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디 배터리, 중국 전기차 수출 돌파구

2021-10-13 10:51:53 게재

FT "값싸고 안전한 리튬인산철 배터리 … 비야디, 배터리 핵심플랫폼 노려"

중국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는 올 여름부터 빨강색 '탕'(Tang) 전기 SUV를 노르웨이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노르웨이는 배터리 구동 전기차를 전세계 가장 빨리 흡수하는 국가다.

중국 당나라의 이름을 딴 탕은 비야디가 자체적으로 만든 리튬배터리로 구동된다. 비야디는 이 배터리 기술이 글로벌 차 업계의 핵심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비야디의 첫번째 노르웨이 고객인 페르 리안은 건물 환기시설 제조기업의 판매원으로 일한다. 그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노르웨이 사람들은 중국차를 구매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저렴한 비용에 상당한 주행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 때문에 1년 4000km 정도 차를 굴린다는 그는 "중국차가 노르웨이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본다"며 "나는 탕 품질이 우수하다고 여긴다. 가장 중요한 건 가격이다. 테슬라를 사려면 비야디의 2배 많은 돈을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야디는 1995년 설립해 소비가전에 들어가는 리튬배터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는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굵직한 회사로 발돋움했다. 수년 전부터 자체적인 전기차를 개발해 중국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일궜다. 비야디는 현재 전세계 2위 전기버스 생산기업이자 4위 전기차 제조사다.

비야디 성공의 핵심은 배터리기술이다. 화석연료 구동차보다 전기차 구동 비용이 더 낮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에 터닝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비야디 배터리는 얇고 길쭉한 모양 때문에 '블레이드'(blade·칼날)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리튬, 철과 같이 지구에 풍부한 원료를 사용한다. 많은 경쟁업체들이 사용하는 논란 많은 코발트나 니켈은 사용하지 않는다. 비야디는 블레이드 배터리가 같은 크기의 타사 배터리보다 50% 더 많은 에너지를 담는다고 설명한다.

비야디의 해외시장 개척은 새로운 전기차 산업이 어떻게 발전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지다. 중국의 전기차 굴기에 상당한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

지난 세기 전세계 주요 자동차 기업들은 내연기관 엔진에 의존했다. 메르세데스 밴츠와 다임러는 초창기 엔진설계로 사업을 키웠고, 폭스바겐은 '독일 공학계의 위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중국 기업들은 이제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비야디는 그중 가장 두드러진다. 이제 관심은 배터리에서 갖는 입지를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도 드러낼 수 있느냐다.

홍콩 소재 하이퉁국제증권 애널리스트인 지쉬는 "중국 전기차들은 내연기관엔진차보다 성공하기 어렵다. 유럽과 미국의 자동차기업들은 엔진을 만든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차 제조사들이 하룻밤 새 그들을 따라잡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는 다르다. 구조가 단순하다. 중국 차업계는 배터리와 관련해 더 우수한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야디의 급속성장으로 창업자 왕촨푸와 초기 투자자 워런 버핏은 큰 부를 거머쥐었다.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는 2008년 비야디 주식 10%를 2억3200만달러에 사들였다. 현재 3000퍼센트 넘게 올라 69억달러에 달한다. 버크셔해서웨이의 투자 목록 중 애플에 이어 두번째 큰 규모의 성공사례다.

비야디는 전기차 수출 외에도 테슬라 등 주요 전기차 기업들에 자사 배터리를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그리고 도요타와 합작법인을 만들었다. 비야디가 전세계 가장 가치 있는 배터리 공급업체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중국의 전기차 산업 지배력에 큰 몫을 할 수 있다.

케언에너지리서치어드바이저스의 이사인 샘 재프는 "중국은 전기차 수출국이 되는 초기 단계에 있다"며 "비야디는 매우 유리한 입지에 섰다. 비야디는 배터리를 앞세워 전기차 대중시장에서 보다 신속한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10년 전 중국 또는 비야디가 배터리와 전기차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점친 이는 거의 없었다. 당시는 도요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가 대세였고, 파나소닉이 글로벌 배터리업계를 좌우하던 시절이었다. 수백 곳에 이르는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은 낮은 품질의 배터리를 휴대폰이나 노트북에 제공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버핏은 비야디의 잠재력을 꿰뚫은 극소수 인물 중 하나였다. 이는 창업자 왕촨푸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버핏의 오른팔인 찰리 멍거는 왕촨푸를 가리켜 '천재 과학자 토머스 에디슨과 제너럴일렉트릭 전 회장 잭 웰치를 섞어놓은 인물'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멍거가 비야디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리 루 덕분이다. 중국의 헤지펀드 매니저로 저명한 가치투자자다. 리는 1989년 천안문 시위를 이끈 학생지도자였다. 그는 중국 당국의 1급 수배대상이었다. 그는 프랑스로 도피했고 이후 미국으로 옮겨 컬럼비아대에서 수학했다.

