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효과적 진료를 위해 일차의료 역할 확대해야”

2021-10-14 11:01:50 게재

주치의제도 도입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제안

우울증을 효과적으로 진료하기 위해 일차의료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주치의제도 도입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14일 “근래 많은 시민이 직면하게 되는 우울증 대응에서 일차의료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자살률 세계 1위의 오명을 벗고, 우울증 치료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차의료 의사의 역할이 확장되어야 한다”고 제기했다.

2020년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가 1만3195명으로 하루 평균 36.1명이 스스로 세상을 마감했다.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은 10만 명당 자살자 수가 23.5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 10.9명의 2배가 넘는 1위의 나라이다.

높은 자살률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존재하지만, 특히 우울증 등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주목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용욱?예방의학과 조민우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대규모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체 환자 중 우울증을 겪고 있는 비율이 약 5.3%였고, 우울증이 있으면 자살 위험은 4배나 높았다.

하지만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무척 낮다. OECD 자문의인 정신과 수잔 오코너 박사의 ‘대한민국 정신건강: OECD 보고서 중 자살과 일차의료’(2013)에 따르면, 한국의 우울증 치료율은 23%로 OECD 평균인 44%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최근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경증, 중등도 우울증 환자가 일차의료 의사를 처음 만나더라도 효과적인 진료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의 높은 자살률과 낮은 우울증 관리를 지적하며 국민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 일차의료의 역할 확대와 근거 중심의 서비스 체계화를 강조하였다.

우울증 치료에서 일차의료 의사의 역할은 무척 중요하다. 일차의료 의사는 우울증 환자를 처음 발견하고,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이다. 경증에서 중등도 우울증 환자에게 약물치료, 심리치료 및 상담, 가족치료 등을 시행하고, 중증의 우울증 환자는 적절한 치료를 위해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우울증 치료에서 일차의료 의사의 역할이 제한되어 있다. 우울증 약물치료는 충분한 기간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근거는 상당히 많은데도, 정신과 전문의가 아닌 일차의료 의사는 8주 이상 항우울제를 처방할 수 없고, 정신과 전문의에게 환자를 의뢰하여야 한다.

2016년 6월 미국 프랑스 영국 캐나다 등 20개국 의사들에게 질의한 결과, 일차의료 의사에게 항우울증 대표적 치료제인 SSRI 처방을 제한하는 나라는 없었다. 오직 한국만이 처방에서 제약을 가진 나라이다.

우울증은 당뇨병, 고혈압과 같이 매우 흔한 질환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울증 약물의 처방 제한은 마치 고혈압약은 순환기내과 전문의만, 당뇨병약은 내분비내과 전문의만 처방하도록 하는 조치와 같다. 아무런 의학적 근거가 없고 치료율을 떨어뜨리는 부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SSRI 처방 제한 때문에 우리나라는 높은 우울증 유병률에도 불구하고 항우울제 처방량은 OECD 평균의 1/3에 불과하다. 즉, 우울증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이는 높은 자살률로 이어지고 있다.

우울증은 흔하게 찾아오며 조기 치료하면 완치율도 높지만 내버려 두면 자살 같은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는 질환이다.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우울증 관리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우울증 환자와 의료인의 첫 만남이 이루어지는 일차의료기관에서 우울증의 진단과 치료가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연구에 의하면, 일차의료 의사에게서 항우울제를 처방받았던 환자의 대다수는(85% 이상)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환자 자신의 불편감, 일차의료 의사에 대한 편의성 등을 이유로 정신건강의학과로의 전원/전과를 거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Korean J Fam Pract 2013;3(3): 299-307).

일차의료 의사의 역할 확대는 환자에게도 꼭 필요하다. 자신이 우울증이라는 사실로 마음이 무거운 상황에서 정신건강의학과로 의뢰되지 않고 평소 건강관리를 받던 일차의료 의사에게서 치료받을 수 있다.

일차의료에서 발견되는 우울증 환자의 대부분은 두통, 피로감, 요통, 현기증, 흉통 등 신체 증상을 주로 호소하며, 과반수의 환자는 자신이 우울증이라 생각해 보지도 않는데, 일차의료 의사는 신체적 증상과 정신적 치료를 병행하여 치료할 수 있어 초기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에 처음 우울증 환자를 찾아내고 경증에서 중등도 우울증은 적절한 SSRI 약물치료를 통해 지속적으로 치료하며, 중증의 우울증일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에 의뢰하는 의료체계의 확립이 필수적이다.

오건호 범국민운동본부 홍보위원장은 “우울증 약물 처방 제한을 폐지해 우울증 진단과 치료에서 일차의료의 역할을 확대하고 환자의 효과적인 진료권이 보장되기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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