된다. 탄산염은 일반적인 영양염과 달라서 산호초 등 아주 특정한 플랑크톤이 성장하는 데 약간 도움을 주지만 부영양화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그리고 산호초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은 좋다. 지금 사라지고 있어 문제니까. 바다에는 이미 탄산염이 너무 많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이게 들어간다고 해양생물 성장률이 더 빨라지거나 많이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0%에 가깝다.
■이런 식으로 해서 바다속 탄소량이 급격히 증가하면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산업혁명 이후 배출된 이산화탄소량을 모두 이온형태로 해양에 저장해도 해양의 탄소비중은 1%도 추가되지 않는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비중이 0.04%에 불과하지만 사람의 활동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면서 기후위기가 생기는 것과 비교해 걱정하기도 하는데, 중탄산이온 상태로 바닷물에 저장돼도 해양생태계 변화는 거의 없다는 게 연구로 많이 확인됐다.
■굴껍질이 들어있는 관을 통해 공장굴뚝을 바로 바다로 연결하는 방식인가.
그렇다. 배기가스를 대기로 방출하면 호흡기 문제가 있다. 질산과 황산이 섞여 있으니까. 이것을 바다로 바로 보내면 질소나 황 오염도 해결할 수 있다. 질산은 바닷물에 들어가면 식물플랑크톤이 이용할 수 있는 비료가 되고, 황도 이온형태로 변하는데 0.1%도 증가하지 않는다. 이미 해양에 많은 물질이어서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선박연료배출을 규제할 때 이 방식을 왜 채택하지 않았나.
해양산성화를 우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질산과 황산은 바닷물 속에 있는 탄산이온과 중탄산에 의해 중화된다. 탄산칼슘 조개껍질에서 녹아나온 탄산이온이 산을 다 중화시킨다. 그냥 바닷물에 강산을 넣으면 조금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제안하는 시스템은 굴껍질을 넣은 관을 통과시키는 것이니까 다 중화된다.
■실증해 봤나.
아직 안 해 봤다. 이온형태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방식은 이산화탄소 감축 증명을 받을 때 시간이 걸릴 것이다. 중탄산이온으로 저장하려면 이온안정성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우리 환경부가 이를 허용해야 한다. 이산화탄소를 가장 싸고 가장 많이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산화탄소 감축은 인류가 직면한 주요 과제인데 왜 안 하나.
내가 가입해 있는 탄소중립위원회에도 제안해 봤지만 한 번 해보자는 정도는 아직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행동할 때지 될까 안될까 생각하면서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화학공학하는 사람들은 이 방안의 실효성을 금방 알더라. 탄소를 대량 배출하는 업체와 얘기하고 있다. 바닷물을 실험조에 담고 관을 연결해 실험한 후 실험 전·후를 비교해 바닷물 속 중탄산이온만 조금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