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워케이션'으로 한국관광 리부팅

2021-12-15 11:14:39 게재
박효연 한국관광대학교 교수 관광경영학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세계 관광이 멈춘 지 벌써 2년이 다 됐다. 국내 관광시장은 초기 충격에서 벗어나 캠핑 등 코로나19 시기에 적합한 관광상품을 중심으로 조금씩 회복돼왔다. 그러나 국제시장은 최근 변이바이러스 재확산 등으로 회복 전망이 어두워지는 양상이다. 위드코로나시대를 대비한 대응방안 마련이 매우 절실하다.

디지털노마드 대상의 장기체류형 관광

코로나19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2년 전과 달리 재택근무가 필수가 됐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맥킨지(Mckinsey) 보고서 '코로나19 이후 일자리의 미래'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에도 원격근무는 지속될 것이고, 주요 국가 인력의 약 20~25%가 효율성 저하 없이 일주일에 3~5일은 원격근무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점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일과 휴가가 융합된 워케이션(Work+Vacation)이 떠오르고 있다. 워케이션은 고용주의 동의를 받아 휴가지에서 원격근무를 하는 것으로, 일과 휴가를 동시에 행하는 근무제도가 결합된 관광상품으로 정의된다. 재택·원격근무는 장소를 자택이나 회사가 지정한 오피스 등으로 제한하는 데 반해 워케이션은 장소는 물론 시간까지 근로자 입장에서 자유도를 더욱 높인 제도라 할 수 있다.

워케이션이 유망한 관광상품으로 주목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ICT를 적극 활용하는 디지털노마드를 대상으로 한 장기체류형 관광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MZ세대가 주를 이루며, 여행총량도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2~3년 쯤으로 다른 세대보다 길고, 일반 여행객에 비해 관광지 내 로컬여행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등 20여 국가에서는 디지털노마드를 유치하고자 장기체류 비자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또 특정 시즌이 아닐 때도 언제든 여행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기여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장기체류로 지역사회와 유대감을 형성하고, 이를 통한 관계인구 증대에도 기여하는 등 ESG 실천의 좋은 수단도 된다. 이밖에 창조적 업무환경과 함께 새로운 경험, 봉사, 교류, 취미활동 참여 등 체류를 통한 생활전반의 경험을 통해 높은 만족을 얻게 된다.

관광객 좀더 오래 머물 상품개발 시급

각국에서도 워케이션 사업이 활발하다. 일본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은 노동법' 실현을 위해 총무성 관광청 등을 중심으로 일본텔레워크협회와 워케이션지자체협의회를 설립하고 전국 단위의 시범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리모트 이어(Remote Year), 해커 파라다이스(Hacker Paradise), 코워케이션스(Coworkations) 등 민간 여행기업들이 워케이션 상품을 제공하고 있고, 포르투갈 마데이라섬에는 디지털노마드 빌리지가 조성돼 세계 워케이션족을 유인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강원 제주 부산 등을 중심으로 워케이션 상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야놀자와 CJ ENM, IT 스타트업 기업들도 워케이션 도입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처럼 노동시장 변화와 함께 세계적 트렌드로 부상하는 워케이션은 관광시장에 새로이 활력을 불어넣을 좋은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한국을 찾는 비즈니스 여행객들이 조금이라도 더 머무를 수 있도록 매력적인 상품 개발과 함께 워케이션 목적지로서의 한국을 널리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