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생산 지연에 전세계 경제 타격
NYT "수많은 일자리, 자동차 제조업에 의존 … 파문 효과 일으켜"
글로벌 경제의 강력한 성장엔진인 자동차업계가 계속되는 생산차질로 경제성장을 위협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에 생계와 일자리를 의존하는 협력업체와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디트로이트와 독일 슈투트가르트, 중국 상하이의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새로운 승용차와 트럭이 출고되지 않으면 일자리가 위험에 처한다. 사라질 위험에 처한 일자리는 핀란드에서 철광석을 캐는 광부나 태국에서 타이어를 만드는 노동자일 수도 있다. 슬로바키아에서 폭스바겐 SUV에 계기판을 설치하는 노동자일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 "이들 노동자의 밥벌이 유지 여부는 자동차 공장들이 불가피하게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도록 한 반도체 공급부족, 해상운송 병목현상이 어떻게 해소되는지에 달렸다"고 전했다.
자동차 제조업계는 글로벌 경제산출량의 약 3%를 차지한다. 독일과 멕시코 일본 한국처럼 자동차 제조국이나 미국 미시간주 등 자동차 제조지역의 경우 그 비중은 더 커진다. 자동차 생산량 둔화는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이를 회복하기까지 수년의 시간을 요한다.
반도체 수급 위기에서 비롯된 그 충격파는 일부 국가의 경제를 침체에 빠지게 할 정도로 엄청나다. 반도체 위기로 사실 거의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이 교대근무를 없애거나 일시적으로 생산라인을 멈췄다.
NYT는 "일본 토요타와 닛산자동차의 경우 부품 부족 탓에 9월 자동차 수출량이 전년 동월 대비 46% 급감했다. 자동차업계가 경제 일반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미국 경제분석기관인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수석 경제학자인 이언 셰퍼드슨은 NYT에 "이는 경제성장과 고용유지에 매우 중대한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57세 폴 자크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테컴시 소재 '마그나 인터내셔널'의 윈저 공장에서 일한다. 이 기업은 인근 크라이슬러 미니밴 공장에 자동차시트를 납품하는 회사다. 최근 크라이슬러 모기업 스텔란티스가 윈저공장의 교대근무를 없앨 계획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동차 정속주행 장치와 엔진 관리, 다양한 기능에 필수적인 반도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크와 동료들은 일자리 역시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는 NYT에 "공장 분위기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침울하다"고 말했다. 자크의 두 자녀 역시 자동차 시트 공장에서 일한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신차 출고 가격을 올리면서 상황을 일부 관리하고 있다.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주 "올 여름 매출과 이익이 급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기업 모두 올해 전체기간의 이익 전망을 상향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를 만드는 다임러는 지난주 말 "3분기 판매량이 25% 줄었지만 순이익은 20% 올랐다"고 밝혔다. 세 기업 모두 고가 정책을 쓰고 있다.
반면 그에 따른 고통은 노동자와 가성비 높은 차를 찾는 고객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희소한 반도체를 최고급 사양의 자동차, 또는 가장 마진이 많이 남는 자동차에 할당한다. 때문에 가성비 높은 자동차를 찾는 고객들은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다. 신차 부족 때문에 중고차 가격도 치솟고 있다.
미국 디트로이트 소재 컨설팅 기업 '커니'의 램 키담비 파트너는 NYT에 "포드 F-150이나 쉐보레 실버라도 픽업 등 마진율이 높은 자동차는 계속 생산되고 있다"며 "하지만 마진이 낮은 자동차들은 생산이 지연된다. 따라서 그곳 공장의 노동자들 역시 계속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서 트랙터를 만들어 판매하는 인도 자동차 제조사의 자회사 '마힌드라AG 노스아메리카'의 비렌 포플리 CEO는 "그같은 위기는 지난해 철강, 구리와 같은 핵심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제침체에서의 회복은 나라별로 불균질하게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주요한 이유다. 미국에선 백신 부스터샷을 접종하기 시작했다. 반면 말레이시아에선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해 공장들이 잇따라 폐쇄됐다.
