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델타·오미크론·독감 겹쳐 '3중 불행 공포'

2021-12-21 11:43:52 게재

미국이 연말연시를 맞아 델타·오미크론·독감이 겹치는 '3중 불행'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 5차 확산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오미크론 감염자가 하루 반나절마다 2배씩 급증하고 있고 지배종인 델타변이도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이런 상황에 독감 환자까지 늘어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내 코로나 감염환자는 하루 15만~17만명으로 2주 동안 30% 급증했다. 총 감염자는 5066만명으로 늘어났다. 중증으로 발병해 입원한 환자는 2주 만에 20% 이상 늘어 하루 평균 7만명에 육박했다. 사망자는 하루 평균 1300명으로, 총사망자는 80만명을 넘어섰다.

19일 미국 뉴욕시 메이시스 헤럴드 스퀘어에 마스크를 쓴 쇼핑객들이 가득하다. 뉴욕을 비롯한 대도시에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연말연시 코로나 5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내 코로나 감염자의 97%는 델타변이로 인한 것이다. 오미크론 감염자는 3%에 불과하지만 하루 반나절마다 2배씩 늘어나고 있다. 특히 뉴욕 뉴저지 텍사스 휴스턴 등 일부 인구 밀집지역은 오미크론이 차지하는 비율이 13%를 넘어 전국 평균의 4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배종인 델타가 새 변이 오미크론에 밀리지 않으려고 경쟁적으로 코로나를 퍼뜨리고 있다. 겨울 독감시즌까지 겹쳐 새해 1월에는 미국이 3중 불행에 강타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DC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새해 1월 델타와 오미크론 감염자, 독감환자가 동시에 몰려들어 미 전역의 의료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죽음의 겨울' 경고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오미크론 확산세 등을 업데이트해 대국민 연설을 할 예정이다. 셧다운이나 록다운을 배제하는 대신 부스터샷을 적극 홍보하는 등 백신접종을 최대화하겠다는 대책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신 비접종자들은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중증과 죽음의 겨울을 맞을 수 있다"고 전례없이 강한 어조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부스터샷 접종은 아직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 가운데 백신접종을 마친 완료자는 2억명, 부스터샷까지 맞은 사람은 5500만명이다. 65세 이상 노년층 절반이 부스터샷을 맞았으나, 전체 대상자 중에선 30%, 전체 인구 중에선 6명당 1명에 그치고 있다. 또 각 지역별로 부스터샷 접종률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오미크론 신규 감염자 상당수는 돌파감염이었다.

바이든정부나 전문가들은 백신을 맞는 사람들도 돌파감염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며 "부스터샷이 중증 입원율과 사망률을 낮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가운데 CDC 자문위원회는 얀센 백신이 드물지만 뇌에 혈전을 형성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부스터샷으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권고했다.

CDC는 오미크론의 빠른 확산 등으로 코로나 환자들이 급증해 12월 25일 성탄절을 전후한 1주일 동안 미국내 코로나 감염자가 현재보다 55% 늘어난 130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2022년 새해 1월 8일쯤에는 사망자가 1주일 동안 1만5600명에 달해 현재보다 73%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상복귀 중지, 성탄 축제 줄취소

델타변이와 새 변이 오미크론이 겹치면서 미국인들은 일상복귀를 중지하고 성탄절과 연말연시 축제, 공연 등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특히 오미크론 확산이 전국 평균의 4배가 넘는 뉴욕과 뉴저지를 중심으로 행사와 공연이 빠르게 취소돼 성탄절과 연말연시 여행에 나서려는 사람들은 사전 확인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주 업스테이트 이타카에 있는 명문 코넬대학에서는 코로나 감염자가 1000명 이상 발생했다. 대부분이 오미크론 감염자로 확인돼 초비상이 걸렸다.

뉴욕시를 비롯한 대도시 소재 회사들은 당초 1월로 예정했던 사무실 출근일자를 다시 연기하고 재택근무를 유지키로 결정했다. 애플을 비롯한 첨단기업,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직원들의 사무실 출근일을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 미뤘다가 새해 1월로 정해졌던 출근일을 봄철로 다시 연기하고 있다.

대학들은 겨울방학을 앞당기면서 학기를 원격 온라인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프린스턴대 등 아이비리그 대학들에 이어 뉴욕대학은 12월 22일로 예정됐던 겨울방학을 앞당겼고 비필수 모임, 스터디그룹 모임, 스포츠 행사, 성탄과 연말연시 파티를 줄줄이 취소시켰다.

오미크론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학교 등 대부분의 대학이 겨울 졸업식을 취소했다.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대, 캘리포니아에 있는 스탠퍼드대 등 명문대학들이 잇따라 겨울학기 대면 수업을 전면 중단하고 다시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

오미크론이 전체 코로나 감염의 13%를 차지하고 있는 뉴욕시에서는 영업시간을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문을 닫는 식당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라디오시티의 90년 전통 성탄 뮤지컬은 남은 공연을 전면 취소했고 브로드웨이 공연들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는 성탄절 직전인 12월 23일부터 새해 1월 2일 사이에 미국민 1억900만명이 여행길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팬데믹에 얼어붙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 여행객보다 2770만명, 34% 급증한 수치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의 92% 수준이다.

성탄절과 연말연시 미국민이 여행과 축제를 즐기려면 부스터 백신 접종률이 늘어나는 동시에 백신접종으로 중증발병이나 사망이 줄어든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