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변화에 민감한 전공교육

진로교육, 학과나 직업 이해 높여야

2021-10-20 11:01:08 게재

학과 명칭 같아도 교육과정은 대학마다 천차만별 … 과목 선택 앞서 전공탐색 필요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대입 수시전형에서 선택과목이 중요해졌다. 지원하고자 하는 전공에서 필요한 과목을 선택해 어느 정도의 성취도를 냈는지가 서류평가의 핵심이다. 학생들은 전공에 맞는 활동이나 과목 선택을 고민하지만 정작 대학의 학과 교육과정을 살펴보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학과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이나 과목 선택에서 어긋나기도 한다. 또는 전공 적합성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을 갖춰놓고도 알지 못한다. 대학에서는 학과명만 보고 지원하지 말고 대학 학과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특성이나 교육과정을 확인해보라고 당부한다. 일단 전공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야 한다. 학과에 대한 정보를 어디서 어떻게 찾으면 될지, 비슷하지만 다른 학과들의 예시를 통해 핵심 선택과목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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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진로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전공 적합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진로에 대한 이해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수박 겉핥기식으로 학과를 이해하는 학생들이 많다.

방유리나 건국대 입학처 입학사정관은 "학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대표적인 학과로 사회환경공학부와 글로벌비즈니스 학과를 꼽을 수 있다"며 "많은 학생들이 환경 보호와 관련된 학과로 생각하는데 사회환경공학부는 환경을 베이스로 사회 기반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학과로 건설공학이나 토목공학과 관련이 깊다"고 말한다.

사회환경공학부는 생명과학이 아닌 물리학이 중심인 학과다. 글로벌비즈니스 학과도 학과명을 보고 영어와 무역 경영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 지원하는데 이 학과는 건국대에서 2년, 중국 남경대학에서 2년 교육과정을 통한 복수 학위과정으로 운영하는 학과다. 중국과 관련된 역량이 핵심이다.

◆전공을 알고 과목 선택해야 = 앞으로 다가올 고교학점제를 내다보면 서류평가의 핵심은 '선택과목'이다. 대학들은 진로에 따른 전문 교과목을 이수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대학 공부가 가능하도록 일반선택 과목을 충실하게 공부해달라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전달하고 있다. 모든 전공에서 선택과목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자연계열의 경우 수학과 과학 과목을 강조하는 정도다.

박정선 연세대 입학사정관실장은 "어떤 계열을 선택하든 기본적인 국어 수학 영어 역량을 갖춰야 한다"며 "거기에 인문 사회과학, 상경 공학 자연과학 계열에 따라 수학의 비중이나 사회 과학의 선택과목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한다. 특히 인문계열에서도 상경계열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 등의 수학 역량이 중요하다. 공학계열에서는 '물리학Ⅰ Ⅱ'의 역량이 대표적이다.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는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교육과정을 살피는 게 가장 좋지만, 적어도 서울대가 올해 7월에 발표한 '2024학년 대학 신입학생 입학전형 예고'에 포함된 전공연계 교과 이수과목 안내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한다.

서울대는 필수적으로 이수를 권장하는 과목인 '핵심 권장과목'과 이수를 권장하는 '권장과목'으로 구분해 전공연계 교과 이수과목을 밝혔다.

◆학과명 같아도 교육과정 제각각 = 조 대표는 "외국 대학들은 고전적인 학과명을 유지하는 편인데 우리나라 대학들은 학과명을 시대 흐름과 맞춰 바꾸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에 따라 동일 학과명에서도 핵심 교육과정이 다른 경우도 있으니 학과명만으로 전공의 특징이나 교육과정을 짐작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인문계열 중 심리학과나 경영학과, 디지털미디어학과 등은 수학 역량을 보여주는 게 중요할 수 있다. 인문계열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디지털미디어학과를 예를 들어보자.

디지털미디어학과를 운영하는 명지대와 서울여대의 교육과정을 보면 같은 학과인가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교육과정이다.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는 저널리즘 영상 광고 홍보를 비롯해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의 뉴미디어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친다. 흔히 생각하는 언론홍보학과와 유사하다. 반면 서울여대 디지털미디어학과는 프로그래밍과 소프트웨어 관련 교육과정에 집중한다. 언론홍보학과를 염두에 둔 학생이 서울여대 디지털미디어학과를 지원했다면 합격 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학과 홈페이지 확인 필수 = 연세대 화공생명공학부는 화학과 생명과학 중심 학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물리학과 화학이 중요한 학과다.

화공생명공학부는 화학공학에서 시작된 학과다. 연세대에는 생명시스템대학이 따로 존재해 시스템생물학과 생화학과 생명공학과가 있어서 생명과학의 비중이 크지 않다. 전기전자공학부는 논술이 물리학과 생명과학 중 선택이다. 최근 전기전자 분야가 생체 바이오 로봇과의 연계가 활발하고 의료기기 등 의대와 협업연구가 많아지는 흐름이 반영된 것이다.

교육과정으로 구분이 어렵다면 교수들의 전공 분야를 확인하면 된다. 연세대 화공생명공학부 경우 물리 화학 전공 교수들이 주를 이룬다. 서울여대 디지털미디어학과의 경우 교수들은 전공 분야가 컴퓨터그래픽 가상현실 인공지능 등 공학 계열이다.

◆의생명공학 대 생체의공학 = 의학 약학 계열을 염두에 둔 수험생이 많아지면서 의생명공학 생명공학 생체의공학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나 '의공학' '생명공학' 단어가 들어갔다고 비슷한 학과가 아니다. 같은 의생명공학도 대학에 따라 배우는 범주가 다를 수 있다.

건국대 의생명공학과와 경희대 생체의공학과, 동국대 의생명공학과를 예를 들어보자. 건국대 의생명공학과는 생명과학과 화학을 중심으로 컴퓨터 정보통신이 결합한 형태다. 반면 경희대 생체의공학과는 물리학, 즉 공학을 중심으로 인체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하드웨어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동국대 의생명공학과는 재생융합바이오 트랙과 헬스케어디바이스 트랙으로 구분돼 있어 재생융합바이오 트랙은 건국대 의생명공학과, 헬스케어디바이스 트랙은 경희대 생체의공학과와 유사하다(표).

이들 전공 모두 데이터를 해석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확률과 통계를 비롯해 미적분 등 수학적 역량이 핵심 서류평가 요소다.

방 입학사정관은 "학교 여건에 따라 다르지만, 학교에 개설돼 있다면 과학교과의 경우 Ⅱ까지, 그리고 확률과 통계는 기본으로 이수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한다.

민경순 내일교육 리포터 hellel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