그는 대학에서 버핏의 강의를 들은 뒤 신념에 찬 가치투자자가 됐다. 멍거와 교분을 쌓았고 이후 자신의 이름을 내건 펀드를 만들었다. 멍거는 리의 펀드를 통해 처음 비야디에 투자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멍거는 비야디 상장주식의 6%를 소유하고 있다.

멍거는 올해 2월 인터뷰에서 "나는 비야디처럼 치솟는 주식을 보유하는 일이 매우 드물다. 나는 아직 체계를 이뤘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냥 따라가면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외의 국가들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전기차 배터리는 코발트와 니켈을 사용한다. 이는 원자재 부족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 전세계 코발트의 60% 이상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나온다. 니켈의 대부분은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된다. 광산업이 생물다양성 우림을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는 곳이다. 또 니켈 처리과정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진행된다.

니켈 가격은 지난해 25%, 코발트는 59% 상승했다. 전기차 제조사들에게 비용 압박을 가하는 주 요인이다.

비야디의 배터리는 많은 경쟁업체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원료수급 문제를 극복했다. 비야디가 통달한 리튬이온 기술은 201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존 구디너프와 옥스퍼드대, 오스틴 텍사스대 교수인 아루무감 만티람이 1980년대 후반 옥스퍼드대와 텍사스대에서 발견한 개념에 기반해 발명한 것이다. 비야디의 배터리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다. 리튬과 철, 인산염만 사용한다. 모두 지표상 풍부한 재료들이다. 이 배터리엔 니켈이나 코발트가 필요치 않다.

만티람 교수는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실제로 쓰이는 일은 적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도성이 낮고 에너지 저장 능력이 제한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니가 1991년 캠코더에 상업적으로 활용한 첫번째 리튬이온 배터리엔 리튬과 코발트가 들어갔다. 이후 배터리 파워를 늘리기 위해 리튬이온 배터리에 니켈이 보태졌다. 덕분에 배터리를 전기차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비야디는 배터리 설계 공학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배터리에 담을 수 있는 에너지 양을 늘렸다. 대부분의 자동차 배터리는 양극판과 음극판이 조합된 셀을 모듈에 삽입한다. 그리고 모듈들을 하나로 모아 팩을 만든다. 비야디는 중간과정을 없애고 단순하게 만들었다. 얇고 기다란 배터리 셀을 배터리 팩에 직접 집어넣었다.

비야디의 블레이드 배터리는 길이 96cm 너비 9cm다. 전통의 리튬인산철 배터리와 비교해 50% 더 많은 셀들을 배터리 팩에 집어넣을 수 있다. 비야디가 노르웨이에 수출하는 탕 전기차는 한번 충전으로 400km를 달릴 수 있다. 테슬라 모델3과 비슷한 주행거리다. 또 비야디 배터리는 재활용이 쉽고, 총 주행거리는 100만km 이상이다.

영국 소재 배터리기업 '파라디온'의 공동창업자이자 수석과학자인 제리 바커는 "동일한 재료를 갖고도 비야디는 최적화에 뛰어났다. 매우 큰 배터리셀로 만들었다. 에너지 밀집도가 더 낮은 음극재료를 갖고도 더 큰 배터리팩을 만들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가성비가 더 높은 결과를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야디 배터리의 안전성도 우수하다는 평가다. 전기차 제조사들에게 배터리 안전성은 매우 중요한 측면이다. 배터리가 고장나면 더 많은 비용이 드는 리콜 사태를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제너럴모터스(GM)는 2016년 이후 판매한 14만대 이상의 쉐보레 볼트를 리콜했다. 배터리 화재 위험성 때문이다. 지난달 GM은 아직 리콜에 응하지 않은 볼트 소유자들에게 '다른 차와 50m 이상 떨어져 주차하라'는 경고를 보냈다.

배터리를 못으로 찔러 발생하는 열을 측정하는 '네일침투' 표준 테스트에서 비야디는 자사의 블레이드 배터리는 연기나 화재를 내지 않았고, 30~60도씨 온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전기차 배터리는 500도씨 이상으로 뜨거워져 불에 탔다고 주장했다.

