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 부추긴 페이스북 위기 직면
내부고발자 이어 문건 속속 공개 … 17개 미 언론사 '페북 페이퍼' 시리즈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허위 정보와 증오 발언을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았다는 내부자의 폭로와 내부 문건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얼마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페이스북 전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 프랜시스 하우건의 증언을 토대로 폭로한 내부실상의 파장이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각종 내부 문건이 공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뉴욕타임스(NYT), CNN 등 미국의 17개 언론사 컨소시엄이 하우건이 공개한 수백 건의 페이스북 내부 문건을 토대로 최근 이 회사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기사 시리즈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CNN은 하우건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미 하원에 폭로한 이 회사 내부 문건인 일명 '페이스북 페이퍼'가 보도되면서 이 회사 17년 역사에 가장 심각하고 광범위한 위기가 될 수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보도는 페이스북이 내부 연구를 통해 자회사 인스타그램이 10대 소녀들의 정신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했고, '크로스체크'란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 연예인, 스포츠 스타, 정치인 등 사회적 명사는 '화이트리스트'로 분류해 콘텐츠 감시를 사실상 면제해줬다는 WSJ 보도에 이어지는 후속보도다.
CNN은 페이스북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보호나 콘텐츠 감시에 대한 스캔들을 여러 차례 겪었다면서도 이번에 폭로된 문건은 이 회사 사업의 전 영역에 걸쳐 있다고 지적했다.
공개된 문건 중에는 '도둑질을 멈춰라'와 같은 2020년 미 대선 결과 부정 운동이 어떻게 페이스북에서 확산했는지에 대한 내부 분석 결과도 있다. 분석 보고서는 페이스북이 당시 시행한 조치들이 '도둑질을 멈춰라' 운동의 비약적 확산을 중단시키기는 고사하고 늦추기에도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특히 "각각의 콘텐츠를 응집력 있는 운동보다는 개별적으로 봤기 때문에 어떤 그룹이나 페이지가 위반 기준을 넘을 때만 이를 제거할 수 있었다"며 개별 게시물이나 댓글은 증오와 폭력, 허위 정보로 둘러싸여 있더라도 독자적으로는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의 혁신적 기능으로 꼽히는 '좋아요'와 '공유하기'의 부작용도 지적됐다.
NYT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모양의 '좋아요' 버튼과 다른 이모지(그림문자라는 뜻으로 이모티콘+이미지의 의미) 반응을 없애고 그 파급효과를 살펴보는 실험을 벌였다. 성인 중심인 페이스북과 달리 인스타그램의 어린 이용자들은 친구들로부터 '좋아요'를 많이 받지 못하면 때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험 결과 '좋아요' 버튼을 숨기자 이용자들은 게시물이나 광고를 덜 봤다. 그렇다고 10대들의 사회적 불안을 경감해 준 것도 아니었고, 예측과 달리 젊은 이용자들은 사진을 덜 올리기 시작했다. NYT는 페이스북 내부 연구자들이 각종 실험을 통해 반복적으로 발견한 것은 사람들이 '좋아요'와 '공유하기' 같은 핵심 기능을 오용하고 있거나 이 핵심 기능이 해로운 콘텐츠를 증폭한다는 사실이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2019년 8월 작성된 내부 메모에서 몇몇 연구자들은 페이스북에서 허위 정보와 증오 발언이 번성하도록 한 것은 페이스북의 핵심적 메커니즘이라면서 "우리 플랫폼의 메커니즘은 중립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더구나 문건 가운데에는 페이스북이 물리력과 사기, 강요 등을 통해 가정집에서 노예처럼 부릴 사람을 인신매매하는 활동에 동원됐다는 사실을 2018년부터 알고 있었다는 내용도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페이스북은 여전히 언론들이 자사를 왜곡된 방식으로 그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앤디 스톤 대변인은 "우리는 기업이고 이익을 창출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람들의 안전이나 행복을 희생시켜 그렇게 한다는 관념은 우리의 상업적 이익이 어디 있는지를 오해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