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시장도 불안, '국가식량계획' 구체적 실행조치 시급

2021-11-12 11:29:45 게재

팬오션·포스코 해외공급망 확대

국내 양곡부두 수심준설 요구도

국제곡물시장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국가식량계획 후속조치를 작동하는 게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박수진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은 11일 "9월 국가식량계획을 발표한 후 후속조치에 착수하지 못 한 상태"라며 "내년도 예산작업이 끝나고 이르면 12월에 민관협의체구성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은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식품시스템연구부장은 "추상적 선언 수준인 식량계획을 구체화 하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식량계획에서 국내 소비량의 80%를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곡물을 안정적으로 도입하는 전략도 수정하기로 했다. 정부가 직접 출자해 해외곡물공급망을 확보하는 방식이 실패한 이후 이를 민간기업의 해외곡물공급망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경한 것이다.

하지만 후속대책이 늦어지면서 이들 기업의 내년도 사업계획과 식량계획을 연계하는 작업도 늦어지고 있다. 하림그룹의 팬오션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해외에서 들여오는 곡물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들의 공급망은 세계 곡물메이저들에 비해 아직 초보 단계다.

팬오션은 최근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와 맺은 해외곡물 우선 공급권을 1년 갱신했다. 팬오션은 하림그룹과 농협의 협약에 따라 올해 10월까지 1년간 농협이 구입하는 옥수수와 소맥 중 월 7만톤씩 우선공급권을 확보했고, 1년간 44만3000톤을 공급했다.

우선권을 확보한 물량은 84만톤이지만 그에 따라 공급한 양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원가경쟁력이 부족한 게 원인이다. 방경철 농협사료 외자구매부장은 "팬오션에 카길 벙기 등 곡물메이저들보다 먼저 곡물을 공급할 수 있는 우선권을 줬지만 조건은 경쟁사와 같거나 조금이라도 싼 가격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충족한 물량이 절반 가량됐다"고 말했다.

해상운송 중심이던 팬오션은 하림그룹이 인수한 2015년 이후 곡물사업부를 신설, 지난해에는 미국에 곡물저장고(엘리베이터)도 인수하면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권재목 팬오션 아메리카 한국사무소장은 "해외 곡물생산지에서 곡물을 수집, 저장, 내륙운송, 해상운송, 도착지에서 운송까지 곡물공급망 전체를 확보하며 꾸준히 경쟁력을 키워가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인터도 우크라이나에 확보한 엘리베이터에서 국내로 들여오는 곡물량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 포스코인터는 지난해 6만5000톤의 밀을 국내로 들여왔고, 올해는 6월 옥수수 5만톤을 도입했다. 연말까지 12만1000톤의 옥수수를 추가로 들여올 예정이다.

곡물업계는 국내 양곡부두의 수심을 깊게 준설해줄 것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곡물업계 관계자는 "7만톤급 곡물선이 기항할 수 있는 양곡부두가 평택항 한 곳이어서 곡물선이 몰릴 때는 평택항 밖에서 10여일 대기하고, 화주는 선사에 추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정연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