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송이버섯 협동조합'으로 인생2막 준비

2021-10-21 12:09:27 게재

구로구 도시농업에 일자리 접목

도시재생지역 주민들도 사업구상

"생 버섯이 1㎏에 8만~10만원 정도입니다. 산림청에서도 면역력에 있어서는 버섯 중에 최고라고 인정하고 있거든요."

서울 구로구 개봉동 한 건물 지하층. 문을 열고 들어서면 철제 선반에 구름처럼 산호초처럼 보이는 하얀 꽃들이 줄줄이 피어있다. 꽃송이버섯이다. 구로구가 신(新)중년과 장애인 등 주민들 자립을 위해 도시농업과 일자리창출을 접목시켜 공을 들이고 있는 품목이다.

구로구 주민들이 꽃송이버섯 재배를 통해 인생 2막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구로구 제공


구로시니어클럽과 화원종합사회복지관 그리고 농업분야 전문 팜엑스협동조합이 손을 잡고 꽃송이버섯 재배를 시작했다. 꽃송이버섯에 대한 이해부터 재배 환경과 병해충 관리 등 이론부터 실제 버섯을 키우는 실습까지 교육이 우선이었다.

당초 30명을 모집해 30회 교육을 진행하려 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지속되면서 참여 주민도 절반으로 줄었고 과정도 단축됐다. 지금은 과정을 마친 8명이 오전과 오후로 조를 나눠 버섯을 재배하며 출하를 준비 중이다. 구로구 관계자는 "면역세포 기능을 활성화시켜 암 세포의 증식과 재발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베타글루칸 성분이 송이버섯의 3배에 달한다"며 "코로나시대와도 맞는다"고 설명했다.

조합원 30명 가운데 대부분이 구로구나 개봉동에 오래 거주한 주민들인 팜엑스에서 기술을 전수한 게 핵심이다. 특허를 낸 발효액으로 푸른곰팡이를 잡기 때문에 다른 농가와 달리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팜엑스 관계자는 "꽃송이뿐 아니라 통상 버섯을 재배할 때 푸른곰팡이가 생기면 곧 전체로 번져 농사를 망치기 일쑤"라며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스마트팜같은 고가의 시설이 없어도 상온에서 1년 내내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에서 버섯균을 담은 배자를 공수해와 개봉동의 반지하 공간에서 2주간 돌보면 된다. 가장 비싼 버섯을 손쉽게 재배할 수 있는지라 사업 규모도 금세 커졌다. 시니어클럽에서 오류동 반지하공간을 또다른 꽃송이버섯 재배 작업장으로 탈바꿈시키는 중이다. 팜엑스에서 역시 교육과 기술 전수를 맡기로 했다.

당초 서울시 도시농업 지원금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곧 자립이 가능해진다. 현재 재배한 버섯을 판매해 다음 교육생들이 키울 배자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에 막혀 바자회 등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에 어려움을 있었지만 공무원들이 발품을 팔아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했다. 이달 말 '무농약 인증'을 받으면 임산부들에 보낼 농산물 꾸러미에 꽃송이버섯이 포함된다. 시중 백화점 등에서도 찾아와 작업장과 재배 현황을 살펴본 뒤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구로구는 교육에 참여한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꾸리고 안정적으로 꽃송이버섯을 재배하도록 도울 예정인데 벌써 후보들이 줄을 섰다. 도시재생 활성화지역인 구로2동은 주민협의체 차원의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박상은 대표는 "단독주택이 많은데 지하층은 거주를 꺼리고 비어있는 곳이 대부분이라 버섯 재배에 제격"이라며 "화초 재배에 취미가 있는 중장년층에 적합하다"고 전했다.

지역에 배자 생산과 버섯 건조, 판매 시설까지 부가가치는 더 커진다. 구로구는 우선 내년에 판매시설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종이쇼핑백 제작, 피자 배달, 샐러드 정기 배송 등 시장과 경쟁할 수 있는 사업 분야 확대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이 성 구로구청장은 "다양한 일자리를 통해 근로능력이 있는 중장년층과 어르신들에게 경제적 자립은 물론 삶의 활력을 제공하고 있다"며 "최고의 복지인 일자리를 제공해 취업을 희망하는 주민들의 인생 2막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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