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는 피하고, 내부 결속은 기대 이하 … 이재명 '삼중고'

2021-12-08 11:17:00 게재

여당 후보, 집권세력 비판 한계 … 후보경쟁력 차별화 차질

민주당 화학적 결합 미진, 국회의원 전원에 "도와달라" 편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연일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주말마다 지역을 방문해 시장~상가~캠핑장을 돌며 지지를 호소하고, 선대위 회의를 마친 후 지상파 생방송과 유튜브 인터뷰까지 이어갔다. 8일에는 대학생과 경제간담회를 가진 후 오후에는 부동산 청약관련 간담회에 참석했고, 9일에는 중소·벤처 공약발표에 이어 장애인 직업훈련 편의점을 찾을 예정이다. 말 그대로 동분서주다.

이재명 '무주택자에게 듣는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모임 공간(앤드스페이스)에서 무주택자들과 '주택청약 사각지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의 광범위한 활동과 맞물려 두자리수 가깝게 벌어졌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여론조사 격차가 박빙수준으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9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까지 상승추세를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이지만 내부적으론 고심이 크다. 여권에게 불리한 구도를 후보 경쟁력 등으로 우회 돌파하려 하지만 내·외부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 연일 '차별화' 강조 = 내년 대선에서 야당에 의한 정권교체 여론이 높게 나타나면서 국민의힘은 '반민주당 진영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측은 차별화에 주안점을 두고 선거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필두로 '정권교체' 진용을 짜고 있다면,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의 개인기가 돋보이는 차별화 방식이다.

정부의 민생정책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는 7일 오후 20~40대 무주택 서울 청년들과 '주택청약 사각지대'를 주제로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정책 전환 방침을 밝혔다.그는 "진보정권은 수요를 통제하면 비정상적 집값 상승이 없을 것으로 봤는데 시장은 달리 봤다. 공급이 부족하다고 인식했다"면서 주택 공급정책을 강조했다. 또 '임대차 3법'의 맹점을 지적하는 참석자 의견에 "현장과 동떨어진 행정이 어떤 결과를 빚는지 체감된다"며 "현실을 모르는 것은 잘못이 아니고 죄악"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서울대 경제학부 강연에선 "국가의 빚이나 개인의 빚이나 빚이 무조건 나쁘다는 건 바보 같은 생각"이라 "미래 자산을 앞당겨 쓰는 것이 가치가 훨씬 크다면 앞당겨 쓰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국가부채 비율을 유지하면누가 상을 주냐"라며 기재부의 재정 정책 기조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정권심판 쪽으로 기울어진 민심을 고려해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적 평가 위에서 '이재명정부'의 다름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대위 상황실장인 조응천 의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부동산·소상공인 정책과 관련해 "점차 국민들이 정말 힘들어하시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재명의색깔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 직접 비교 차질= 정권교체 여론을 고려했다고 해도 민주당내 비주류 인사인 이 후보가 민주당 정부의 연장을 바라는 입장에서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은 쉽지 않다. 정권운영을 담당한 여당의 후보에게 1차적 책임을 묻는 여론을 피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대신 윤 후보와의 경쟁력을 비교하는 후보 차별화 전략을 고려해 왔다. 이 후보 캠프에서는 오랫동안 "윤석열 나와라. 토론하자"고 주장한 이유다. 현안이나 임기응변 능력, 정치철학 부재 등을 윤 후보의 약점으로 보고 토론을 통해 이 후보의 강점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혔고, 대신 김종인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 국민의힘의 상징적 정책을 컨트롤하기 시작했다. 이재명-윤석열 후보 구도가 부상하는 시기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이 후보는 윤 후보와 만나야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지만 이젠 이재명-윤석열이 아니라 이재명-김종인으로 싸워야 할 판이라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윤 후보는 정권교체와 심판만 강조하고 정책 등에선 김 위원장이 전담하는 식으로 나오면 민주당이 대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와달라" 읍소, 언제까지? = 이 후보는 지난 2일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 후보는 "혼자 힘으로는 부족하다. 손을 잡아줘야 가능하다"고 했다. 우상호 의원에게 보낸 서신에서 '상호 형님, 잘 부탁드립니다'고 적었다. 169명의 민주당 의원들의 협력을 당부하는 내용이지만 한편으론 내부결속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선대위 전면쇄신 등 변화에도 불구, '이재명 혼자만 뛴다'는 일각의 평가가 여전하다. 눈 앞의 대선보다 대선 이후 당 또는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매몰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민주당 홈페이지 게시판은 이 후보 지지/반대로 갈려 갈등을 빚어 연말까지 폐쇄되기도 했다.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도왔던 당내 인사들은 선대위 출범 후에도 거리감을 두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 평가다. 물론 이낙연 전 대표도 이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개인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박빙승부에서 상승여력 여부는 내부 결속력에 달려 있다"면서 "민주정부 출범을 절박하게 호소하는 상징적인 '스피커'가 이 후보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환 박준규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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