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얇아진 대입 탐구활동

제출서류 간소화, 나의 장점 보여주려면

2021-10-27 11:33:11 게재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 따라 준비 서류 대폭 축소 … 수업 탐구활동 주목

2022학년 수시의 주요 변화 중 하나는 서류 축소였다. 학생부 기재 사항이 대폭 축소됐고 2024학년 폐지를 앞둔 자기소개서를 선제적으로 없앤 대학이 적지 않다. 방과 후 학교는 기재할 수 없고 수상 경력은 학기당 1개만 쓸 수 있으며 자율동아리는 학년당 1개, 30자 이내로 제한됐다.
현 고1은 이보다 더 학생부가 얇아진다. 특히 대입에서 영재·발명교육 실적, 자율동아리, 개인 봉사 활동 실적, 수상 경력, 독서 활동 모두 반영되지 않는다. 자기소개서도 사라진다. 학생들의 교내 활동이나 입시 준비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대학에서 살필 수 있는 요소가 줄어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재학생 간 학업 역량의 차이가 크지 않은 학교에 재학 중이거나 관심 분야가 뚜렷한 중상위권 학생은 고민이 더 크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고 대입을 준비하면 좋을까.

이미지투데이

 


현장 교사들은 수업 안에서 이뤄지는 과제 탐구 활동을 활용하면 좋다고 제안한다. 학교 안에서 수업 시간 혹은 그 연장선에서 주제를 찾아 자료를 조사해 발표하고 산출물을 내는 형태의 프로젝트 활동은 가능하다. 국어 교과의 서평 쓰기, 영어 교과의 주제 발표 등 도 탐구 활동에 속한다.

김상근 서울 덕원여고 교사는 "영어 수업을 '거꾸로교실'로 진행한다. 미리 동영상을 제공해 예습하게 한 후 본 수업에서 이를 간략히 되짚고 내용을 체화할 수 있는 활동을 한다"고 말한다.

김 교사는 "단원과 연계된 주제를 잡아 문장을 만들어 말하거나 쓰는 식"이라며 "팀 단위 조사가 필요한 프로젝트로 확대하기도 하고 수행평가에도 반영한다. 학생의 활동이 많은 만큼 개인의 개성이 잘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학업태도+교과역량 보여주기 = 보다 깊은 탐구 활동을 하고 싶다면 진로선택 과목인 '수학과제탐구' '사회문제탐구' 전문 교과인 '융합과학탐구' '과학과제연구' '사회과제연구' 과목을 수강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 고등학교에서 배울수 있는 과목 중에서 탐구 보고서 작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학생이 작성한 보고서의 제목, 주제, 참여 인원, 소요 시간을 제외하고 세특에 탐구 내용을 반영할 수 있다.

김용진 서울 동대부여고 교사는 "소논문 기재 금지는 과도한 활동이나 부풀리기를 하지 말라는 의미"라며 "실제 대입에서도 고등학생의 뛰어난 연구 실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한 과정을 살핀다.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포장하려고 하지 말고 수업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맞춰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탐구하면 좋을까? 탐구의 본질을 돌아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홍우 경남 물금고 교사는 "과학 교과에서 탐구는 대개 주변의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생겨 해결 방법을 고민하면서 가설을 찾고 실험을 설계하고 수행·해석하는 과정을 반복해 가설을 증명,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라며 "문제의식이 있어야 출발한다. 낯설고 어렵더라도 스스로 고민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런 태도를 가진 학생은 어려운 자료에 접근하거나 자료 가공에 도전하는 등의 과정을 따르기 쉽다. 그러면서 학업에 깊이를 더하거나 성취감을 크게 느끼며 성장하고 교사들에게도 인상을 남긴다.

