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도시 서울' 균형발전이 답이다 | 3. 공공기관 이전, 어디까지

"단순 이전 아닌 창의적 활용방안 세워야"

2021-10-07 11:19:22 게재

"강북 우선투자 전략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습니다."

서울시는 전임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인 지난 2018년 8월 시정 전 분야에 걸친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발표했다. 비강남권 4개 철도 노선을 재정사업으로 전환하고 1조원 규모의 균형발전특별회계를 조성, 낙후지역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발표 당시 가장 관심을 끈 것 중 하나는 공공기관 강북 이전이었다. 서울주택도시공사 등 주요 서울시 산하기관을 강북 지역 곳곳으로 옮기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공공기관 이전은 시장 교체, 불안정한 정치적 환경 등이 겹치면서 진척은커녕 이해당사자들 갈등만 키우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유치 확정" vs "결사 반대" = 시가 이전하겠다고 밝힌 산하기관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서울연구원, 인재개발원 등 3곳이다. SH는 현 강남구 개포동에서 중랑구 신내2지구, 서울연구원은 서초구에서 은평구 혁신파크, 인재개발원은 서초구에서 강북구 수유 영어마을로 각각 이전 할 것으로 예정됐다.

이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SH다. SH는 직원 수 약 1350명의 대형 기관이다. 임대주택 관련 업무로 공사에 방문하는 사람도 연간 10만명(공사 자체 추산)에 육박한다. 이전 후 지역과 연계한 경제 유발 효과가 클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해당 자치구인 중랑구는 SH의 조기 이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찌감치 도시계획 변경을 마치고 제도적 뒷받침을 위해 관련 조례도 정비했다. SH 직원을 위한 근무환경 개선책도 마련 중이다. 출퇴근이 불편한 직원들을 위한 숙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중랑구가 준비한 회심의 카드는 공연장 설치다. 공사 이전을 촉구하는 주민 여론을 확산하고 지역 문화 활성화에 필요한 공연장을 1만㎡ 이상 대규모로 신설하는 방안이다. 직원들은 물론 공사를 방문하는 타 자치구 시민들에게도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구 관계자는 "이전을 위한 협약은 물론 오세훈 시장도 선거 당시 'SH공사 신내동 이전 조기유치'를 공약한 만큼 당초 계획대로 내년 착공에 들어갈 수 있도록 서둘러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SH측 반발이다. 노조는 물론 직원들 다수가 이전에 거세게 반대하고 있어서다. SH에서 내세우는 핵심 반대 논리는 '접근성'이다. 공공임대주택을 짓고 관리하는 업무 특성상 SH에는 연간 약 10만명의 시민이 방문한다. 교통 편의성이 뛰어난 지금의 자리를 두고 중랑구로 이전하는 것은 시민 불편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막대한 신축 공사비도 반대 이유로 든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렵고 시 재정도 빠듯한 상황에서 경제적 실익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투자를 감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공사 측 주장이다. 서울시가 실시한 이전 관련 용역 결과 신사옥 건립에는 4370억원이 소요되며 이중 3200억원은 현 사옥 매각대금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SH에 비해 서울연구원과 인재개발원은 조용한 편이다. 기관 특성상 위치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데다 규모도 크지 않아 내부 동요도 적다.

다만 이들 기관 이전에서 '플러스 알파'는 눈여겨볼 대목이다. 단순한 건물 이전이 아닌 이전 과정에서 추가 기능이 보태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재개발원의 경우 이전 계획에 강북 지역민을 위한 평생교육원을 함께 만드는 구상이 담겨 있다.

서울연구원 이전은 오 시장 공약과 충돌한다. 오 시장은 연구원 이전 예정지인 은평 혁신파크를 공공주택과 쇼핑몰이 결합된 복합 단지로 만들겠다고 선거 당시 공약했다.

공공기관 이전이 지지부진한 데는 발표 주체와 실행 주체가 달라진 것 뿐 아니라 불안정한 정치적 환경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 오세훈 시장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공공기관 이전은 투자심사, 관련 용역, 시의회 의결 등 거쳐야할 과정이 많다. 짧은 임기 내에 밀어부치기엔 간단치 않은 사안인 셈이다.

공공기관 이전 문제를 다각도에서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한 건물 이전이 아닌 이전 후 추가될 건물과 사업, 이전으로 확보되는 알짜배기 강남 땅 활용성 등 다양한 문제를 함께 고려한 종합적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기관 이전에 대한 다른 시각도 감지된다. 기관 이전이 강남북 불균형 해소에 상징적 조치이긴 하나 경제 유발효과 등 실익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시 관계자는 "강납북 균형발전이라는 본래 취지를 담으려면 신도심권 개발, 맞춤형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등이 기관 이전 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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