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에서 몸집 키운 이재명, '여의도 거리두기' 통할까

2021-10-26 11:37:33 게재

민주당 후보 된 후 "여의도정치 혁신" 강조

기득권 염증 고려 … 정권교체 여론도 의식

진보-보수 진영대결 양상, 정당 협력 키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인 본선행보를 시작한 가운데 국회의원직을 거치지 않은 지방정부 수장 출신의 도전이 통할지 관심이다. 정당정치에 대한 염증을 딛고 몸집을 키운 이 후보가 , 역대 최고 수준의 진영대결이 예상되는 대선국면에서 여의도 정치와 거리두기가 통할지 여부다. 공정·혁신 등을 핵심가치로 내세운 그가 세력대결인 대선을 넘어 개혁 제도화에 성공할 수있을지 주목된다.

이 후보는 26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후 성남의료원을 방문할 예정이다. 또 민주당 경선에서 경쟁했던 정세균 전 총리와의 면담도 예정돼 있다. 문 대통령, 정 전 총리와의 면담은 정권재창출을 기대하는 민주당 진영의 통합 움직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노무현정부 이후 당의 중심세력이 된 친문진영과 거리를 뒀던 이 후보로선 지지층의 정서적 결합이 절실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과 면담이 '비정치적 의제'에 한정된다 해도 결국은 여권의 차기 후계자의 지위를 확인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기념촬영 하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나와 간부공무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도지사직을 사퇴했다. 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문 대통령 면담·성남의료원 방문 = 이날 오후 3시에는 경기도 성남의료원을 방문한다. 성남시에서 시민운동을 하던 이 후보는 2004년 성남 구시가지의 대형 병원들이 문을 닫으면서 의료 공백이 심각해지자 '시립의료원을 만들겠다'며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성남의료원은 '이재명 정치'의 출발점인 셈이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2010년 제5회 지방선거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직전 4기 지방선거까지 현 국민의힘 계열의 보수정당에 눌려 있던 민주계열 정당이 정치적으로 회생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 후보를 비롯해 서울 25개 구청장 선거에서 21곳, 경기도 31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9곳에서 민주계열 후보가 당선됐다. 이후 이들은 박근혜정부와 대립각을 세웠고, 특히 이 후보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며 무상복지 시리즈를 추진했고 중앙정부와 정면으로 부딪히며 주목도를 높였다.

◆'여의도정치' 혁신 강조 = 문재인정부 출범 후인 2018년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후에도 중앙정부와 결을 달리하는 정책으로 주목 받았다. 코로나19 방역 및 대응과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을 놓고 맞서기도 했다.

대표 정책 브랜드인 '기본 시리즈' 외에도 지역화폐 예산 확대,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제도의 보완 등을 놓고는 야당뿐 아니라 여당인 민주당과도 각을 세우는 논쟁을 불사했다. 정책과 예산을 계획·운영하는 수도권 지방정부 수장이란 점을 십분 활용, 민생대책과 함께 정치적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득권 중심의 정당 주류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층에 차별화된 이미지를 심어줬고, 결국 대선주자의 위치에 올랐다. 이 후보는 스스로를 '변방의 비주류 장수'로 규정하고 구태정치를 혁신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 10월 10일 민주당 후보 선출 수락 연설에서 그는 경선 승리를 두고 "국민 삶과 동떨어진 구태정치, 정쟁정치 중단하라, 기득권의 잔치, 여의도 정치를 혁신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이같은 입장을 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정 성과를 바탕으로 대선에서 승리한 후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뒀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진보-보수의 전면적 세력대결 = 민생성과와 실적으로 평가받았던 지방정부 수장의 경험을 최대한 활용하는 측면과 함께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여론을 피할 수 있는 장점으로 꼽힌다.

여권 안에서도 민주당 주류와 거리감이 있는 이 후보의 위상을 활용해 '이재명 정권교체론'을 설파하기도 한다. 기득권을 대변하는 정치권과 차별성을 부각시켜 정권교체론을 비켜간다는 대응의 일환이다. 물론 여론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내부적으로도 진보-보수진영이 결집해 벌이는 세력대결에서 정치권과 거리두기가 득이 될 것인가에 대한 다른 해석도 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진보-보수세력의 대회전에서는 여당의 후보와 당의 일체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선거캠페인 차원에서 중도성향의 메시지나 행보가 나올 수 있지만 민주당의 전면적 지원이 기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측 인사들의 선대위 참여문제나 정책의 수용 등도 결국은 타협을 전제로 한 조정의 영역이다. 문재인정부 초기 야권과의 협의가 속도를 내지 못해 개혁조치의 제도화가 지연된 선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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