강경진 서강대 책임입학사정관은 "수업에서 관찰한 기록을 통해 대학 공부를 잘할 자세와 역량을 보겠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자신이 무엇을 공부해야 하고 배울 수 있는지, 아쉬운 부분은 어떻게 메우면 좋은지 자기 주도적으로 찾은 노력이 드러나면 좋다"고 설명했다. 또 모든 탐구 활동을 무리해서 진로와 연결하지 않아도 된다.

강 책임입학사정관은 "사실 사회과학대학에 속하는 사회학과와 심리학과는 학과 공부에 필요한 역량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한데 전형에 따라 지원율이 크게 차이 난다"며 "심리학과가 수시에서 경쟁률이 낮은데, 고등학교에 관련 과목이 거의 없다 보니 전공 적합성 측면에서 학생들이 부담을 느낀다"고 밝혔다.

강 책임입학사정관은 "역량을 중심으로 넓게 접근해보길 권한다"며 "예를 들어 '문학' 수업에서 신장시킨 독해력은 어느 진로에서나 유용한 역량이다. '확률과 통계' '미적분'에서 배운 수학적 지식이나 논리력도 마찬가지"라고 조언했다. 특정 전공과 직결되는 주제·소재가 아니어도 학생이 관심과 의지를 갖고 수행해 기본 교과 역량을 키웠다면 그 안에서 진로 역량까지 충분히 드러낼 수 있다는 의미다.

◆광주 동아여고의 '사회문제탐구' = 광주 동아여고에서는 지난해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선택 과목인 '사회문제탐구'를 일주일에 1시간씩, 2학기 동안 수업했다. 수강생 120명 중 대부분이 수학·과학을 선호하는 학생들이라는 특징이 있었다.

수업은 주제 찾기로 시작됐다. 수업을 진행한 최선 교사는 "학생들의 성향을 고려해 '수학·과학적 관점(원리)로의 사회 문제 설명하기' 활동을 제안했다"며 "막상 수업을 시작하니 만만치 않은 내용에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학생들이 좋아하는 수학·과학을 연결하니 관심을 줬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업 내 탐구 활동을 할 때, 관심 있는 분야와 연관된 주제를 찾으면 좋다. 최 교사는 "좋아하는 다른 교과나 분야를 연결해 주제를 찾거나 배운 내용을 조사나 분석할 때 써보면 수업을 덜 어렵게 느끼고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다. 다만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된다. 해당 과목의 탐구 활동을 하기 전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목표는 잊지 말라"고 조언했다.

주제를 찾은 후에는 조사 분석 등 탐구 과정을 거친다. 교과서 안팎에서 사회 문제를 우선 찾고 거기에 활용할 수 있는 수학·과학적 관점과 원리를 활용해 사회 문제를 분석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사회문제탐구' 교과서 4단원의 저출산·고령화 부분에서 저출산 관련 사회 제도와 정책, 개인의 노력을 탐구 노트에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그려보게 한 후 '저출산 해결 방안 중 핵심적인 5가지를 고르세요' '여러분은 저출산을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기준 혹은 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과 같은 5단계 의사결정모형을 차용한 질문을 활동지로 제공하고 노트에 적어 정리하게 했다. 최 교사는 "탐구의 기초가 되는 자료 조사는 전문가들이 검증한 사실을 중심으로 자료를 찾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며 "백과사전, 인터넷 검색을 통한 비공식적 자료는 배경지식 정도로 가볍게 활용하고 탐구 활동에서는 논문이나 청소년을 위한 저널 등 전문적이고 공식적인 자료를 쓰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또 차용한 내용의 출처는 기록하라. 이것만으로도 교과서로 배우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스스로 배울 수 있다"고 권했다.

마지막으로 탐구 결과를 표현하게 했다. 학생들에게 조사 분석한 내용을 A4 1장 분량의 주제문으로 작성하고 이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신 제시문을 대본 삼아 PPT 없이 5분 정도의 발표 시간을 줘 학생의 부담을 최소화했다. 활동을 마친 학생들은 어려웠지만 많이 배울 수 있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정나래 내일교육 기자 len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