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1인가구 소모임 구축, 체감안전도↑

2021-11-09 11:40:40 게재

관악구 우리동네 안전모꼬지

수요자 기반 정책발굴 효과도

"이론적으로 알고 있어도 정작 위기상황이 닥치면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체활동을 자주 해봐야 해요. 힘보다 자세가 중요해요."

서울 관악구 청룡동 관악구청. 젊은 여성들이 호신술 전문가 지도에 따라 손목을 잡혔을 때 뿌리치기, 어깨로 손이 뻗어왔을 때 벗어나는 방법을 배우느라 한창이다. 김형익 한국호신술진흥회 원장은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서 탈출 기회를 찾는 게 최우선"이라며 "숨이 차고 땀이 나면서 몸에 통증이 느껴질 때까지 연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상적으로 문의하는 호신용품은 상대방에 제압되면 되레 위험요인이 되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관악구가 여성 1인가구 소모임을 구축, 체감안전도를 높이고 있다. 자기방어교육 등을 진행한 뒤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상호 지지체계를 형성하도록 돕는다. 사진 관악구 제공


관악구가 여성친화도시 조성 일환으로 1인가구 소모임 구축을 통한 안전망 구축에 나섰다. 지역 특성과 여성들 요구에 기반한 주민체감형 정책과 프로그램을 함께 모색하는 동시에 안전의식을 높이고 안전문화를 확산시킨다는 취지로 진행하는 '우리동네여성, 안전 모꼬지'다.

모꼬지는 순 우리말로 놀이나 잔치 등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일을 의미한다. 딱딱한 강의 대신 이웃과 함께 하는 놀이처럼 안전을 몸에 체득하도록 마련한 자리다.

지난해 지역안전실태 조사부터 출발했다. 보행환경 등 안전실태와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범죄 유발 위험요소를 공유했다. 여성안전과 관련된 정보, 특히 1인가구가 느끼는 불안·위험요소를 공유하고 대처능력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논의했다.

올해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소모임에 집중하고 있다. 여성 1인가구가 밀집한 청룡 신림 대학 등 지역을 필두로 권역별, 나아가 전 동으로 확산시킨다는 구상이다. 전입신고때 홍보물을 전달하고 사회관계망을 활용해 참여를 독려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주민 동참을 유도한다.

호신술과 성폭력상담소 사례강의 등 자기방어교육을 비롯해 안심귀갓길같은 안전시설 현장방문 등 모꼬지 프로그램이 매개가 된다. 회차별로 다른 참가자를 모집해 과정을 진행하고 주민들이 정기모임과 사회관계망을 활용한 정보 공유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모임을 이어가도록 돕는다. 관악구 관계자는 "여성들이 상효교류를 통해 지지체계를 형성하고 궁극적으로는 지역 연대의식을 형성, 더욱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도록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서림동 주민 김 모(27·서림동)씨는 안심꾸러미를 설치한 뒤 안내문자를 받고 공공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처음 참여한 경우다. 그는 "실생활에서 도움이 될 것 같지만 활용할 일은 없었으면 한다"며 "동네에 아는 이웃이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고 말했다.

구는 모꼬지와 함께 1인점포 안심벨, 안심 택배함, 귀갓길 안전을 돕는 안심귀가스카우트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짧게는 1년 미만에서 길게는 4년 이상 단독가구를 이루고 있는 여성들은 가장 도움이 되는 사업으로 안심귀가스카우트와 1인가구 안심꾸러미를 꼽았다. "다른 자치구보다 안전사업 시도를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는 평도 내놨다.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활용해 범죄를 예방하고 보다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여성을 비롯한 주민 누구나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관악만의 다양한 사업을 발굴해 매진하고 있다"며 "소모임을 적극 발굴, 1인가구 네트워크를 강화해 더욱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고 모두가 함께 누리는 안전도시를 구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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