창업자 왕촨푸는 지난달 "안전은 전기차에서 가장 비중이 큰 럭셔리"라고 말했다. 그는 자사의 배터리가 얼마나 안전한지를 보여주기 위해 공개적으로 배터리액을 마시기도 했다.

비야디는 배터리 사업을 별도법인으로 떼어내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비야디의 전기차 배터리 매출이 2020~2023년 66%의 연복리 성장률(CAGR)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비야디의 목표는 2025년 100기가와트시 배터리를 생산하고 150만대의 전기차를 제조하는 것이다.

비야디는 FT에 "블레이드 배터리는 중국 안팎의 주요 전기차 제조업체들에 성공적으로 장착될 것"이라며 "현재 상상 가능한 거의 모든 자동차 기업들이 우리와 블레이드 배터리 기술을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만티람 교수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전세계적으로 확충된다면, 인도와 유럽, 미국의 운전자들이 한번 충전에 얼마나 장거리를 가는지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행거리 걱정이 사라진다면, 비야디가 만든 환경친화적인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채택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야디의 급부상으로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장악에 탄력이 붙었다. 비야디의 최대 경쟁기업인 CATL은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로, 테슬라와 다임러, 폭스바겐을 포함한 거의 모든 글로벌 자동차회사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CATL 역시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만든다.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는 "올해 말 글로벌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능력의 77%가 중국에서 나올 것"이라고 추산했다.

경쟁력 있는 배터리를 갖는 건 한가지 일이다. 이를 활용해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를 만드는 건 또 다른 문제다. 10년 넘게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해외 수출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대부분 제한적인 성공에 그쳤다. 신뢰도와 고객 서비스를 높게 평가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는 여전히 주목도가 떨어진다.

컨설팅기업 시노오토인사이트의 창업자인 투 레는 "중국차는 여전히 유럽과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못 얻고 있다"며 "비야디 브랜드는 미국과 유럽 또는 영국의 일반 소비자들에게 아직 낯설다. 시간과 자본투입, 교육이 필요하다. 인지도를 만들고 신뢰를 심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야디는 노르웨이를 첫 출발점으로 삼았다. 전기차 판매량이 폭등하는 나라다. 지난해 팔린 신차의 약 3/4이 배터리 구동 전기차였다. 비야디는 테슬라를 비롯, 수많은 자동차제조사의 전기차 신모델과 싸우는 것은 물론 중국의 다른 기업들과도 맞붙어야 한다.

중국 경쟁기업엔 니오가 있다. 니오 역시 지난달 노르웨이에서 전기차 첫 판매에 돌입했다. 니오는 배터리 충전이 아닌, 교환 시스템을 개척중이다. 내년 말까지 노르웨이에 20곳의 배터리교환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중국 지도자 마오쩌둥이 애용한 자동차 브랜드인 훙치도 노르웨이에 전기 SUV 수출을 시작했다.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가 소유한 전기차업체 MG도 노르웨이에서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다.

노르웨이전기차연합의 사무총장인 크리스티나 부는 "현재 노르웨이에 피말리는 경쟁이 벌어진다. 노르웨이는 전세계 거의 대부분의 전기차 모델이 모두 진입해 각축을 벌인다"며 "전통적으로 독일차 브랜드가 매우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기업 브랜드보다는 전기차의 주행거리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칭화대 교수로 전기차에 대한 저명한 전문가인 오우양 밍가오는 지난달 한 전기차 컨퍼런스에서 "비야디 배터리 기술은 전세계를 앞선다. 하지만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 혁명적이고 파괴적 혁신을 단행하는 테슬라와 같은 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헤지펀드 스노우불캐피털의 CEO 테일러 오간은 "비야디는 중국 내에선 전기차 제조사로, 중국 밖에선 배터리 공급사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비야디의 배터리는 월등한 저렴함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오간 CEO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비야디의 배터리팩은 킬로와트시당 80달러 이하 수준이다. 반면 경쟁기업들의 평균 가격은 킬로와트시당 137달러에 달했다.

비야디는 "유럽 자동차 고객을 겨냥해 유럽에 배터리 공장을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사업 확장 계획의 일환이다. CATL는 이미 독일에 유럽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자동차컨설팅기업 조조고의 CEO 마이클 던은 "비야디는 시진핑이 중국에 제시하고자 하는 기업의 원형"이라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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