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기업의 비밀│(38) 하이리움산업

액화수소 생산·저장 원천기술 보유

2021-10-06 11:51:16 게재

국내 유일 액화수소 제조기업 … 미국 에어택시 연료시스템 제공

수소(Hydrogen)는 화학주기율표의 가장 첫번째 화학 원소다. 우주에서 가장 흔하고 지구에 풍부하게 존재한다. 수소는 온실가스 배출이 없고 단위 질량당 에너지 밀도가 매우 높다.

수소는 유일한 친환경 무한에너지인 셈이다. 특히 수소는 친환경 모빌리티의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김서영 하이리움산업 대표가 지난달 8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수소모빌리티+쇼'에서 SK E&S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액화수소드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세계가 수소를 청정에너지원으로 주목하는 이유다. 글로벌기업들도 수소생태계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수소강국을 선언하고 생태계 구축에 들어갔다.

하이리움산업(대표 김서영)은 국내 최초로 액화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기술을 독자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국내외 수소산업계에서는 하이리움산업 능력을 이미 인정하고 있다.

최근 136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데서도 확인된다. 투자에는 현대차동차 포스코 SK가스 유니드 인지컨트롤스 대양금속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이 참여했다.

하이리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액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현재 액화수소를 기반으로 한 수소드론, 이동식 수소충전소, 수소모빌리티용 초경량 액화수소탱크 상용화에 성공했다. UAM(도심형항공모빌리티), 드론, 무인선박에 필요한 액화수소파워팩을 개발해 세계 유수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강원도 삼척시에 설치하는 국내 최초 하루 100kg급 수소액화플랜트 구축사업과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의 6000리터급 선박용 액화수소탱크 발주도 수주했다

하이리움이 액화수소 전문기업을 고집하는 데는 액화수소의 확장성과 편리성에 근거하고 있다.

액화수소는 중량대비 추력이 가장 큰 연료다. 기체 수소를 -253°C로 냉각하면 수소는 액화된다. 밀도는 기체 수소에 비해 800배에 이른다. 저압으로 보관이 가능해 가스보다 매우 안전하다. 액화수소가 우주발사체 주연료로 사용돼 왔던 이유다.

모빌리티의 경우 가스를 액체로 바꾸면 더 많은 에너지를 확보하고, 연료탱크 부피와 무게도 줄어 최고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실제 2019년 미국 알라카이(Alakai)가 개발한 세계 최초 에어택시 '스카이'에는 하이리움의 액화수소시스템을 장착했다. 기존 배터리 방식보다 비행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알라카이가 하이리움에 손을 내민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있더. 기존 배터리 기반 비행시간은 30분 정도에 불과했지만 액화수소 한번 충전으로 에어택시는 4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해졌다.

김서영 대표는 "가스 연료탱크는 연료를 최대한 많이 넣기 위해 고압으로 주입하고, 이 압력을 버티기 위해 연료탱크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며 "가스를 액화하면 부피가 800분의 1로 줄어들고, 연료탱크도 가스만큼 고압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 상대적으로 가벼워진다"고 설명했다.

하이리움에 따르면 수소차 연료를 수소가스에서 액화수소로 바꾸면 주행거리는 두배 가량 늘어난다. 연료탱크 무게는 가스탱크보다 약 30% 정도 가벼워진다. 운반할 때는 가스보다 10배 이상 수소를 더 싣게 된다.

김 대표는 "액화수소 저장과 운송이 용이해지면 수소 에너지를 활용한 모빌리티 환경이 빠르게 구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리움의 액화수소 기술력 확보 중심에는 김서영 대표가 있다. 그는 1990년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며 국내 수소 연구·발전의 초석을 닦은 국내 액화수소 연구 1세대다.

당시 수소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탓에 연구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2010년부터 수소 관련 국책연구을 맡아 국내 수소시대를 여는 데 기여했다.

2014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창업벤처기업으로 하이리움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액화수소산업에 뛰어 들었다. 이후 극저온 액화수소 제조와 저장기술을 자체 개발·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미래 친환경 모빌리티는 액화수소 저장과 운송 기술과 직결돼 있다"면서 "국가적 차원의 액화수소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SK 효성 두산 한국가스공사에서 2023년 이후부터 하루 최대 150톤 규모의 액화수소를 생산해 공급할 수 있는 액화수소플랜트 건설을 추진 중에 있다. 액화수소 활성화를 위해 법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국내 법과 제도가 정비될 때까지 이미 시행하고 있는 해외법규 기준안을 한시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제안했다.

규제개선도 필요하다. 수소연료탱크를 원통형으로만 고집하는 게 대표적인 규제다. 액화수소는 압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연료탱크 모양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국내는 액화천연가스(LNG)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외에서 다양한 제안을 받고 있고 2년 내에 국내에서 액화수소 수송용 차량과 저장탱크 수요가 늘 것이다. 하이리움에 유리한 환경이 펼쳐지는 셈이다." 김서영 대표는 미래를 밝게 전망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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