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서비스) 성장세 … 역할은 아직 제한적

2021-11-10 11:24:38 게재

가상자산 투자 보조 역할에 머물러 … 알고리즘 안정성 및 영속성 검증 필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금융서비스인 DeFi(디파이, 탈중앙화 금융서비스) 규모가 몇년 새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기존 금융서비스 규모와 비교하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기존 금융이 갖지 않은 장점을 무기로 점차 차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연구원이 3일 낸 '스마트계약에 기반한 DeFi의 활용 가능성' 이슈보고서는 DEFI PULSE 데이터를 인용해 "디파이의 예치금액 합계는 2019년 말과 비교해 최근 21개월 동안 11배가량 증가했으며, 2020년 말과 비교해서도 최근 9개월 동안 4배가량 급증했다"면서 "이 기간 동안 이더리움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의 달러 환산 가치가 크게 늘어난 것을 고려하더라도 디파이의 성장세를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DEFI PULSE에 따르면 디파이에 예치된 총 자산규모는 10월 6일 현재 109조원 수준이다.

보고서는 "DEFI PULSE에서 가상자산 중 유일하게 이더리움에 대해서 예치자산의 달러 환산 가치가 아닌 수량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데 이를 살펴보면 2019년 말과 비교해 현재 이더리움의 예치 수량이 12배가량 늘었고, 2020년 말과 비교해도 1.6배 정도 늘었다"고 덧붙였다.

디파이는 탈중앙화된 금융(Decentralized Finance)의 약자로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중앙화(centralized)된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을 통해 구현된 탈중앙화 금융서비스를 뜻한다.

스마트계약은 '계약의 조항들이 전산으로 프로그래밍돼 자동으로 실행되는 것'을 말한다. 사전에 작성된 프로그래밍 코드가 기계적으로 계약을 검증하고 실행하기 때문에 별도의 중앙화된 중개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게 스마트계약의 가장 큰 강점이다.

스마트계약이 현실에서 효과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면 여러 산업 중에서도 금융업에 막대한 파급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물리적 실체 없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자는 직원을 고용하거나 전산 설비를 갖추지 않고도 프로그래밍 코드를 개발·배포하는 것만으로 금융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기존 중앙화된 중개인에게 지급했던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스마트계약 기능을 활용해 어떻게 금융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일까. 은행의 예금-대출 서비스를 예로 들면 스마트계약에서는 개발자들이 '예치', '인출', '대출', '상환' 함수를 각각 프로그래밍 코드로 작성한 다음 이를 담은 계약계좌(CA)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구현된다. 그리고 사용자들은 본인의 사용자보유계좌(EOA)에서 해당 CA로의 거래를 요청하면서 본인에게 필요한 함수를 호출함으로써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디파이를 기존 금융시스템의 대체재로 활용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보고서는 "현재까지 디파이는 가상자산 투자를 보조하는 역할 외 금융의 다른 기능들을 거의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디파이의 영역을 지금보다 더욱 확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그 위에 생성된 가상자산, 그리고 디파이 알고리즘의 안정성과 영속성에 대해 각각 전문적이고 철저한 검증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디파이는 앞으로 기존 금융시스템을 급격히 대체하기보다는 이와 공존하면서 일부 차별성을 지닌 영역에서 사용자에게 새로운 옵션을 제공하는 정도의 제한적 역할을 당분간 수행할 전망"이라면서 "일단은 중앙화된 중개인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은 비교적 간단한 영역, 특히 가상자산의 예금 및 담보대출 분야에서부터 시작해 향후 디지털화된 실물 자산으로 저변을 확장하고, 점차 자산운용 서비스로도 영역을 넓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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