인도 마힌드라AG는 미국의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자동차 부품 재고를 빠르게 소진했다. 하지만 이를 다시 채우는 건 하세월이다. 부품을 실은 수백척의 배들이 항구 병목현상으로 발이 묶인데다 콘테이너 운송 비용은 3000달러에서 2만달러로 폭등했다. 포플리 CEO는 "펜실베이니아주 블룸스버그 소재 트랙터 공장에서 두달 연속 25%의 생산량을 줄였다.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항구에서의 컨테이너 수급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자동차업계의 문제가 경제 전반에 얼마나 피해를 일으킬지 추산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충격이 심각하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수많은 산업계가 자동차 제조사들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철강과 플라스틱의 주요 소비자들이다. 또 수많은 협력업체 네트워크를 잇는 구심점이다.
게다가 공장 인근엔 노동자들을 상대하는 식당과 각종 상점이 즐비하다. 크라이슬러 미니밴을 만드는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지역노동조합 '유니포 로컬 444'의 대표 데이비드 캐시디는 "캐나다 윈저공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면, 모두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온타리오 스텔란티스 공장과 같은 자동차 생산시설들은 대개 지역사회의 최대 민간 고용주다. 공장 문을 닫으면 공동체에 미치는 피해가 막심하다. 자동차 공장들이 지역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쉽사리 다른 업종이 이를 대체하기도 어렵다. 2019년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동차 공장 폐쇄로 인한 실업문제는 수년 동안 지속된다.
4만2000명이 거주하는 독일 튀링겐주 아이제나흐엔 자동차 제조사 오펠의 제조공장이 있다. 이곳에선 컴팩트 SUV '그랜드랜드'를 생산한다. 오펠의 모기업인 스텔란티스는 지난달 오펠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내년까지는 생산 재개 계획이 없다고 공지했다. 노동자들은 공장폐쇄가 영구적인 건 아닌지 두려워하고 있다. 그랜드랜드를 계속 생산중인 스텔란티스 프랑스 공장이 아이제나흐 공장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략 2000명의 아이제나흐 주민들이 오펠 공장에서 일하거나 인접 공급업체에서 일한다. 이들은 유급 임시휴직 상태다.
아이제나흐 카트야 볼프 시장은 지난주 말 공장 중단에 항의하는 노동자 시위에 동참했다. 볼프 시장은 "공장이 언제 다시 가동될지 모르기 때문에 주민들이 소비를 꺼린다. 때문에 지역 경제가 크게 위축됐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자동차업계는 이미 격변을 겪고 있다"며 "사람들은 새로운 자동차를 사지 않거나 값비싼 휴양지를 예약하지 않는다. 그들은 걱정이 한가득"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알릭스파트너스'의 전무이사인 댄 허쉬는 "공급이 달리는 부품이 반도체뿐만은 아니다. 차 전면유리 와이퍼 용액을 담는 데 쓰이는 플라스틱이나 계기판을 만드는 데 쓰이는 플라스틱, 자동차 시트를 만드는 데 쓰이는 발포고무 등도 태부족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SUV에 쓰이는 소형 브래킷도 부족하다"며 "때문에 충돌사고로 망가진 자동차를 고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2일에서 20일로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알릭스파트너스는 부품 부족 때문에 올해 당초 예정보다 770만대의 자동차가 출시될 수 없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자동차업계가 2100억달러의 매출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인구 540만명의 슬로바키아엔 폭스바겐과 푸조, 기아자동차의 대형 생산공장이 있다. 이 나라는 한해 10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한다. 1인당 생산대수로는 전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동차산업이 슬로바키아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을 훨씬 넘는다.
자동차 부품과 재료의 부족 상황이 오래 지속된다면, 경제적 충격은 배가된다. 현대 경제는 자동차의 이동을 전제한다. 상품과 물자를 옮기는 데 필수적인 트럭도 요즘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경제성장의 제약요소가 됐다.
다임러 트럭제조 부문 대표인 마틴 다움은 "반도체 부족 때문에 서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내년까지 생산할 모든 물량을 이미 판매 완료했다"고 말했다.
이 위기가 언제 끝날지 알 길이 없다. 반도체 제조사들은 공급을 늘리겠다고 공언하지만, 새로운 공장을 짓는 데엔 수년이 걸린다. 게다가 자동차 기업들은 반도체 기업들에게 우선순위 고객이 아니다. 와튼스쿨 교수인 개드 앨런은 "반도체 제조사들은 포드가 아닌, 애플이나 휴렛패커드(HP)를 먼저 챙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