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성착취 대한민국 연구보고서

38% 피해 감춰, 알려도 대부분 여성 지원

2021-11-04 12:20:58 게재

탁틴내일 '글로벌 보이즈 이니셔티브' … "소년은 피해자 될 수 없다는 젠더통념 깨야"

성착취를 당한 소년들 역시 잘못된 젠더통념으로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남자는 피해자로 보지 않아서 도움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탁틴내일(엑팟 코리아)은 4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남아 대상 성착취 글로벌 이니셔티브 대한민국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4~5월 성착취 피해 아동을 위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무자 56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38%가 '소년이 스스로를 피해자로 정의하는 것조차 꺼린다'고 답했다. 피해사실을 공개했을 때 주위 사람들의 반응에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설문 참가자 중 27%가 '도움을 구하는 일은 약한 것이다' 등 남성성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 피해 사실을 알리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답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잘못된 젠더 통념이 성착취 피해 아동이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응답자 34%가 '피해자가 흔히 마주하는 오명 혹은 수치심이 지원 서비스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답했다.

이번 설문에 따르면 소년 피해자의 44%가 11~15세에 성착취를 당했다. 35%는 16~17세에 성착취를 당했다. 성착취에서 가장 공통적으로 제공된 것은 금전 음식 주거지등의 순이다. 가해자의 83%가 남성, 17%는 여성이었다. 가해자가 남성일 경우 피해 아동과의 관계는 57%가 교사나 종교적 인물 등 권위자로 나타났다. 부모나 양부모인 경우도 23%를 차지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실제 성착취 피해 생존 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면접조사 결과도 담겼다. 피해 생존자 A군은 "사람들이 남자는 피해자로 보지 않아서 도움을 구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성착취를 당한 뒤에도 1~3년간 도움을 구하지 않았고 가족에게 거절을 당할까 두려워했다. 여성 피해자의 경우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B군은 "다른 사람에게 성착취 피해를 알리기 어려워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였다"며 "뭔가 잘못된 것을 알아채고 부모나 선생님 등이 도와주길 바랬다"고 말했다. 이어 "말은 안했지만 알아차릴 수도 있었는데, 물어보질 않았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주위에서 성착취 피해 사실을 눈치채기는커녕 단순히 잘못된 행동, 일탈로만 오해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어렵게 도움을 구하기 시작했어도 정작 지원 서비스를 하는 곳을 찾기가 힘들었다는 점도 문제다. 여성 피해자 지원 서비스가 대부분이었다.

강선혜 탁틴내일(엑팟 코리아) 국제협력팀장은 "법률적으로만 보면 성착취 피해자들에게 성별과 관계없이 동등한 보호를 제공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잘못된 젠더통념에 제때 지원을 받지 못하는 성착취 피해 아동들을 위한 제대로 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탁틴내일은 1995년 3월부터 한국의 아동성착취 예방 및 대응에 앞장서 왔다. 2004년부터 엑팟 인터내셔널 회원국으로 활동, 최근에는 다양한 성별의 어린이를 성적 착취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글로벌 보이즈 이니셔티브(Global Boys Initiative)'에 참여 중이다. 이번 보고서는 오랫동안 무시되어 온 소년 성착취를 다룬 10개 국가 보고서 중 2번째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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