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바이든, '더 나은 미국재건'에 1조8500억달러 투자

2021-11-02 11:41:37 게재

조 바이든 대통령이 1조8500억달러를 투자해 '더 나은 미국재건'에 나서겠다는 기본틀을 발표하고 또 한번의 대장정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의 '더 나은 미국재건'기본틀에는 중산층을 재건한다는 목표로 사회안전망을 대폭 확충하고, 에너지 전환 촉진책으로 기후변화에 적극 대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나은 미국재건' 플랜의 총규모는 여야는 물론 여당 내 이견으로 당초 3조5000억달러에서 1조7500억달러로 반감됐다. 때문에 사회안전망 확충방안 중 삭제되거나 절반 또는 1/3 이하로 대폭 축소, 아예 전혀 다른 대안으로 대체된 내용도 많다. 이민 관련 예산 1000억달러를 합하면 모두 1조8500억달러 규모다.

완전 삭제된 바이든 사회정책

가장 막판에 제외된 바이든 민주당의 사회정책은 미국이 최초로 도입하려던 '국가유급휴가제'다. 본인의 병가는 물론 가족구성원의 출산이나 돌봄 등을 위한 휴가시 국가가 급여를 지원한다는 제도다. 미국은 선진국 중 거의 유일하게 이 제도를 도입하지 못한 나라다.

바이든 민주당은 당초 미 근로자들에게 연간 12주의 유급휴가를 주는 국가유급휴가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막판에 4주로 대폭 단축했다. 하지만 대통령 발표 전날 전면 제외했다. 민주당 여성 상하원의원들은 국가유급휴가제를 최종안에 포함시키라고 강력히 요구중이다.

6500만 노년층과 장애인이 이용하는 메디케어 정부 의료보험을 확대하겠다는 방안이나 처방약값을 낮추려던 시도는 사실상 무산됐다. 메디케어 확대의 경우 예산이 많이 드는 치과와 시력 커버는 제외됐다. 대신 처방전 없이 저렴하게 보청기를 구입할 수 있는 350억달러 규모 청력 커버만 시행키로 했다.

이웃 캐나다에 비해 2배 이상 비싼 메디케어 처방약값을 낮추려는 방안도 무산됐다. 1500명의 로비스트를 고용한 제약업계의 막강파워로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도 반대하거나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개방대학격인 커뮤니티 칼리지 2년 수업료 면제도 삭제됐으며 전기, 가스 등 유틸리티기업의 에너지 전환방안도 다른 방안으로 대체돼 없어졌다.

자녀교육 및 보육, 지원에 가장 신경

바이든 민주당은 어린 자녀들의 교육과 보육, 빈곤 탈출에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곧 중산층 이하 맞벌이 부부를 돕는 지원책이 되기 때문이다.

바이든 민주당은 이를 위해 세가지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17세까지 한달에 250달러 또는 300달러씩 제공중인 부양자녀 현금지원을 내년에 1년 더 연장 시행한다. 3900만가구에 사는 6500만명 자녀 중 5세 이하는 연 3600달러, 6~17세는 연 3000달러를 받고 있다. 차일드 택스 크레딧 역시 1년 연장에 그쳤다.

둘째, 3~4세 프리스쿨 2년 무상교육을 6년 동안 시행한다. 백악관은 한해 600만명에게 1인당 8600달러씩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셋째, 4인가정의 연소득이 30만달러 이하일 경우 보육비가 연소득의 7%를 넘지 않도록 보조해준다. 따라서 3~4세 이외의 자녀 보육도 국가가 지원한다.

미국민 건강지원 확대 2025년까지 연장

헬스케어 예산 총규모는 줄었지만 수백만명에 대한 정부보조를 2025년까지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이를 위해 1300억달러를 배정했다. ACA 오바마 케어에 가입중인 3100만명 중 월 보험료 보조를 받고 있는 900만명에 대한 추가지원을 2025년까지 연장 시행한다. 올해와 내년까지 예정된 것을 3년 더 추가한 것이다.

여기에다 공화당 우세 지역의 거부로 메디케이드 자격을 빈곤선의 133%로 확대하지 않은 12개주에 대해서도 연방정부에서 지원한다. 2025년까지 저소득층 400만명을 새로 지원하게 된다.

또 집에서 장기치료와 요양을 하는 홈케어 관련 예산으로 1500억달러가 배정된다. 장기간 대기중인 80만명이 추가로 홈케어 혜택을 받게 된다.

기후변화 대처 위한 에너지 전환 촉진책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에너지 전환에 10년간 5550억달러를 투입한다. 예산 배정 규모가 가장 크다.

전기차 구입이나 태양열, 풍력 등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경우 주어지는 세제혜택을 위해 3200억달러를 배정했다. 백악관은 "미국민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전기차의 경우, 미국산 재료로 미국 노동자들이 만든 전기차를 구입할 때 1만2500달러의 세제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의 현대차기아도 미국 자재로 미국 노동자가 만든 전기차를 현지에서 판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기술 공급망에 1100억달러, 산불과 가뭄 대처에 1050억달러를 배정한다.

재원마련 방안은 부유층·대기업 증세

1조8500억달러 규모의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바이든 민주당은 최고 부유층과 대기업의 세금을 올리는 증세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구체적인 증세안은 막판에 전면 수정됐고 발표 전날에도 크게 뒤바뀌는 등 혼란을 겪었다.

논란과 위헌시비를 불렀던 억만장자세는 공개한 지 단 하루 만에 백지화됐다. 억만장자세는 거부 700명으로부터 한번에 5000억달러를 거둬들이려는 취지였지만, 거래하지 않은 주식과 채권 현금 등 유동자산에 세금을 물리면 위헌이라는 시비를 초래한 끝에 없던 일이 됐다.

대신 바이든 민주당은 첫째, 거부들에 대한 5~8%의 부가세 방안을 새로 제시했다. 새 증세안에 따르면 연조정소득(AGI)이 1000만달러 이상이면 5%의 부가세를 물게 된다. 이어 2500만달러 이상이면 3%p를 더한 8%의 부가세를 내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럴 경우 최고 부유층의 소득세율은 45%까지, 자본이득세율은 31.8%까지 대폭 올라갈 것"으로 추산했다.

둘째, 연수익이 10억달러 이상인 200대 기업들에겐 세금보고가 아닌 주주들에 대한 수익보고를 토대로 최저법인세 15%를 부과키로 했다. 백악관은 "미국 대기업들의 평균 법인세는 10.5%이고 초대형 공룡기업들은 8%, 심지어 한푼도 안내는 대기업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마존 같은 공룡기업은 지난해 200억달러의 수익을 올리고도 각종 세제혜택으로 4.3%의 세율을 적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법인세 15% 부과만으로 10년간 3000억~4000억달러의 세입을 늘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셋째, 대기업들이 자사의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매년 자사주를 매입하는 '스톡바이백'에 대해서도 1%의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넷째, 136개국이 합의한 글로벌 최저 법인세 15%를 부과하면 다국적기업 가운데 막대한 수익을 내는 기업들은 자국의 최저법인세와는 별도로 글로벌 최저세로 15%를 더 물게 될 전망이다. 백악관은 "이는 미국기업이 한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세금을 낸다는 뜻"이라며 "수익과 일자리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