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유시민 지원발언에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

2021-12-10 11:31:23 게재

유 "이재명, '뭘 해줄 후보' 정서 일으켜"

김종민 "이낙연, 조만간 어깨동무 할 것"

친문 인사 잇단 등판 … 화학적 결합 기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등판에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라며 반겼다. 이재명 후보는 9일 SNS를 통해 "(유 전 이사장이) '발전도상인'이라고 지어준 별명이 무척 마음에 든다"면서 "끊임없이 발전해 가는 사람이 되겠다"고 했다. 이 후보의 이같은 환영입장에는 유 전 이사장의 공개지지가 당내 지지유보층의 지지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담겨 있다. 대선 경선이후 해소되지 않은 내부 결합력 상승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바람이 포함된 것이라는 평가다.

답변하는 이재명 대선후보│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감염병 대응 정책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이재명 외곽지원 '빅스피커' 등장 ?= 유시민 전 이사장은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해 "이런저런 작은 오류는 있었을지 모르나 정치적 생존을 위태롭게 할 만큼의 하자나 이런 것들은 없었던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유 전 이사장은 이날 이 후보를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로 '생존자'를 꼽은 뒤 "진짜 문제가 심각하게 있으면 못 살아남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전 이사장은 "산업화 시대를 죽지 않고 건너온 생존자"라며 "정치적으로도 생존자에 가까운 경로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유 전 이사장은 이 후보를 '발전도상인'과 '과제 중심형' 인물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저 후보를 위해 내가 뭔가 해야 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데, 이 후보는 그보다는 '저 사람이 날 위해 뭔가 해줄지 몰라'라는 정서를 일으키는 후보"라고 했다.

과거 욕설논란이나 대장동 등과 관련해서도 이 후보를 적극 옹호했다. 그는 형수 욕설 논란에는 "이재명이란 사람의 생존과정에서 있던 골육상쟁으로 인한 것"이라며 "맥락을 보면 뿔이 엄청 났고 감정조절을 못해서 '미러링'을 했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대장동 이슈와 관련해서는 "100% 민영에 비하면 잘한 일"이라며"이익을 하나도 못 가져오게 만들었던 사람들이 그러는 것은 좀 낯 뜨겁다"고 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입장 선회와 관련해선 "이재명이라는 행정가의 일하는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과제를 설정하고 시간표를 짰는데 현실 여건이 그만큼 안 되면 일단 한 발 물러선 다음에 자기가 권한을 확보했을 때 다시 밀어붙이기 위해 밑자락을 깔아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가 조국 전 법무장관 문제에 대해 사과한 것에 대해서도 "조 전 장관은 자기를 그렇게 비판적으로 보고라도 좋은 성과를 거두길 바랄 것"이라며 "타인에 대해 도덕적 비판이나 정책적 비판을 선명하게 하는 사람일수록 그것과 어긋나는 행위를 한 것이 밝혀질 때 더 많은 비난을 받을 위험을 원래 감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정도 얘기도 못하면 대통령 후보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 전 이사장의 방송 이후 이재명 후보는 "(저에 대해) 이렇게 소상히 알고 계시는 것에 대해 놀랐다"고 했다.

◆"후보 원톱 리스크 줄여줄 것" 기대 = 유 전 이사장이 민주당 선대위 결합이나 공식적 직책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공개적인 지지표명이 내외의 지지층 결집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유 전 이사장은 민주당 지지자면서 이 후보 지지를 유보했던 층의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당 밖이지만 정권재창출의 빅스피커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고 기대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전면에 나서 정책과 메시지를 주도하는 것을 겨냥한 대항마 성격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본격적인 경쟁국면이 시작되면 정책이나 비전을 전달할 선명한 메시지 경쟁이 벌어질 것인데 유 전 이사장 만큼 강점이 있는 여권인사가 또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가 정책과 메시지를 혼자서 감당하면서 후보에게 모든 리스크가 쏠리는 현상을 막을 수 있을 효과도 기대하는 눈치다.

유 전 이사장의 공개행보가 민주당과 국민의힘 선대위가 큰 틀의 정비를 마치고 본격적인 대선경쟁을 시작한 즈음에 이뤄진 점을 주목하기도 한다. 당내 화학적 결합이 절실한 상황에서 친문 주류 인사들의 결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민주당 선대위 정무실장으로 이 후보를 보좌하고 있다. 윤 의원은 이 후보의 '새로운 정부' 언급이 현 정부와 차별화를 꾀한다는 해석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인사로 꼽힌다. 그는 9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잘한 것은 잘한 대로, 못한 것은 성찰을 통해서 대안을 만들자는 것인데 언론과 야당의 입장에서는 차별화라는 걸로 빈틈을 헤집고 들어오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전날 민주당 개최 토론회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인사 문제가 지적받은 것에 대해 "문재인정부가 온전히 100점짜리 정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며 "잘한 건 잘한 대로, 못한 건 못한 대로 평가받고 성찰해야 된다"고 밝혔다. 대표적 친문인사인 홍영표 의원은 지역을 돌면서 이 후보 지지활동을 펴고 있다. 그는 최근 민주당 전남도당과 목포시당 행사에 참여해 "이번 대선은 미래와 과거, 정책과 비전 역량을 갖춘 이재명 후보와 과거로 후퇴하는 철새정치인들, 정치검찰과의 싸움"이라고 주장했다. 선대위 합류를 미루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도 조만간 지지활동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낙연캠프에 참여했던 김종민 의원은 8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낙연 전 대표 등판 시점과 관련해 "지금까지 선대위 출범하고 후보가 일단 중심에 서고 국민들한테 주목을 받으며 지지를 구하는 과정이었다"면서 "(이재명) 후보가 어느 정도 시작점에 출발선에 섰기 때문에 조만간에 함께 어깨동무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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