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내일신문 공동기획│좌담회-탄소중립 시대를 위한 준비, 학교에서 시작하자!

"탄소중립, 환경 넘어선 기술·경제적 관점 교육 절실"

2021-12-14 12:38:36 게재

ESG 경영 안하면 투자안하는 게 세계흐름

우리기업 생존위해 필수이자 미래 기회요인

탄소중립 사회를 실현하려면 에너지·수송·산업 등 주요 부문별 대전환과 함께 학교를 포함한 사회 전 분야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이해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내일신문은 10일 본사 회의실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공동으로 '탄소중립 시대를 위한 준비, 학교에서 시작하자!' 주제의 좌담회를 개최했다.

양사가 함께 진행한 에너지 리더 양성 프로젝트 '고등학생 에너지 원정대 캠프' 성과를 평가하고 탄소중립 시대에 걸맞는 학교교육과 우리 사회 전반의 변화에 관해 의견을 나눈 자리였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내일신문은 10일 내일신문 본사 회의실에서 '탄소중립 시대를 위한 준비, 학교에서 시작하자!' 주제의 좌담회를 개최했다. 사진 이의종


◆새로운 에너지 생태계 위한 탄소중립 로드맵 = 이날 좌담회에서 김용진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서강대 교수)은 "2050 탄소중립을 위한 국가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가 40%로 대폭 상향 조정된 것은 속도를 늦추면 그만큼 더 고생해야 한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진 탄소중립위원회 위원

이어 "이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 된 만큼, 우리 기업들도 생존을 위한 변화가 불가피해 졌다"고 진단했다.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 10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내놨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2050년 탄소중립이 실현됐을 때 우리나라의 미래상과 부문별 전환내용을 전망하는 것으로 전환·산업 등 정책 방향과 속도를 가늠하는 나침반의 의미를 갖는다.

강혜민 한국에너지공과대 교수

김 위원은 "이번 시나리오 안은 전기·열 생산에 소요되는 탄소 배출 최소화를 위해 석탄발전을 중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산업 부문에서는 철강 공정에서 수소환원제철 방식을 도입하고, 시멘트·석유·화학·정유 과정에 투입되는 화석 연·원료를 재생 연료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철강·석유화학 산업은 생산에 수반되는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수단이 없기에 산업전환을 이뤄가며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 위원은 "중장기적으로는 저탄소·탈탄소 산업구조 전환이 필수"라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전력 다소비 업종에서도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이 우리 산업의 당면과제"라고 강조했다.

김재민 이젠대표

◆탄소중립, 기업에 '강요' 아닌 '기회'로 인식돼야 =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해외 주요국도 다양한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선언하는 글로벌 기업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이른바 RE 100 캠페인이다. 2014년부터 본격화해 구글 애플 BMW 스타벅스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김 위원은 "이들 기업은 거래하는 협력업체까지 탄소중립 정책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다"며 "아직까지 우리 기업의 문화와 거리가 있지만 생존을 위해 결국 따라야 한다면 기업과 정부가 협력해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드는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치성 염광고 교사

탄소중립은 정책과 기술, 시장의 조화를 통해 구현돼야 하는 만큼 강요하기보다 글로벌시장 환경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회라는 사회적 인식 확산도 필요하다.

김 위원은 "아직 우리 사회는 탄소중립을 여전히 선언적으로 받아들이고 먼 미래에 대한 얘기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하지만 유럽과 미국은 탄소국경세 시행을 이미 준비하고 있어 느슨하게 대처해선 피해갈 수 없고 결과적으로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스마트 그리드 등 전력공급시스템 변화 불가피= 강혜민 한국에너지공과대 교수는 '기술적 대안과 에너지 절약'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2018년 기준으로 2050년 전력사용량은 200% 증가가 예상돼 현재 전력망으론 전력 공급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대로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공급을 달성하려면 전력망 구성에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기 위해 에너지 전환 정책과 전략이 가속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친환경 전력망, 지역에서 생산과 소비가 균형을 이루는 분산화 된 전력망, 전력 흐름 제어가 가능한 AC-DC 하이브리드 전력망이 미래 전력망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이미 2011년도 10대 유망기술로 꼽은 '지능형 변압기(Smart Transformer)의 도입과 보편화 필요성도 제기했다.

