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바이든, 대기업·부자 증세로 50년래 최대규모 사회복지
바이든 민주당이 2조달러에 육박하는 '더 나은 미국재건 법안'(Build Back Better Act)의 재원을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증세로 충당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연방하원에서 이를 독자가결한 데 이어 연내 연방상원에서 최종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바이든 민주당이 10년간 1조2000억달러를 투입하는 초당적인 인프라 투자법을 서명발효시켜 2022년부터 전국 곳곳에서 고속도로와 교량, 송전선과 상수도, 광역망 등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대형 국책공사에 돌입한다.
이어 민주당만의 힘으로 최소 1조7500억달러 규모의 더 나은 미국재건 법안도 독자 가결해 50년 만에 최대규모로 사회복지를 확충할 계획이다. 재원 대부분은 대기업과 부유층의 세금을 올린다는 계획으로, 현실화할 경우 획기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재건법 하원서 220대 213 가결
바이든 민주당의 '더 나은 미국재건 법안'이 연방하원에서 220대 213표로 가결됐다. 연방상원은 12월 4일 데드라인을 맞는 임시예산과 국가부채한도 조정부터 결정하고 이후 하원가결 법안을 다뤄 성탄절을 전후해 통과를 시도한다. 상·하원 법안이 다르면 연내 하원에서 다시 표결해 최종 확정한 후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하원가결 과정에선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대표가 8시간반 동안 마라톤연설로 표결을 지연시켰다. 매카시 공화당 하원대표의 8시간32분 연설은 2018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야당 대표 시절 8시간7분 연설한 기록을 깬 것이다.
이후 표결에서 민주당 하원의원 1명이 당론과 달리 반대표를 던졌고 공화당 1명이 투표에 불참했을 뿐 민주당 전원 찬성, 공화당 전원 반대를 기록했다.
50년 만의 최대 규모 사회복지
바이든 '더 나은 미국재건 법안'이 시행되면 차일드케어(보육)와 유아원 무상교육, 헬스케어(정부건강보험) 보조확대 등 사회복지가 50년 만에 최대 규모로 확충될 전망이다.
연방하원안에 포함됐지만 연방상원안에서는 포함이 불투명한 방안으로는 △4주간의 국가유급휴가제 도입 △지방세의 연방공제 한도 8만달러 상향 △이민관련 조항들이 있다. 이 방안들이 어떻게 결론날지 주목된다.
최종 승인이 확실한 차일드케어와 보육복지 확대엔 6000억달러 가까운 예산이 투입된다. 차일드케어 복지프로그램이 신설돼 6년간 2730억달러가 배정된다. 가구소득 30만달러 이하인 가정에선 5세까지의 자녀 보육비용이 소득의 7%를 넘지 않도록 국가가 지원한다. 각 주별 중위소득 75% 이하의 가정에선 자녀보육비를 한푼도 내지 않게 된다.
3세와 4세 아동 600만명이 연간 1만달러에 달하는 교육비를 무상으로 공급받는 유니버설 프리스쿨을 위해 연방정부는 각 주정부에게 6년간 1090억달러를 지급한다.
17세까지 부양자녀들에게 매달 250달러 또는 300달러를 현금지원하는 차일드 택스크레딧은 1년 더 연장제공된다. 이에 1850억달러의 예산이 배정된다.
둘째, 헬스케어 지원에 4000억달러가 배정된다. 1220만명이 등록한 ACA 오바마 케어 프리미엄, 즉 월 건강보험료의 대부분을 충당해주는 이 프로그램에 정부보조금 740억달러를 투입해 2025년까지 4년 더 연장된다.
저소득층이 거의 무료로 이용하는 메디케이드의 경우, 133%로 확대하기를 거부해온 12개주의 대상자 400만명에 대해 570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4년간 보조금을 지원하게 된다.
메디케어의 경우 370억달러를 투입해 보청기 등 청력커버를 확대한다. 홈케어도 당초안보다 삭감된 1500억달러를 배정해 대기자 수를 줄이고 홈케어 종사자의 임금을 올려준다.
셋째, 미국이 최초로 도입하려는 국가유급휴가제의 경우 미국 근로자들이 1년에 4주 동안 본인 병가는 물론 가족을 위한 출산과 육아, 돌봄 등의 휴가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2050억달러의 예산이 배정될 전망이지만 빨라야 2024년에나 시작된다.
대기업 8300억, 부유층 6400억달러 거둬
바이든 '더 나은 미국재건 법안'의 재원은 대기업에 대한 세금 인상으로 8300억달러,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으로 6400억달러가 충당될 전망이다.
첫째 대기업들로부터 10년간 8300억달러의 세금을 더 거둬들인다. 구체적으로 연수익 10억달러 이상인 대기업들에 대해 최저 법인세 15%를 적용해 10년간 3200억달러를 징수한다. 다국적기업의 해외수익에 대해선 현행 10.5%의 법인세를 15%로 올려 2800억달러를 더 거둬들인다.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 소프트 등 대기업들은 주가 부양을 위해 매년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이같은 스톡바이백에 대해 1%의 세금을 물려 1250억달러의 세입을 늘린다.
둘째 부유층에는 부가세를 새로 부과해 10년간 6400억달러의 세금을 더 거둬들인다. 연소득이 1000만달러 이상이면 5%, 2500만달러 이상이면 8%의 부가세를 물려 2300억달러를 징수한다.
고액의 투자소득에 대해선 별도로 3.8%의 메디케어 세금을 추가해 2500억달러의 세입을 늘린다. 또 기업손실의 세액공제 제한을 확대해 1600억달러를 더 거둬들인다.
셋째, 국세청(IRS) 예산을 800억달러 증액해 탈세추적을 대폭 강화한다. 이를 통해 10년간 2070억달러를 더 징수한다는 계획이다. 또 메디케어 약값 낮추기 등으로 3000억달러를 절약한다. 이를 합하면 대규모 사회복지 예산의 적자는 향후 10년간 1600억달러로 줄어들 전망이다.
초당파 기구인 미 의회예산국(CBO)의 예상에 따르면 바이든 더 나은 미국재건 법안에 포함된 각종 사회복지 프로그램과 기후변화 대처방안을 시행하는 데 10년간 2조4300억달러가 소요된다. 반면 대기업·부유층 증세와 IRS의 탈루추적과 추가징수, 약값 낮추기 등 절약분으로 2조2700억달러 세입을 늘린다. CBO는 수입과 지출을 상쇄하면 향후 10년 동안 약 1600억달러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민주당은 10년간 1600억달러 규모의 적자라면 상하원 의원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