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 42년형 선고는 디지털 성착취 꼭 처벌 메시지"

2021-10-15 12:16:41 게재

텔레그램성착취공대위

메타버스 등에도 경각심

"조주빈을 비롯한 6명의 박사방 운영자들의 형이 확정된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서 선언합니다. 디지털 성폭력과 성착취는 반드시 처벌됩니다. 이번 판결은 그 시작일 뿐입니다."

14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관련 시민단체들은 "디지털 성착취는 반인륜적 강력 범죄라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의미를 강조했다.

앞서 이날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범죄단체조직·음란물 제작 배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씨에게 징역 4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씨는 2019년 5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아동청소년을 비롯한 여성 수십 명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촬영하고 이를 텔레그램에서 판매·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탁틴내일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는 조주빈 선고 직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착취물을 한낱 유희거리로 치부하던 이들에게 대법원은 더이상 호기심으로 포장되지 않는 마땅한 대가를 치러야 할 범죄라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밝혔다.

범죄조직 혐의를 인정한 데 대해서도 디지털 성범죄가 더이상 개인의 일탈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은호 변호사는 "사소한 일탈, 개인적 욕구 탓으로 축소하던 피고인들의 주장은 통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서 가해자의 변명은 더는 법원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사방 사건을 계기로 대법원 양형기준이 강화되는 등 엄벌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한번 피해를 입으면 피해회복이 어렵고, 자꾸만 팽창하는 온라인 사회 속성을 고려할 때 사회적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유행하고 있는 메타버스(현실세계를 구현한 온라인 공간) 내에서 아동성폭력 우려가 커지는 등 디지털 성범죄 영역은 점점 넓어지는 추세다. 상담사례에 따르면 메타버스 내에서 아바타를 따라다니며 성희롱을 하거나, 메타버스 내에서 쌓은 친분을 이용해 다른 메신저로 이동해 성적 대화를 주고받으며 온라인그루밍을 시도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메타버스같은 신종플랫폼이 아니더라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는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지난해 4973명에게 상담, 영상물삭제 및 수사지원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글을 보낸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디지털 성범죄는 범인이 잡혀도 절대 끝나지 않는다"면서 지속적 관심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김형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