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공서비스 민영화 '서발법(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폐기"

2021-12-10 11:45:43 게재

노동시민단체, 민주당·국민의힘 안건 상정에 반발 … "기획재정부 독재법"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이 상정되자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의료·공공서비스을 민영화하는 법안을 기습처리하려 한다며 반발했다.

참여연대, 보건의료노조, 한국노총 등이 참여한 '의료민영와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운동본부)는 9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시기에 의료를 포함한 사회필수서비스의 공공성을 무너뜨리고 민영화를 가속화할 법안인 '서발법'을 기습적으로 상정한 국회를 규탄한다"며 서발법 폐기를 촉구했다.

8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기재위에 서발법을 포함한 4개 법안에 대한 안건조정위원회를 신청했다.

서발법은 제조업 및 농어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을 '서비스산업'으로 지칭하고 각 분야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향상시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적으로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인 18대 국회부터 10년 넘게 추진돼온 법안이다.

하지만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기업의 이해관계를 우선해 의료 교육 공공서비스 등을 민영화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노동시민사회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10년간 재발의-계류-폐기를 되풀이해왔다.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현 18대 국회 이래 20대 국회까지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제시한 서발법의 문제점에 공감하면서 법안 통과에 반대해왔다.

21대 국회 들어 또다시 기획재정부가 법 제정을 재추진하면서 노동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 부딪혔다. 기재위는 지난 3월 관련 공청회를 열었지만 시민사회 대표자 참석을 여야합의 하에 취소시켜 반쪽짜리로 진행됐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서발법이 농림어업 제조업을 제외한 보건의료 사회복지 교육 언론 정보통신 등 모든 영역을 '서비스 산업'으로 규정하고 이를 민영화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공공성을 침해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발언을 통해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야합해 우리 사회에 엄청난 폐해를 가져올 악법을 강행 처리하려 하고 있다"면서 "특히 기재부 장관에게 이에 대한 전권을 부여함으로써 부처 간 균형과 견제의 원리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시대에 역행하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서발법은 사회공공영역을 모두 기재부 손에 넘겨주는 '기재부 독재법'이자 '의료·사회공공서비스 민영화법'이라고 알려져 오랜 기간 시민들로부터 반대에 부딪혀왔다"면서 "코로나19 위기 속 공공의료와 사회안전망 강화에 온힘을 다해도 모자랄 시기에 거대양당이 거꾸로 기업에 사회공공영역을 통째로 넘겨주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서발법이 통과되면 기업들은 손쉽게 이용이 불가피한 필수서비스를 이윤추구 대상으로 삼아 막대한 이익을 낼 수 있지만, 대다수 평범한 이들은 서비스요금의 인상과 질 저하, 노동자의 해고와 고용불안정의 결과를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운동본부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의료민영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보건의료 관련 일부 법을 적용에서 제외시켰다고 하지만 의료법,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등 3~4개 법을 제외하고도 50여개 보건의료 관련 법이 서발법 적용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은 "코로나19 확산세로 확진자는 물론,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는 위태로운 상황인데도 고통스러워하는 시민들의 삶은 외면하고 어떠한 성찰과 반성 없이, 기업의 이익을 운운하며 공공성을 훼손하는 법안 제정에 정부와 국회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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