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천슬라' 무엇이 혁신을 가능케 할까
미국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주가가 주당 1229달러를 넘어서며 이른바 '천슬라'(11월 4일 나스닥 기준. 1443조원) 고지에 안착했다. 시총 순위 세계 5위로 마이크로소프트(2994조원) 애플(2936조원)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A주+C주 2336조원) 아마존(2090조원) 등 빅테크 상위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GM 도요타 폭스바겐 현대차 기아 등 9개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시총 합계도 넘어섰다. 2010년 6월 나스닥 상장 이후 올해로 11년째를 맞은 테슬라가 4차산업혁명 시대 혁신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다.
4차산업혁명시대 혁신의 새로운 이정표 세워
테슬라의 강점은 세상에 없는 제품으로 시장을 개척했다는 것이다. '바퀴 달린 컴퓨터'라는 파괴적 혁신 콘셉트로 전기자동차를 만들었고, 부품 생산공정과 유통시스템 등 자동차 생태계도 획기적으로 바꿨다. 이제는 자율주행과 우주 개발, 태양광 발전, 하이퍼 루프 운송, 스타링크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로 기술 혁신의 영역을 확장 중이다. 조지프 슘페터가 말한 기업가(Entrepreneur)의 혁신과 미국의 벤처 투자 시스템, 자유로운 경영환경 등 3박자가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반도체 칩 공급난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공장을 멈추거나 감산을 선택하는 등 악전고투 하는 가운데 테슬라는 3분기에 전분기 대비 57% 늘어난 매출, 영업이익률 25%를 넘어 사상 최대치를 달성하는 경이로운 실적을 보였다. 비밀병기는 테슬라가 독자적으로 갖춘 혁신 기술력과 유연한 시스템에 있었다. 테슬라는 "회사의 공급망, 엔지니어, 생산 담당 팀들이 독창성과 민첩성, 유연함을 갖고 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처했다"고 밝혔다.
테슬라가 전기차 설계에서부터 기계장치 위주 사고를 버리고 소프트웨어 개념을 도입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차량을 거대한 소프트웨어에 배터리와 모터, 바퀴를 단 것이라고 표현한 것이 이런 소프트웨어 중심 설계를 의미한다.
테슬라는 특정 반도체칩이 공급난에 시달리자 공급 가능한 반도체 칩을 대신 사용하거나 내재화된 기술을 통해 자체 설계한 칩으로 대체하고 대신 칩 구동 소프트웨어를 변경해 제품을 완성했다. 반도체칩이라는 하드웨어의 공급 문제를 소프트웨어 변경으로 유연하게 대처한 것이다. 테슬라 방식은 코로나19 이후 제조업 공급사슬망 관리 시스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시스템 혁신으로 신기원을 세웠던 포드 시스템과 도요타의 JIT 시스템을 넘는 새로운 혁신인 셈이다.
새로운 국제질서의 축으로 등장한 과학기술
글로벌 경제는 4차산업혁명의 본격화와 함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 시스템이 기업과 국가 경제의 승패를 가르는 전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봉쇄 노력의 하나인 '공급망 전략' 속에 국제질서는 더더욱 과학과 기술 중심으로 재편될 조짐이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7월 인공지능 국가안보회의(NSCAI) 주최 글로벌 신기술 고위급회의 연설에서 앞으로 기술을 중심으로 동맹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미국 주도 국제질서를 재편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백악관은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세계적 반도체 기업들을 소집해 반도체 공급망 관련 회의를 열었고 9월 회의에서는 45일 이내로 재고와 판매 등 관련 정보제출을 요구했다. 삼성전자 등은 민감 고객정보를 제외한 정보를 제출할 예정이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은 10월 5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의 임직원을 소집해 대중국 안보차원에서 양자컴퓨터 관련 정책 회의를 열었다. 쿼드(Quad)의 정상들은 9월 백악관 회담에서 5G 등 통신기술, 위성 데이터 공유, 사이버 위협 퇴치 등을 협력 분야로 선정하고 과학기술 분야에서 각국 장학생 100명을 선발하는 '쿼드 펠로우십'을 출범하기로 했다.
바이든정부 출범 이후 동맹국과의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도 기술 중심 내용이 핵심 어젠다로 등장한다. 4월 미일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은 "디지털 경제와 신흥 기술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엄청난 경제적 기회를 가져올 잠재력이 있음을 인식… 생명과학과 생명공학, 인공지능, 양자정보과학 분야의 연구와 기술 개발협력을 심화해 경쟁력을 개별적으로 그리고 함께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야흐로 과학기술만이 살길인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