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기자협회 60주년 기념행사 개최

2021-12-22 20:13:18 게재

김수정 회장 “언론 자유와 성평등을 향한 노력이 우리 사회 발전 동력”

한국여성기자협회는 2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창립 6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코로나19 방역 기준을 준수해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신동식 8대 회장, 이정희 9대 회장, 장명수 10~11대 회장 등 한국여성기자협회를 이끌어온 역대 회장단과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각 당 대표 및 재계 대표 등 총 80여명의 내외부 인사가 참석했다. 

김수정 제29대 한국여성기자협회 회장은 환영사에서 “이 땅에 ‘부인기자’란 이름으로 여성 기자가 탄생한 지 올해로 101년이 됐다. 60년 전 서울 지역 여성기자 30여 명이 한국여기자클럽이란 이름으로 연대의 틀을 만들었다”면서 “신동식 이정희 장명수 선배 등 이 자리에 오신 여러 선배님들이 용기로, 치열함으로, 도전하고 버티고 닦아 오신 덕에 오늘날 1500여명 회원의 한국여성기자협회가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협회는 60년 동안 창립을 기념하는 행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여자로, 엄마로, 기자로 취재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상황의 반영”이라며 “대선 후보들과 국회 부의장, 각 당 대표들까지 모신 건 내외 상황이 너무나 엄중하고, 사회적 갈등이 심한 이 시기에 한국여성기자협회 창립 60주년을 계기로 언론 자유와 성평등을 향한 노력이 결국은 우리 사회 발전의 동력이란 점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수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이 대독한 축사에서 “그동안 한국여성기자협회는 편견과 차별에 맞서 평등, 공정의 물결을 만들어왔다. 한복차림으로 펜을 들었던 선배들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부당한 권력에는 날카로운 저항군, 약자에겐 따뜻한 응원군이었다”면서 “여성기자들이 남긴 기록과 치열한 삶은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 60년간 쉼 없이 전진한 회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린다. 뉴미디어시대 거센 변화의 파도 앞에서 한국 여성기자들이 앞장서서 새로운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영상으로 대신한 축사에서 “여성기자로서 단단한 유리천장을 허물고, 남성들이 보지 못하는 사회 문제점들을 포착해 공동체의 안녕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왔다. 60년간 끊임없이 노력한 협회 모든 회원들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대선 후보 가운데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참석해 창립 60주년을 축하했다. 이 후보는 축사에서 “한국여성기자협회라는 이름에 여러 의미가 있다. 최초 여성기자 명칭이 부인기자였고, 나름 개선한 게 여기자, 이젠 여성기자로 진화했지만 언젠가는 여성이란 이름 자체도 붙일 필요 없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여성들이 겪는 유리천장을 포함한 거대한 사회적 벽들이 제거되고 성적 차이라는 것이 사회생활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 자아실현에 장애물이 되지 않는 사회가 앞당겨지길 바란다. 적극 관심을 갖고 참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심상정 후보는 “여기 오기 전에 최초 여성기자인 이각경 기자를 재조명한 기사를 봤다. 1920년대 매일신보에 들어가 첫 일성이 ‘여성을 멸시하는 조선사회 바꾸자’였다”면서 “그런데 그 후로 101년이 지난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 일성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여성기자의 삶은 어떤가 반문하는 자리가 돼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성평등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아직도 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한민국이 2016년까지 언론자유지수 70위였다가 2019년부터 아시아 1위의 언론자유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언론자유에 맞게 책임과 신뢰도를 높여 한국 언론이 세계의 가장 모범적 언론으로 발전하는 데에 여성기자들의 많은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언론자유가 확실히 보장되고 정론직필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여성기자협회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후보가 오래전 예정된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며 양해를 구하며 “윤 후보가 언론에 진정한 성평등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는 “2021년 들어 젠더 이슈가 젊은 세대를 휩쓸며 여러 어젠다를 낳았으나 역설적이게도 여성기자들 모임이라는 게 별도로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여성기자의 취재환경이 아직 완전치 않다는 걸 의미한다”면서 “언젠가는 여성기자협회가 수명을 다해 사라지길 바라고, 언론인협회, 기자협회, 다른 언론단체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상황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불합리한 관행, 취재에 불필요한 요소들을 걷어내는 방향으로 취재환경, 언론환경을 개선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면서 “앞으로 사전통보 없이 잠적해서 여성기자들이 가정과 이준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 본인의 집이 아니라 제 집 앞에 있어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마무리했다.

이밖에 정진석 국회부의장, 김상희 국회부의장, 여영국 정의당 대표, 표완수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등 재계 인사들, 캐서린 레이퍼 주한 호주대사, 앤드류 허럽 주한 미국대사대리 등 주한 외교관들, 서양원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 이기홍 관훈클럽 총무, 이의춘 한국인터넷신문협회장,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 강홍준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 등 언론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또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김효근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 김경희 한국언론학회장,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 추애주 성주재단 대표, 윤석희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문정희 작가 등이 참가해 60주년을 축하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여성 기자들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한국의 여성 기자 100년’ ‘유리는 깨질 때 더 빛난다’라는 책 2권을 발간하는 기념식도 함께 열렸다. 이 책에는 권력을 향한 펜을 벼리는 동시에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곳을 보듬어 한국사회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해 온 여성 기자들의 역사를 담았다. 

정진석 교수는 ‘한국의 여성 기자 100년’에서 한국 최초 여성 기자 이각경 이후 지금까지 100년 간의 통사를 정리했다. ‘유리는 깨질 때 더 빛난다’는 총 30여명의 필자가 참여해 1961년 4월 5일 여성기자협회 창립을 시작으로 지금까지의 60년을 기록했다. 이 책은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치열한 땀을 쏟았던 여성 기자들의 생생한 현장 기록이다.

1961년 4월 5일 30여명의 여성 기자들이 모여 ‘여기자클럽’으로 출발한 한국여성기자협회는 현재 31개 회원사 1500여명의 회원을 확보한 한국의 대표 언론 단체 중 하나로 성장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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