지능형 변압기는 전력 수요·공급의 변화에 실시간 대응할 수 있고 교류뿐 아니라 직류도 제어 가능하다. 이 변압기가 보편화되면 중앙 발전소에서 소비자에게 전력을 전달할 때 기존 '1:N'이 아니라 'N:N' 방식의 전력 공급이 현실화된다.

강 교수는 "전력망을 통해 여러 대의 전기자동차를 동시에 충전하거나 주택가의 태양전지판에서 생산된 잉여 전기를 활용하는 데 꼭 필요한 기술"이라며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적으로는 단일 국가 경계를 넘어 다수 국가 간에 국제 전력망을 연결한 슈퍼 그리드(Super Grid)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미 유럽에서는 2009년부터 10여개국이 '슈퍼 그리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북해에서 해상풍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프로젝트 참여 국가에 안정적으로 송전한다는 계획이다.

강 교수는 "초고압 직류 송전(HVDC)이 가능해지면 '아시아 수퍼그리드' 형태로 서울 도쿄 베이징 상하이 홍콩 몽골 타이페이 마닐라 등 아시아 모든 국가와 도시간 전력망 설계를 실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 스마트 그리드 활성화를 위한 기술력 향상과 프로그램 보급에 보다 적극적인 정책과 기술개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계몽식 아닌 엔지니어적 교육 접근 필요 = 미래세대 에너지 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김재민 이젠대표는 탄소중립 시대에 걸맞는 에너지 교육의 변화와 확대를 강조하면서 "한수원과 내일신문이 공동으로 7년째 진행 중인 '고등학생 에너지 원정대 캠프'를 기획 총괄하며 청소년 에너지 교육이 환경캠페인과 같은 계몽식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야 함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기존 에너지교육이 친환경·신재생에너지 개념을 이해하고 당위성을 설파하는 수준이었다면, 탄소중립 시대 교육은 혁신기술과 관련산업 개발에 대한 관심까지 이끌어낼 수 있도록 보다 기술공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올해 캠프 교육 내용에 '왜 탄소중립이 세계적 화두이며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의미는 무엇인지'를 포함시켰다"면서 "탄소중립은 단순히 에너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변화를 불러오는 혁명같은 것으로, 이를 위해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를 학생들의 미래 직업이나 전공학과와 연계해 찾아가는 방향으로 수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120여개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하거나 추진 중이고, 유럽과 미국에서는 수입품 등 모든 항목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하겠다는 환경규제 움직임도 일고 있다. 탄소중립은 이제 전 세계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됨과 동시에 우리 미래세대가 반드시 인식하고 실천해야 할 사회적 필수 과제가 됐다. 김 대표는 "학생들에게도 탄소중립은 우리 정부의 가치 지향이나 철학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요구되는 새로운 경제, 국제질서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면서 "이런 관점에서 현안 중심의 에너지교육 모델 개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 고교학점제 환경 활용 검토할 만 = 이날 좌담회에서는 학교 현장의 생태교육 전환과 탄소중립 실천 교육이 시급하며, 교원들의 환경 감수성과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송치성 염광고 교사는 "우리는 2021년을 살고 있지만 현재 학교수업은 2015 개정 교육과정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며 "때문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도 탄소중립정책에 대한 인식이 희박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오늘 좌담회에서 나온 스마트 그리드나 지능형 변압기, 탄소배출 저감 정책 등에 관해 우리 미래세대인 청소년의 인식이 절실하지만, 현 교과서에선 이런 내용을 다루지 않고 있다"며 "세월호 이후 학교 안전교육이 법제화된 것처럼 탄소중립을 둘러싼 경제·산업·문화·사회 전반에 대한 학교 교육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송 교사는 "고교학점제와 진로선택 과목을 활용 적절한 교육과정과 콘텐츠가 편성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현 상황에서는 고1 학생이 배우는 '통합과학'에서 수행평가 주제로 다루거나 과학 교과의 진로선택과목인 '과학탐구실험' 등에서 탄소중립을 주제로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볼 순 있겠지만, 교원 개인의 전문지식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한편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2024~2025년부터는 전체 교과에 생태전환교육이 포함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체험 위주 활동, 중·고교는 자유학기제·고교학점제와 연계해 기후위기 대응 교육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회도 9월 교육기본법 개정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제정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 학교 교육 관련 법적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본 좌담회는 정부의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진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