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제2염전노예사건' 수사 착수
2021-10-28 11:53:45 게재
50대 남성, 7년간 제대로 임금 못받고 감시당해
인권단체 "피해자 더 많아, 본청서 수사해야"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신안에서 염전사업장을 운영하는 사업주 장 모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장씨는 자기 염전에서 일한 50대 박 모씨에게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고 박씨 신용카드 등을 부당하게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박씨는 2014년부터 7년 동안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사생활을 감시당하거나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장애인 인권단체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공익법센터 어필, 사단법인 두루 등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경찰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박씨는 월급제로 계약했지만 실제로는 월급을 받지 못하고 연말에 일괄 지급받는 방식으로 일했다. 그러나 연말에도 정산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일상생활도 감시당하는 생활을 지속했다.
단체들은 "2014년 국민적 공분을 샀던 '염전 노예' 사건과 유사하다"면서 "박씨는 우여곡절 끝에 염전을 탈출했지만 13명이 넘는 근로자가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고 대부분은 가족이 없는 무연고자에 장애가 의심되는 사람들도 있다"고 주장했다.
2014년 신안 염전 노예 사건 당시 지역 경찰들은 피해자가 착취당하고 있음을 인지했지만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본청이 직접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지역 경찰과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이 사건을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에서 조사해야 할 것"이라면서 "2014년 이후 장애인 불법고용 실태조사 등 염전근로자 전수조사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발생한 이유도 국가 차원에서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수사는 전남경찰청에서 진행중이지만 본청 형사국에서도 내용을 함께 챙기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앞서 전남경찰청 국정감사에서도 이 사건이 지적됐다. 15일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은 "최근 신안에서 2014년 염전 노예와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지적장애가 의심되는 50대 남성이 7년간 임금도 받지 못하고 감시당하며 일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면서 "노동부 조사와 별도로 경찰의 전면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재규 전남경찰청장은 "수사팀을 꾸려 피해자를 만나는 등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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